알뜰폰의 한숨…“현상 유지도 어렵다”

가입자 순감 지속…뾰족한 대안 찾지 못해

방송/통신입력 :2019/04/26 16:43    수정: 2019/04/26 17:21

알뜰폰(MVNO) 사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알뜰폰에서 이동통신 3사로 회귀하는 이용자가 매월 늘고 있지만, 이를 저지할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선두 사업자들의 경우 과감한 프로모션을 통해 가입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 사업자는 현상 유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 중 이통 3사로 번호 이동한 가입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2월 알뜰폰으로 번호 이동한 가입자는 3만8천494명이지만, 알뜰폰에서 이통3사로 이동한 가입자는 5만5천889명으로 집계됐다.

알뜰폰 가입자가 1만7천395명 순감한 셈이다.

번호이동 가입자 순감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알뜰폰으로 번호 이동한 가입자는 56만4천501명, 알뜰폰에서 이통3사로 전환한 가입자는 69만2천352명으로 조사됐다.

알뜰폰 가입자가 12만7천851명 줄어든 수치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요금제 프로모션도 추진하고 있지만, 뾰족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알뜰폰 사업자인 인스코비는 제휴 카드 할인 없이 2년간 0원에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프로모션 상품을 내놨고, CJ헬로와 이야기알뜰폰 등은 월 5천원이 안되는 가격에 1GB 상당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프로모션 요금제를 판매 중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일부 알뜰폰 사업자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지만,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전략이라기보다 유지하기 위한 전략에 가깝다”며 “이마저도 업계 상위를 다투는 알뜰폰 사업자만 가능하고,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알뜰폰 사업자는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5G 상용화와 경쟁 사업자의 출현 등 알뜰폰 시장 변화도 기존 알뜰폰 사업자들의 고민을 깊게 만든다. 지난 5일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한 5G는 2주 만에 15만명 수준의 가입자를 끌어모았지만, 알뜰폰 업계는 5G 도매제공이 언제쯤 가능할지 가늠조차 못하고 있다.

‘금융과 통신의 융합'을 앞세워 국민은행이 신규로 알뜰폰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지만, 기존 알뜰폰 사업자는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을 여력이 부족하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5G 가입자가 증가함에 따라 LTE 저가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알뜰폰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에 뛰어드는 것 역시 변화할 여력이 없는 알뜰폰 사업자 입장에서는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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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알뜰폰 업계는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정부의 지원책만 바라는 악순환에 빠지게 됐다. 당장 알뜰폰 업계는 정부에 망 도매제공의무제도 연장 및 신규 요금제에 대한 도매제공, 수익배분 방식 개선 등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알뜰폰 업계가 토로하는 어려움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5G 상용화를 비롯한 시장 경쟁 상황의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다각도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