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크라우드펀딩 시도 좌절...크라우디 사업 포기

금감원 주의의견 전달·코인원 협력 중단 등 악재 겹쳐

컴퓨팅입력 :2019/04/25 08:29    수정: 2019/04/25 16:11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업체 크라우디가 '토큰(암호화폐)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한 지 이틀만에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선 금융감독당국의 직간접적인 압박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크라우디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크라우디는 지난 24일 블록체인 토큰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크라우디는 이날 예정돼 있던 '케이스타라이브' 프로젝트에 대한 토큰 크라우드펀딩도 전면 취소했다.

앞서 22일 크라우디는 블록체인 기업들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후원자를 모집할 수 있는 토큰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블록체인 기업은 원화로 후원을 받고, 후원자는 리워드로 블록체인 기업이 발행한 토큰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사실상 원화로 토큰을 구매하는 것과 같아,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토큰 판매라고 할 수 있다. 국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토큰 판매가 시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라우디 측은 이런 사업을 추진하게 된 배경에 대해 "현재 법제도 하에서 불법유사수신행위가 아닌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이 생태계(블록체인 토큰이코노미) 생성에 일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크라우디가 토큰 크라우드펀딩 사업을 중단했다.

■토큰 크라우드펀딩 사업 중단한 이유는?

크라우디가 꽤나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시작한 사업을 단 이틀만에 중단하기로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선 금융감독원의 제재를 받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 투자금융팀에서 크라우디 측에 '주의'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투자금융팀 관계자는 "2017년 가상통화 TF에서 발표한 내용 중에 제도권 금융회사가 가상화폐 거래업에 관여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으니 업무에 주의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암호화폐 판매가 불법인지 묻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우리가 이 사업이 불법인지 아닌지 판단할 위치에 있지는 않다"며 "다만 담당하고 있는 업체라 우려가돼 가상통화TF 발표 내용을 상기시켜 주는 차원에서 연락을 취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크라우디는 크라우드펀딩 업체로 금융위원회에 등록돼, 금감원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는 업체다.

금융당국의 이런 직간접적인 의견 전달이, 크라우디가 사업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더불어 토큰 크라우드펀딩이 증권법 위법 소지가 있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해석에 따라 사업 추진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크라우디 측도 예상하고 있었다. 아직까지 관련 법이 없는 상황에서, 토큰을 실물자산으로 볼지, 아니면 증권으로 볼지 판단해야 하고, 증권으로 볼 경우 자본시장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각종 암호화폐들. (사진=지디넷)

크라우디는 토큰 판매를 '실물자산'으로 간주해 판매할 계획이었다. "유가증권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이렇게 판단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향후 입법 당국이 유가증권 여부 규정하면 보유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라이센스에 의거해 법이 요구하는 실사 내용, 공시 내용을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엇갈리는 업계 반응..."정부 규제 문제" vs "기업이 위험한 판단"

크라우디의 토큰 크라우드펀딩 사업이 좌초된 상황을 두고 업계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먼저, 정부가 기업이 사업할 자유를 지나치게 제안해 문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모든 형태의 ICO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암호화폐와 관련해서 할 수 있는 사업이 거의 없다"며 "이는 헌법 37조2항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자유와 관리를 침해하는 행위다"고 비판했다.

반면,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거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체가 자의적으로 암호화폐를 실물자산이라고 해석한 것은 위험한 판단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에 나열식으로 명시된 것만 유가증권으로 생각해 (암호화폐에 대해선) 따를 법이 없다고 얘기하는 경향이 있지만 법에서는 투자자의 보호를 위해 보다 유가증권을 보다 폭 넓게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해석에 따라 논쟁할 여지가 있지만 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주장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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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크라우디와 이번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던 코인원도 협력 중단을 발표했다. 코인원은 당초 토큰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보고서를 제공하기로 했다.

코인원 관계자는 "암호화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코인원이 암호화폐판매(IEO) 사업을 하는 것이고 상장이 보장된다는 식의 오해가 커져 회사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협력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