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금융 클라우드, 국수주의가 옳다

[이균성의 溫技] 新패권시대의 도래

데스크 칼럼입력 :2019/04/19 13:00    수정: 2019/04/22 07:39

#클라우드는 기술 추세에 따라 피하기 어려운 대세다. 국내에서는 오래 뜸을 들인 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장경쟁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최근 구글이 국내 시장에 뛰어들기로 하면서 관심이 부쩍 커졌다. 세계든 국내든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아마존의 AWS가 선두를 달리고 있고, 주력 사업 모델을 클라우드로 바꾼 MS가 맹추격 중이다. 그 뒤를 IBM 오라클 등이 따라가고 있다. 국내 업체 몇몇과 함께.

#장강(長江) 같은 그 도도한 흐름을 보며 마음이 편치 않다. 10년 뒤를 생각하면 나라 앞날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장강을 지배하는 자 천하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클라우드(cloud)는 여러 측면에서 장강이다. 이를 장악하는 자가 세계를 호령할 게 분명하다. 문제는 지진이 나면 집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것처럼 그게 너무나 큰 사실이어서 그 심각성도 대비도 준비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폭설을 불러온 눈구름 사진. 클라우드 기술의 양면성을 보는 듯하다.(사진 = 씨넷)

#클라우드는 정보기술(IT) 자원을 특정 기업 데이터센터에 의존한다는 의미다. 기술의 발전으로 데이터베스(DB) 가격이 내려가고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면서 가능해진 사업 모델이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정보 처리를 위해 앞으로는 별도 IT 자원을 구매할 필요 없이 대규모로 구축된 특정 기업의 데이터 센터를 빌려 쓰자는 개념이다. 이 모델은 크게 봐서 두 가지 장점과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다.

#각종 공유경제의 예처럼 이 모델 또한 결국엔 IT 자원을 공유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기업이든 개인이든 IT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첫 번째 장점이다. 또 질 좋은 전문가들이 우수한 솔루션으로 관리해주기 때문에 IT 관련 인력을 줄이면서도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비용이 낮아지고 서비스가 좋아질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것이 사업자들의 주장이다.

#단점은 보안에 관한 신뢰 문제다. 여기서 보안이란 개념은 해킹과 직결되는 협의(狹義)를 뜻하는 게 아니다. 좀 더 광의(廣義)의 개념이다. 처리되는 정보에 관한 소유와 이용에 관한 문제까지 확대된다. 그러나 단지 정보에 대한 소유와 이용의 문제만도 아니다. 그로 인해 생길 차후 영향력 문제까지 나아갈 수 있다. 범위를 가늠하기조차 힘든 헤게모니(hegemony)의 문제로 보는 게 마땅하다.

#초점은 빅데이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는 ‘쌀’로 비유된다. 미래 세상에서는 데이터를 어떻게 장악할 것인지 문제가 생존과 생계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비유다. 글로벌 IT 시장에서 HP처럼 기술을 파는 회사의 전성시대가 끝나가고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처럼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 주가가 천정부지로 뛴 까닭이 여기 있다. 그게 다 결국 클라우드와 직결돼 있다.

#애석하게도 민간시장에선 이미 승부가 끝나버렸다. 삼성 LG SK 등 주요 대기업은 계열 IT서비스 회사를 보유하고 있고 업력도 30년 가까이 돼 클라우드의 아킬레스건을 잘 알고 대비한 것처럼 보인다. 최소한 자체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중소중견기업과 개인은 이미 미국 클라우드 업체들의 손 안에 있다. 속된 말로 하면 팬티까지 벗고 그들 앞에 서 있는 거다.

#그거야 말릴 방법이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기술과 비용 편의 앞에 내세울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더 빠르고 편하며 비용도 적게 든다는 데 무슨 수로 말리겠는가. 문제는 공공과 금융의 영역이다. 사적인 정보야 개인(기업)이 판단할 문제지만 공공의 영역까지 그럴 수는 없다. 클라우드를 도입하더라도 우리의 법과 제도에 의해 철저하게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꼭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인터넷 영역의 국내외 기업 역차별과 유한회사 형태 다국적 기업에 대한 통제 불능 현상을 심각하게 목격하고 있다. 공공과 금융 영역의 클라우드 분야에서는 이 우(愚)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 이 분야에선 우리 법과 제도로 엄격히 통제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이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하되, 특정 기업이 전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복수 사업자를 통해 서로 견제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세계적인 네트워크 시대에 웬 국수주의냐고 고개를 젓는 분도 계실 거다. 그렇다. 파편화한 민간의 영역은 그걸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공공의 영역은 달라야 한다. 네트워크로 세계가 연결돼 있지만 구체적 현실로 국가와 정부가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사통팔달의 인터넷 세계에서도 국가의 이해관계는 대립할 수 있고, 국가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가상의 국경’이 필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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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본고장인 미국에서 트럼프 정부가 중국과 무역분쟁을 일삼고 그 핵심 싸움터를 화웨이로 정해 끝없이 물고 늘어지는 것도, 유럽 각국 정부가 구글 사업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클라우드는 이 싸움을 심화시킬 것이다. 국가 사이의 싸움만이 아니라, 시간이 더 흐르면 세계 패권을 놓고 극소수의 기업과 각국 정부 사이의 헤게모니 싸움이 될 수도 있다.

#큰 위기는 눈에 보이지 않게 찾아오는 법이다. 비바람 몰고 올 구름이 그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