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동결…경제성장전망치 2.5%로 하향

"소비 부진, 수출 증가세 둔화"

금융입력 :2019/04/18 14:18    수정: 2019/04/18 14:19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p 올린 이후 5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금리 동결 결정에는 국내 경기 둔화와 글로벌 주요국의 통화정책 긴축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방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한국은행은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수준인 연 1.75%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 경제 성장 속도가 더디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금리를 인상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7%로, 2012년(2.3%)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한국은행 금통위는 올해 중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월 전망치인 2.6%를 소폭 하회하는 2%대 중반으로 예상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거론되면서, 한국은행도 금리를 동결해 경기 부양책에 힘을 실어줬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추경 효과를 증폭시키기 위해 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이주열 총재는 지난 2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며 현재도 여전히 완화적인 범위 내에 있다고 본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18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내리치고 있다.(사진=뉴스1)

이날 이주열 총재는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총재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전망치인 2.6%에서 0.1%p 낮춘 2.5%로 예상한다"며 "소비 증가세가 주춤한 모습을 나타낸 데다 설비, 건설 투자의 조정과 수출 증가세 둔화 지속으로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4%에서 1.1%로 하향 조정됐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1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6%로 0.1%p 낮춘 바 있다.

월별 소비자물가지수 동향.(자료=통계청)

국내 경제성장률 외에 한국은행의 중요 책무 중 하나인 물가상승률도 관리 물가상승률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행은 관리 물가상승률을 2.0%대로 잡은 상태지만,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물가상승률은 0%대 증가에 그쳤다. 2019년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8%, 2월(0.5%), 3월(0.4%) 증가했다. 특히 3월 물가상승률은 전월과 비교할 경우 0.2% 하락했다.

국내 경제 흐름 외에 글로벌 주요국들이 통화정책 긴축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시그널을 준 것도 기준금리 결정에 작용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금리 인상에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며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1.75%)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세계경제는 성장세가 완만해지는 움직임을 지속하였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주요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변화 등으로 주요국 국채금리가 상당폭 하락하는 가운데 일부 취약 신흥시장국의 환율이 큰 폭 상승하는 등 변동성이 일시 확대되었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보호무역주의 확산 정도,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소비 증가세가 주춤한 모습을 나타낸 데다 설비 및 건설투자의 조정과 수출 증가세 둔화가 지속됨에 따라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진 것으로 판단된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규모가 늘어나는 등 부진이 일부 완화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앞으로 건설투자 조정이 지속되겠으나 소비가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수출과 설비투자도 하반기로 가면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년중 GDP성장률은 1월 전망치(2.6%)를 소폭 하회하는 2%대 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는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 하락 등으로 오름세가 0%대 중반으로 낮아졌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0%대 후반을,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초중반을 나타내었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전망경로를 하회하여 당분간 1%를 밑도는 수준에서 등락하다가 하반기 이후 1%대 초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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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서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다소 확대되었다. 장기시장금리와 주가는 주요국의 성장세 약화 전망, 미·중 무역협상 진전 기대 등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에 영향받으면서 하락 후 상승하였다. 원·달러 환율은 달러화 강세로 상승하였다. 가계대출은 증가세 둔화가 이어졌으며, 주택가격은 하락세를 지속하였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요국과의 교역여건, 주요국의 경기와 통화정책 변화, 신흥시장국 금융·경제상황,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전개상황과 국내 성장 및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깊게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