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클라우드 '혜택' 잘 활용할 수 있는 시장"

[인터뷰] 클리포드 그로스너 IHS 마킷 전무

컴퓨팅입력 :2019/04/17 13:41

"클라우드 기업들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려는 과정의 일환이다. 초기 시장 개척을 경제 규모가 큰 미국 등의 시장에서 추진해왔다면, 작더라도 가치 높은 시장에 진입하는 게 중요한 시기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연이어 국내 클라우드 시장 진출 의지를 표명하는 것에 대한 클리포드 그로스너 IHS마킷 전무의 분석이다.

올해 들어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NHN, IBM, 오라클, 구글 등 국내외 IT 기업들이 앞다퉈 사업 확대 계획을 밝혔다.

그로스너 전무는 지난 2014년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에 합류, 데이터센터 네트워킹과 클라우드 서비스,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SDN)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ICT 산업에서 25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했다.

그는 한국이 특히 IT 인프라, 인력 등의 측면에서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이같은 분석을 내놨다.

국내 시장에 대한 업계 관심이 언제, 어떤 결과물을 낳을지 그로스너 전무의 전망을 들어봤다. 최근 업계 화두와 관련된 판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물었다.

클리포드 그로스너 IHS마킷 전무

■"한국, 클라우드 '혜택' 잘 활용할 수 있는 시장"

서비스형 인프라(IaaS), 서비스형 플랫폼(PaaS),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등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에서 가장 기초적인 IaaS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멀티 클라우드 등 이미 구축된 인프라의 활용을 돕는 플랫폼, 솔루션의 부상이 시작되는 시기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SaaS의 경우 올해 790억 달러(약 89조 7천124억원)에서 오는 2022년 1천380억 달러(약 156조 7천128억원)까지 시장 규모가 약 7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멀티 클라우드는 다수의 클라우드를 혼용하는 기술이다. 그로스너 전무는 멀티 클라우드 도입이 확산되는 현 추세에서, 데이터 연결 품질 측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통신사업자의 득세를 예상했다.

이처럼 단순히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 클라우드의 다양한 활용을 모색하는 단계에서의 한국 시장의 강점이 효과를 발휘할 시기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반영해 고도화된 IT 서비스를 수준 높게 제공하기 위한 발판이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최초로 상용화를 시작한 5G, 발달된 반도체 기술력 등을 활용해 증강·가상현실(AR·VR) 등 최신 기술 기반 서비스 경험 수준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생태계 확대에 따라 빠른 시장 성장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구글, 오라클 등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을 밝힌 것은 이처럼 전망이 밝은 한국 시장 내 고객사의 우려를 덜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채택하는 데 있어 걱정하는 부분은 데이터 유출, 효율적인 데이터 활용 등 데이터 제어에 대한 것"이라며 "서비스 지역에 가까이 데이터센터를 두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글이 국내 클라우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내년 초 서울 리전을 개설한다고 10일 밝혔다.

■"중국 가성비 클라우드서도 통할 것"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클라우드 업계는 현재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미국 업체들이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로스너 전무는 클라우드 업계에서도 타 IT 분야와 마찬가지로 중국 사업자들의 도약이 머지 않았다고 예상했다. 그는 "지난 5년간 화웨이가 통신업계에서 빠르게 성장해온 것처럼 중국 클라우드 업체들의 약진 가능성도 높게 본다"며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는 물론이고 최근 차이나 유니콤, 차이나 텔레콤과 함께 클라우드 업체가 되기로 결정한 화웨이를 봐도 중국 업체들이 상당히 투자할 여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도요타, 현대자동차 등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과정을 사례로 들었다. 진출 초기에는 저가형 모델 위주로 진입해 점차 기술력을 높여가면서 시장 내 주요 업체와 대등히 경쟁하는 위치로 나아간 것처럼,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같은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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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별로 보면 클라우드 사업자로선 아직 주목도가 크지 않은 IBM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AI 측면 혁신 현황과 그 동안 쌓아온 고객층이 두텁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IBM이 대표적인 오픈소스 전문업체 레드햇을 340억 달러에 인수했다. 지니 로메트리 IBM CEO(오른쪽)와 짐 화이트버스트 레드햇 CEO가 합병 발표 직후 포즈를 취했다.

그로스너 전무는 "IBM은 클라우드 사업에 적합한 기술을 가진 업체이고, SaaS 사업을 잘 이끌어가고 있다"며 "오픈소스 기업 레드햇을 인수하면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조직 문화 측면에서 기업 DNA를 바꿀 수 있다. 클라우드는 결국 개발자가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