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X 폐지, 많이 왔지만 아직 갈 길도 멀어

[혁신성장 정책 2년 성적표]⑤액티브X 폐지… B학점

컴퓨팅입력 :2019/04/19 08:21    수정: 2019/04/22 13:59

액티브X 폐지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다. 불필요한 플러그인 제거를 통해 온라인 서비스 환경을 편리하게 하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이와 관련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액티브X를 비롯한 플러그인을 연차적으로 제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정부 계획은 예산 문제로 지연됐다. 2020년까지 연차적으로 제거한다는 계획이 달성될 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또 공인인증서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태에서 액티브X를 제거한다고 해도 다른 대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액티브X를 제거하겠다는 정부 의지는 높이 사면서도, 실제 실행력과 준비는 다소 미흡하다는 점에서 이 정책에 B학점을 줬다.

'혁신성장 정책 2년 성적' 이렇게 매겼습니다

액티브X 로고.

■ 정부, 2018년 주요 공공사이트 플러그인 제거 목표 달성하지 못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예비후보 시절부터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를 없애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특히 2017년 12월 18일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공공 웹사이트 이용시 액티브X 뿐만 아니라, 별도 프로그램 설치가 필요 없는 노 플러그인(No Plug-in)을 정책 목표로 공인인증서 법제도 개선, 행정절차 변경을 신속하게 2018년 이내에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한 해 동안 국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30대 공공 웹사이트에서 액티브X 등의 플러그인을 없애고, 2020년까지 공공기관의 모든 웹사이트에서 플러그인을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행안부는 지난해 3월, 신규 공공 웹사이트에는 플러그인 사용을 금지하도록 정보시스템 구축·운영지침을 개정했다. 5월에는 공공 웹사이트의 플러그인 제거 가이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그러나 예산 확보에 난항을 겪어 연말까지 사업이 미뤄졌다. 연내 30개 공공웹사이트에서 플러그인을 제거한다던 당초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행안부는 해를 넘겨 올해 1월 2일이 되어서야 대다수 국민들이 이용하는 22개 웹사이트를 대상으로 플러그인을 제거하는 사업을 조달청에 발주했다.

김혜영 행안부 정보기반보호정책관은 "예산 확보에 예상보다 시간이 소요돼 사업발주가 다소 지연됐다"며 "지금부터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속도를 높여 플러그인을 제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2020년까지 연차적으로 공공사이트 액티브X 제거 계획

행안부의 계획에 따르면 정부24, 건강보험·국민연금, 인터넷우체국 등 대다수 국민들이 이용하는 22개 웹사이트 플러그인 제거 사업은 올해 7월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행안부는 추가로 지난 3월 28일, 올해 말까지 각 기관 1천278개 대민 웹사이트에 포함된 2천14개의 플러그인을 제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획이 실행되면 올해 말까지 행정·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전체 대민 웹사이트 8천59개 중 86%인 6천924개 웹사이트가 플러그인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최장혁 행안부 전자정부국장은 "2020년까지 공공 웹사이트에서 플러그인이 제거될 수 있도록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예산 확보는 정부 의지… 2020년까지 모두 제거 장담 어려워

일각에서는 내년까지 정부가 공공 웹사이트에서 모든 플러그인을 제거할 수 있다는 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당초 2018년 내로 끝내기로 했던 사업이 예산 문제로 올해까지 넘어왔기 때문이다. 올해와 내년 예산 역시 확보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이민석 국민대학교 교수는 "지금이 2019년인데 아직도 남아 있는 플러그인이 많다. 생각보다 사업이 빨리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액티브X 제거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에 비해서 예산을 배정하는 등 구체적 추진의지는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종일 엠트리케어 대표는 "전문가, 정책제도, 예산 모두 전 정권과 바뀐 점 없이 그대로"라며 "사업하는 동안 담당 사무관이 계속 바뀌고, 정부는 전략 수립을 자체역량으로 못하니 민간에 맡겨서 하려고 하는 등 잘 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방 관공서나 지자체 홈페이지 역시 플러그인 제거 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자체 예산을 통해 처리해야 하는데 이쪽도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 액티브X 제거만이 능사 아냐… 대체방법 강구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사업방식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플러그인을 제거한다고 해도 관공서에서 업무를 처리할 때 특정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액티브X를 대체할 다른 수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기영 플라이하이 대표는 "애초에 사이트를 노플러그인으로 만드는 건 괜찮지만, 공인인증서가 존재하는 기존의 방법을 유지하면서 액티브X를 없애려면 선택지가 별로 없다"며 "실행파일(exe)을 설치하거나 브라우저 인증을 하는 수밖에 없는데 두 가지 다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실행파일을 지나치게 많이 설치하는 경우 PC가 느려지고 각종 장애가 생길 수 있다. 브라우저 인증은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관점이다.

공공기관에서 온라인으로 증명서를 발급하는 경우에도 대체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행안부 민원서비스정책과 소관 법령인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민원처리법)'은 국민이 증명서 발급, 행정정보 열람, 건의 등으로 행정기관에 특정행위를 요구하면 그걸 처리하는 근거를 담은 법이다. 법 시행령은 본인확인, 결과통지 등 세부 절차와 방법을 규정했는데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플러그인이 필요하다.

행안부 관계자는 "플러그인을 제거한다고 해도 특정 기능을 동작하게 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 김기창 고려대학교 교수는 "공기관의 민원증명요구 관행이 본격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전자정부는 편리한 페이퍼 사용 행정이 아니라 페이퍼리스 행정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 액티브X 제거 위해서는 정부 의지와 추진방향 중요

정부는 지난해 홈택스 연말정산, 국가법령정보, e새일시스템 등 776개 웹사이트에서 1천159개 플러그인을 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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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안전드림, 장애인고용포털, 공공데이터포털 등 502개 웹사이트에서 855개 플러그인을 제거할 계획이다.

김기창 교수는 "액티브X를 제거하려는 정부의 정책방향은 바람직하며, 공공사이트에서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설치프로그램은 신속히 걷어내는 것이 옳다"며 "잘못된 기술 방향으로 2000년대 초반 정책이 20년 가까이 지속됐는데 이를 하루아침에 바꾸기가 어렵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