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일 좀 해볼까"...핀테크 규제 개선 속도내

[혁신성장 정책 2년 성적표]⑨핀테크정책...B학점

금융입력 :2019/04/25 08:16    수정: 2019/11/26 08:53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결제와 송금, 대출 등 금융 서비스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정부도 '핀테크'를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금융위원회에 사상 처음으로 핀테크 관련 예산이 짜여진데다가 올해 업무계획에서도 핀테크를 통해 금융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핀테크는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스(Finance)'와 기술을 의미하는 '테크(Tech)'가 결합한 단어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클라우드 등 디지털 관련 산업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뜻한다. 정부는 핀테크를 통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디지털 산업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학계와 업계는 문재인 정부가 핀테크가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규제 산업인 금융업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낼 수 있는 규제 완화와 업계 목소리를 잘 반영해줬다는 것이다. 다만 아직 핀테크 성장의 태동기인만큼 강력한 추진 동력이 필요하고, 국회 계류 중인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의지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혁신성장 정책 2년 성적' 이렇게 매겼습니다

■ 빅데이터·핀테크 등 혁신 금융 여건은 마련, 속도는 '아직'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당시 국정과제로 ▲금융산업구조 선진화 ▲금융혁신 인프라 조성 등을 제시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금융업 인프라 구축을 위해 금융산업의 진입장벽을 낮추거나 변경해 자유롭게 금융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언이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꼽혔던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등 핀테크와 혁신적 금융서비스를 개발하고 유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밝혀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특히 지난 2018년 8월 7일에 '금융 혁신'에 대해 강조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 시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를 열고 "금융과 ICT가 결합된 핀테크는 그 결합의 폭과 깊이를 더욱 확장하면서 금융생활과 금융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며 당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을 위해 은산분리 규제 일부 완화, 금융혁신지원특별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8년 8월 7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2018년 7월에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 일환으로 나의 금융정보를 관리해줄 수 있는 회사를 직접 선정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 관리업)' 도입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 금융혁신지원특별법 통과…금융규제 샌드박스 시행

지난해 12월 7일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올해 4월 1일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금융규제 샌드박스)'이 시행됐다. 이는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에 대해 금융법상 인허가 및 영업행위 등 규제를 최대 4년간 2+2 적용 유예·면제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관련 정부기관과 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혁신심사위원회에서 지정 여부를 우선 심사하고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지정한다. 105건 중 19개의 안건을 심사 중이다.

지난 1월 핀테크 업체와 만난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금융위원회)

■데이터경제활성화 아직은 '지지부진'

그러나 지난해 핀테크 사업자가 새로 진출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사업 분야는 신용정보법(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마이데이터 사업이란 사업자가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의 정보관리를 돕고, 맞춤형 상품 추천, 금융상품 자문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내 정보를 내가 동의한 회사(마이데이터 사업자)로 개인정보를 이동시킬 수 있는 '개인정보이동권'과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자격 요건(등록)에 대한 법적 전제가 필요하다. 신용정보법의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

마이데이터 외에 2018년 투자자 피해 사례가 쏟아졌던 P2P대출업체 대한 법제화도 통과되지 않는 상황이다.

■ 법 개정 총력…오픈뱅킹시대 준비 '유도'

신용정보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와 P2P대출과 관한 법제화에 대해 정부는 총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더불어 문재인 대통령이 핀테크 생태계의 구심점으로 거론한 인터넷전문은행을 최대 2개까지 추가로 신규 인가한다는 방침을 발표하고 현재 예비인가가 진행 중이다.

핀테크에게 그동안 배타적이었던 금융결제망도 단계적으로 개방해 '오픈뱅킹'의 시대로 유도한다는 것도 문 정부의 구상이다. 금융 결제는 여타 금융서비스와는 달리 금융, 실물, 대외부문 전반에 걸쳐 연결성과 파급력이 큰 금융혁신의 핵심이라는 이유에서다. 추후 금융위는 3분기 전자금융업과 관련된 법을 개정해 새로운 전자금융업(마이페이먼트)을 도입하겠다는 방안도 발표했다.

"막 첫 걸음 떼지만 의지 커...업계도 늦었지만 긍정적 평가"

업계와 관련 교수들의 평가가 일부 엇갈리기는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핀테크 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의견이 우서했다. 그동안 각각의 ICT인프라 및 금융인프라가 앞서 있었지만 이를 응용한 핀테크 부문서는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는 평가가 대세였다.

국민대 허정윤 디자인융합센터장(교수)은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대해 "우리나라 늦긴 했지만 샌드박스 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허 교수는 "은행이 광범위하게 하던 것을 부분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한 것을 '핀테크'라고 보고 있는데, 규제나 안정성때문에 자본금 조건이 있어 어려운 사업이 많았다"며 "샌드박스로 새로운 플레이어를 진입해주게 했으며 샌드박스 안에서 추적 관찰할 수 있게 한 것은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첫 걸음을 뗐으며 스타트업이 그간 허용되지 않아 안된다고 생각한 것을 대형 플레이어(기존 금융사)가 하면서 시도할 수 있게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한국핀테크협회 이근주 사무국장은 "문재인 정부의 핀테크 정책 평가가 굉장히 호의적"이라며 "동력을 잃지 말고 관련법제 통과에도 힘을 쏟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핀테크 업체인 A는 "데이터 활용으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혁신 사업이 다양하게 펼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 정부의 결정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P2P대출 핀테크사 B도 "P2P 금융의 특수성과 혁신성을 감안하여 P2P 금융을 새로운 금융업으로 인정하고, 관련법을 제정하겠다는 의지를 정부가 피력한 점에 대해 업계선 고맙다고 평한다"고 전했다.

■ "아직 통과 못한 사업도 多...샌드박스 더 과감해야"

반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됐음에도 불구, 아직 갈길이 멀다는 진단도 나온다.

서강대학교 박수용 교수는 "핀테크를 잘 추진하겠다는 자세가 안됐다. 좀 더 혁신하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100개가 넘는 곳이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는데 지금 19개만 심의 대상으로 선정됐다. 다른 나라서 이미 하는 사업도 안해주려고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박수용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핀테크를 잘 하려는 의지는 강한 것 같지만 소관부처는 잘 안 움직이는 것 같다고 보인다. 아직은 소극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더 많은 곳들에게 기회를 과감하게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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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신용정보법 개정을 전제로 마이데이터를 준비하거나 P2P대출사업을 운영 중인 핀테크 업체들은 법률 통과와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핀테크 업체 C는 "정부 의지와 달리 핀테크 관련 규제개선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라는 점이 아쉽다"며 "정부와 국회 온도 차로 인한 혼란은 업계와 소비자가 고스란히 겪고 있다. 정부가 국회 설득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