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트코인을 비롯한 많은 암호화폐 가격이 모처럼 크게 올랐다. 지난 1일부터 이틀연속 상승하면서 5천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물론 올 초부터 거래량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암호화폐 가격 상승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적지 않게 제기됐다. 하지만 투자업에 종사하는 필자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만큼 비트코인 가격이 5천 달러를 넘나드는 모습에 놀라움과 함께 반가운 마음이 함께 찾아왔다. 오랜만의 가격 반등이 블록체인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갖게 됐다.

그러나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의 전망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가격 상승 원인을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암호화폐 가격을 예측하는 건 주가 예측 만큼이나 어렵다. 주가는 ▲투자자의 심리 ▲시장의 수급 ▲제도와 규제 ▲경기 동향 등에 따라 크게 변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의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기업의 내재 가치나 본질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힘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암호화폐는 대다수가 합의할 만한 가치 추정 방법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만큼 투자 판단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본질 가치는 시장 참여자의 ‘사자’와 ‘팔자’로 형성되는 암호화폐 가격의 적정성을 따질 때 매우 중요하다. 정량적이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하는데 도움이 된다.
요즘처럼 암호화폐 가격이 급상승하게 되면 여러 가지 궁금증이 쏟아진다. 이를테면 ‘상승세가 얼마나 갈까?’ ‘5년 후에는 얼마가 될까?’ 같은 질문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 때 암호화폐의 본질 가치를 잘 활용하면 장기적인 전망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하경제와 비교하면 힌트
암호화폐의 본질 가치를 분석하는 방법 중 하나는 전통적 기업 가치 계산 방법을 응용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특정 암호화폐의 채굴자, 개발자, 대량 보유자 등 이해관계자를 하나의 ‘가상 회사’로 묶고 거기서 발생되는 부가 가치를 추정하여 미래 가치를 추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더리움을 거대한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를 제공회사로 가정하거나, 리플을 하나의 송금 서비스 회사로 가정하여 가치를 분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에도 한계는 있다. ‘가상회사’의 매출이나 현금 흐름을 추정하려면 여러 가정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러 자료에서 제시한 값의 편차는 클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방법은 거시 경제에 이용되는 화폐 공식을 이용하는 것이다. 구매력이 큰 화폐는 그만큼 가치가 많다는 기본 원리에 따른 것이다. 이 방법은 비트코인처럼 지불 수단으로 이용되는 코인 분석에 종종 활용됐다. 법적 지위와 상관없이 많은 암호화폐가 이미 법정화폐처럼 상거래 결제용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화폐 계산법은 매우 논리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공식은 이용 규모가 큰 국가 단위 거시 경제에 적합한 방식이다. 따라서 특정 응용분야나 제한된 이코시스템에 한정된 코인에는 적합하지 않다. 실제로 본질가치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해당 코인의 시장 규모를 추정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 통계자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가설을 이용했다.
여러 리포트에서 제시한 가설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비트코인 시장 규모를 지하 경제에 비교한 것이다. 지하 경제는 ‘제3자가 측정하기 어려운 거래’를 의미한다. 따라서 마약 등 불법 거래는 포함되지 않지만 영수증을 주고 받지 않는 모든 경제 활동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현금 거래와 높은 상관 관계를 갖는다.
중앙기관 없이 P2P로 지불하는 비트코인의 특징은 이러한 지하 경제의 속성에 매우 부합하기 때문에 지불 결제 수단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 주장했다.
결제용 암호화폐가 차지할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IMF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전세계 지하경제 규모는 세계 GDP의 약 28%에 달한다. 2018년 기준으로 보면 지하경제는 15조 달러이다. 암호화폐가 결제 수단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시장의 규모라 할 수 있다.
관련기사
- 비트코인 가격 더 오르지 않아도 좋다2019.04.03
- [비트코인 10주년] “블록체인 플랫폼 전쟁 아직 안 끝났다"2019.04.03
- [비트코인 10주년] "블록체인보다 블록체이니즘으로 불러야"2019.04.03
- 현대차 미국법인 "체포인원 중 직접 고용無…고용 관행 철저히 점검"2025.09.06
물론 얼마나 빠르게 이 규모에 도달할지 아니면 더 커질지 예측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각국의 규제 장벽은 여전하며, 가격 변동 위험은 크다. 넘어야할 장벽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블록체인 산업 종사자의 많은 노력으로, 결제 승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고, 편리한 암호화폐 지갑도 늘고 있다. 단점이 하나 둘씩 극복되고 있어 암호화폐의 실제 이용은 꾸준히 늘고 있다. 대표적인 비트코인 결제 대행 업체인 ‘비트페이’는 자신의 고객을 대상으로 작년 한 해 10억 달러의 결제를 처리했다고 밝혔다. ‘쓰임새가 있는 것은 가치가 있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