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끝낸 4대 그룹, 미래 먹거리 정조준

삼성·LG·SK·현대차 등 새 경영 체제 속 투자 잰걸음

디지털경제입력 :2019/03/29 17:01    수정: 2019/03/29 18:16

삼성전자, LG, SK, 현대자동차 등 한국 대표 기업의 정기주주총회가 끝났다. 이사회 재구성 등 지배구조재편 작업이 주를 이뤘다.

이들 대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올해 경기 불황과 경제 불투명성에 따라 어려운 한해를 보내게 될 것이라 전망하면서, 경영 구조 개선과 신사업 투자를 강조했다.

이재용, 구광모, 최태원, 정의선 등 기업 총수의 새 도전이 시험대에 올랐다.

삼성전자 제 50기 주주총회.(사진=지디넷코리아)

4대 기업 주총 현안 '이사회 재편'

삼성전자는 20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에 박재완, 김한조, 안규리 등 3인의 사외이사를 새로 선임했다. 박재완 이사의 재선임 건이 국민연금과 해외연기금들의 반대에 부딪쳤지만, 큰 문제없이 통과됐다.

삼성전자는 액면분할 후 열린 첫 주총에서 행사진행미숙으로 주주의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4분기부터 이어지는 실적하락과 주가하락에 따른 주주의 반발도 거셌다.

LG전자는 1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권영수 (주)LG 부회장을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하고 정도현 LG전자 대표이사 CFO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이상구, 김대형 등 2인을 사외이사에 선임했다.

권영수 부회장은 작년 구광모 회장의 그룹 회장 선임 뒤 지주회사 부회장으로 선임됐고, 올해 LG전자, LG유플러스 등의 이사회 의장도 맡아 LG 그룹 핵심인물로 자리잡았다. 그는 29일 (주)LG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기도 했다.

SK주식회사는 27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염재호, 김병호 등 2인을 사외이사로 선임했고, 최태원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아울러 정관 변경을 통해 대표이사로 제한했던 이사회 의장 자격요건을 폐지했다. 최태원 회장은 SK주식회사의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 염재호 고려대학교 전 총장이 후임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던 최태원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은 국민연금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대세에 지장을 주지 않았지만, 향후 SK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제동이 걸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는 22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사내이사에 재선임했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 등 2인도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자동차의 대표이사에 선임돼 경영 전면에 서게 됐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겸하고, 기아자동차와 현대제철의 사내이사에도 선임됐다.

현대자동차 주총은 미국계 행동주의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와 표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엘리엇은 이사회 진입과 고배당을 요구했지만, 서면표결에서 패배했다.

■ 주요 대기업의 신사업 투자 본격화

삼성전자는 올해 전분야에 걸친 근원적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가전 등의 혁신제품을 선보이고,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부품 사업의 개발, 제조 역량을 더 강화해 초격차를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5G 등에 대한 신사업 투자도 강화한다는 뜻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자동차 전장 분야의 성장도 기대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각 사업부 경영보다 대외 행보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연초 문재인 대통령과 연이어 만났고, 중국, UAE, 유럽 등을 돌며 글로벌 행보를 이어갔다.

이 부회장은 작년 8월 AI, 5G, 바이오,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 등 4대 분야를 미래 성장 사업으로 제시하고, 2021년까지 1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스마트폰 사업의 끝없는 부진 속에도 가전 사업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그룹의 화학, 통신 등 계열사와 협력, R&D 투자 확대 등을 강조한다.

구광모 (주)LG 대표가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한 모습

구광모 ㈜LG 대표이사 회장은 지난 26일 정기주주총회 별도 인사말에서 "올해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 시장을 선도하고 영속하는 LG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LG는 자회사들과 함께 시장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시장을 선도하고 영속하는 LG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며 "신사업은 적극 발굴하고 육성해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기업가치를 높이는 사업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미래 혁신 글로벌 연구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를 중심으로 오픈 이노베이션을 활용해 R&D 역량을 강화해나가겠다"고 했다.

SK는 사회적 가치 창출이란 화두에 집중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에서 혁신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데 1조2천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8일 중국 하이난다오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식 연사로 나서 "사회적 가치는 경제적 가치 못지 않게 중요하다"며 "사회적 가치 측정과 창출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라는 두 가지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는 정의선 대표이사 체제를 맞아 신기술과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신규 출시하는 차량에 신기술을 투입하고,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 기술에 투자를 확대한다. 작년 철회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 재시도도 예상된다.

■ 기업 총수 역할 '통큰 경영'으로 변화

최근 한국 대기업의 오너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각 기업의 변화도 주목된다.

한때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장기적 투자 등 한국기업의 오너 경영이 세계적 주목을 끌었었다. 그러나 오너 일가의 갑질횡포, 비위 행위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오너 리스크'에 무게가 실렸다.

이재용, 구광모, 정의선 등 새로운 기업 총수의 역할이 전보다 포괄적 전략 수립에 초점을 두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전문경영인이 세부 사업의 경영을 맡고, 총수는 신사업 투자, 글로벌 파트너십 확보, 기업 이미지 개선 등 규모 큰 사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통큰 투자와 방향성 제시에 집중함으로써 리스크란 이미지를 탈피하고, 안정적 경영이란 인식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최태원 SK 회장

■ 국민연금 등 주주행동주의 시대 열려

올해 국내 기업 주총에서 주된 화제거리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였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SK주식회사 등의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졌고, 현대차 주총에선 엘리엇 대신 경영진의 손을 들어줘 대주주로서 존재감을 나타냈다. 27일 대한항공의 주총에선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부결시키는 등 막강한 영향력도 처음으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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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국내외에서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대주주지만, 그동안 기업 경영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기업 총수의 전횡을 견제하는 역할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42개 기업 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졌지만 대한항공을 제외하고 모두 패배했다. 스튜어드십코드 무용론은 대한항공 사례로 힘을 잃었고, 향후 국민연금을 위시로 한 주주행동주의는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