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육성·투자, 은행보다 잘하는 곳에 맡겼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기관들②] NH농협은행

금융입력 :2019/03/20 08:22    수정: 2019/03/20 11:11

정부가 '스타트업' 지원 확대에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의 정책 지원에 힘입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곳도 다양해지고, 투자 방식도 다변화되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스타트업에 대해 투자하는 이들을 만나 어떤 방식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지, 무엇을 염두에 둬야 하는 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기관들'을 소개해본다. [편집자주]

■ 엑셀러레이터·투자 전문기관과 협업

NH농협은행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될 성부른 스타트업에 후속 투자를, 사무 공간을 지원한다. 하지만 차별화된 지점이 있다.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과 후속 투자를 은행 내부 부서에서 판단하기 보다 전문성을 지닌 파트너사와 협업한다는 점이다.

지난 2월 농협중앙회와 NH농협금융지주 내 계열사가 구성한 200억원 규모의 펀드도 NH농협은행의 자체적인 판단만으로 쓰이지 않는다. 이달 말 확정되는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NH디지털 챌린지 플러스'에 참여하는 기업 중 아주IB투자의 의중을 고려해서 펀드 투자가 이뤄지는 것이다.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도 NH농협은행이 만들기보다는 엑셀러레이터 전문기관인 크레비스파트너스와 함께 진행하고 있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NH농협은행 본사에서 만난 우창섭 디지털전략부 디지털협력팀장은 이 같은 협업 모델이야 말로 다른 은행과 다른 지점이라고 진단했다. 우창섭 팀장은 "사업을 할 때 사람과 돈, 아이템이 중요한데 아이템은 스타트업이 가져오는 것일 테고 그렇다면 사람과 돈이 남는다"며 "사람, 즉 경영자는 엑셀러레이터 전문회사인 크레비스파트너스가 컨설팅해 만들어 주고, 돈은 투자운용사가 지원해주는 구조를 구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타트업 육성과 투자에 전문성이 중요한데 우리가 하지 못하는 영역은 전문적인 기업이 제공하면 좋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실무를 담당해 온 정구태 디지털전략부 차장은 "지난해 공모를 통해 협업할 수 있는 엑셀러레이터와 투자운용 기관을 선발했다"고 전했다.

협업 방침에 따라 NH농협은행의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6개월 간 이수한 기업 중 아주IB가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면 금액 제한없이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우 팀장은 "200억원 규모로 조성한 'NH-아주 디지털혁신 펀드'는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6개월 이수한 곳 중 아주IB가 '이 기업이 괜찮게 성장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면 후속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은 스타트업의 초기 종잣돈 투자금액은 3천만원으로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 NH농협은행과 꼭 일하지 않아도 돼

NH농협은행은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응하는 스타트업이 무조건적으로 NH농협금융과 일해야 한다는 룰도 없다고 설명했다. 우 팀장은 "은행이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면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은행과 협업이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다른 파트너사와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구조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정구태 차장은 "핀테크 등장하면서 은행이 모든 고객을 충족시킬 서비스를 줄 수 있는 환경이 아니게 됐다"며 "다른 업체와 손을 잡아서 은행이 제공하지 못하는 틈새를 커버하는게 맞다고 생각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화학적 결합을 꾀하기 위해 서울 양재에 함께 일할 수 있는 'NH디지털R&D센터' 개소를 오는 4월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창섭 팀장은 "은행장이 전폭적으로 지지해주겠다고 공언했다"며 "그 일환으로 양재에 R&D센터를 만들고 스타트업이 입주해 같은 공간에서 일하게 되는 것은 다른 은행과 구분되는 지점"이라고 짚었다.

정구태 디지털협력부 차장은 "물리적인 공간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센터 안에 스타트업과 은행 직원이 한 공간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타 행과 다른 차별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정 차장은 "보안 문제 때문에 물리적 구분이 있긴 하지만 같이 얘기를 나누고 스타트업이 갖고 있는 기술력을 은행에 이식할 수 있는 기존엔 없었던 모델"이라며 "화학적으로 결합하고 같이 할 수 있는 환경의 뼈대를 세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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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 측은 그간 사회공헌활동 정도로 간주됐던 핀테크·스타트업과의 협업이 한 단계 발전했다고 자체적으로 평가했다. 우창섭 팀장은 "NH농협은행에서 스타트업 투자가 투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며 "A트랙은 사회공헌성 성격인 것이고 B트랙은 정말 잘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지원하고 협업하는 트랙이다"고 평가했다.

NH농협은행은 NH디지털 챌린지 플러스 참여 최종 확정 기업을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직 심사 중이지만 스타트업은 핀테크뿐만 아니라 농업 등 디지털 기반으로 사업이 운영되는 다양한 기업이 포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