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의 '메신저 변신'에 애플이 긴장하는 이유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아이메시지 영역 위협

데스크 칼럼입력 :2019/03/12 16:28    수정: 2019/03/15 10:2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페이스북이 광장에서 밀실로 이동한다. ‘세계인의 광장’ 뉴스피드 대신 '밀실'인 메신저에 무게를 싣기로 했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일(현지시간) ‘프라이버시에 초점을 맞춘 소셜 네트워킹 비전’이란 긴 글을 통해 페이스북의 변신을 공식 선언했다. 하루 이용자 15억명, 월간 이용자 23억명이 몰리는 광장 대신 '안전한 나만의 밀실'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저커버그는 그 글에서 “사적인 대화를 안전하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뉴스피드는 페이스북 성장의 밑거름이다. 순식간에 세계 최고 광장이 됐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왜 이런 성공적인 서비스를 버리려는 걸까?

팀 쿡 애플 CEO(왼쪽)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표면적인 이유는 단순하다. 여론이 너무 안 좋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 사태 이후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페이스북 성공의 밑거름이 됐던 ‘뛰어난 데이터 분석 능력’은 오히려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이란 부메랑이 됐다.

물론 이런 이유 때문에 페이스북이 개과천선했다고 믿는다면, 지나치게 순진하다. 오히려 ‘광장에서 밀실로’란 슬로건은 페이스북이 오랜 기간 준비해 오던 그림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 "페이스북의 궁극적인 목표는 위챗 같은 슈퍼앱"

변신 전략 발표 이후 가장 많이 제기된 건 “페이스북이 위챗이 되고 싶어한다”는 분석이었다. 중국 시장에서 위챗은 슈퍼앱이다. 메시지 뿐 아니라 동영상 공유, 예약, 지불 등 모든 서비스를 처리하는 공간이다. 사실상 ‘밀실 속 나만의 광장’이다.

페이스북도 왓츠앱이란 메신저를 갖고 있다. 또 페이스북 메신저와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도 있다. 이런 서비스들을 한데 묶어서 위챗형 슈퍼앱을 꿈꾼다는 분석이다.

페이스북이 최근 ‘페이스북 코인’이란 자체 암호화폐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메신저에 코인까지 결합할 경우 ‘메신저란 밀실’에 숨어서 ‘광장’과 연결해 줄 수도 있다.

페이스북이 가고자 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문제는 그 과정이다. 페이스북이 ‘메신저 슈퍼앱’이란 목표지에 도달하기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만 하는 산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애플이다.

미국 IT전문 매체 슬레이트가 ‘페이스북 vs 애플’이란 칼럼을 통해 이 부분을 잘 분석했다. 슬레이트의 설명을 살짝 따라가보자. (☞ 슬레이트 기사 바로 가기)

페이스북이 메신저 중심 서비스로 안착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아이폰 이용자다. 더 정확하게는 ‘아이메시지’ 이용자들을 유인할 수 있어야만 한다. 아이메시지는 친화적인 인터페이스와 뛰어난 보안 능력 덕분에 아이폰 이용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애플은 많은 요구에도 불구하고 안드로이드용 아이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아이메시지가 그 동안 아이폰 이용자들의 이탈을 막아주는 성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줬기 때문이다. 굳이 적진에 또 다른 성채를 구축해줄 아무런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 동안 페이스북과 애플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다. 아이폰을 구입한 고객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앱을 내려받아서 사용했다. 둘은 서로 보완재 였다.

하지만 서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이폰 판매가 정점에 다다른 애플은 최근 들어 소프트웨어와 구독 서비스 쪽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뉴스피드란 광장이 오염과 추문으로 더렵혀진 페이스북은 메신저란 밀실을 기웃거리고 있다. 그러면서 둘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두 회사는 최근 들어 조금씩 견제 수위를 높여 왔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페이스북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를 집중 공격했다. 그러자 저커버그는 애플의 중국 사업을 비판했다. 지난 해 10월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선 “우리 최대 경쟁자는 아이메시지”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 공생 관계였던 페북과 애플, 새로운 대결 결과는?

메신저 중심 구조로 변신하겠다는 페이스북의 선언은 하루 이틀 사이에 나온 게 아니다. 페이스북이 왓츠앱을 인수할 때부터 이미 염두에 뒀던 그림이었다. 따라서 저커버그의 선언 자체는 그렇게 놀랄 만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관심사는 변신 과정에 맞닥뜨리게 될 거대한 경쟁자를 어떻게 뛰어넘을지다.

페이스북이 메신저 중심 서비스로 변신할 경우 중국 시장은 뚫기가 쉽지 않다. 위챗이 철옹성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페이스북은 중국을 제외한 다른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애플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슬레이트는 “애플이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도 위챗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위챗이 iOS의 핵심 기능들을 전부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 서비스를 강력하게 이어주는 아이메시지가 힘을 잃으면서 아이폰에 대한 충성도도 함께 시들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위챗페이 이미지(사진=텐센트)

이 대목에서 페이스북과 애플이 정면으로 부닥치게 된다.

페이스북이 중국 이외 지역에서 위챗 같은 존재감을 갖게 되면 어떻게 될까? 그럴 경우 애플은 중국 바깥 시장에서도 중국과 비슷한 처지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애플은 메신저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는 페이스북이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다.

한 때 공생 관계였던 페이스북과 애플. 하지만 이제 두 회사는 같은 무대에서 힘을 겨루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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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팀 쿡과 마크 저커버그가 상대방을 향해 독설을 퍼붓기 시작하면서 이런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혀 다른 영역에 있던 페이스북과 애플의 새로운 전쟁을 앞두고 IT 시장엔 묘한 긴장감이 높아져가고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