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SW시장서 마케팅 우습게보지마라"

강선근 브레인즈스퀘어 대표의 해외시장 진출기

컴퓨팅입력 :2019/03/05 08:01    수정: 2019/03/05 08:58

[샌프란시스코(미국)=임민철 기자] "한국에서 이런 얘기 많이 한다. '기술은 뛰어난데 마케팅이 문제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우리도 비슷할 거다. 한국은 마케팅을 필요로하지 않고 (대면) 미팅, 영업을 많이 하려고 하는 시장이다. 반면 미국은 원격으로 수행하는 비즈니스에 익숙한 곳이다. (미국 진출하려면) 제품, 전담조직, 자금 면에서 재고해봐야 한다. 이를 지원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인내'도 중요하다."

강선근 브레인즈스퀘어 창업자 겸 대표.

강선근 브레인즈스퀘어 대표가 지난 3일 오후 미국 산호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실리콘밸리무역관 IT지원센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 보안 소프트웨어(SW) 회사 브레인즈스퀘어가 어렵기로 소문난 미국 IT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10여년간 겪은 경험과 교훈을 주제로 강연하면서다.

강 대표는 지난 2013년부터 7년째 미국에 거주하면서 분기마다 미국 산호세에 6주, LA에 2주, 한국 서울에 3주, 일본 도쿄에 1주씩 머물며 브레인즈스퀘어 국내외 법인을 경영 중이다. 그는 강연을 통해 그간 미국 시장 중심으로 해외진출 과정에 겪은 시행착오와 교훈을 제시했다. 한국 보안 및 SW전반 기업들이 미국 시장 진출시 고려할만한 내용을 추려 정리했다.

브레인즈스퀘어는 지난 2000년 설립됐다. 국내서 IBM, HP와 경쟁하는 IT인프라 관리 SW '제니우스(Zenius)'와, 보안SW 기반 USB드라이브 및 파일서버 제품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작년 기준 임직원 100여명, 매출 120억원 규모 회사다. 창업자 강 대표는 2004년부터 해외 진출 기회를 모색했고 현재 아시아태평양 및 일본지역 본부 겸 연구개발센터 성격의 한국 본사, 글로벌 본부 미국법인 대표를 겸하고 있다.

브레인즈스퀘어의 해외진출은 15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2005년 강 대표는 전담직원 없이 해외사업에 도전했다. 그는 영문 소개자료에 한글 UI 기반 제품의 스크린샷을 그대로 쓴다든지, 국내 회사간 협력을 제안한 뒤 막상 연락이 와도 잘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등 어설픈 게 많았다고 회고했다.

2006~2007년 우연히 태국 현지 에이전트를 만나 동남아시아 지역 시장을 맡아 줄 조인트벤처 설립에 투자했지만 실패했다. 강 대표는 "현지 (전담) 직원이 없이는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며 "또 태국은 한국대비 3분의 1 규모 시장이지만, 어떤 나라든 그 시장에서 사업을 하려면 다른 개별 지역과 비슷한 노력이 들고, 하나처럼 보이지만 동남아지역 안에 그런 각각의 작은 나라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2008~2011년엔 한국과 가까우면서 단일시장으로 규모가 더 큰 일본 지역에 보안USB 브랜드 '시큐드라이브'를 론칭하며 진출했다. 이 때 처음으로 해외사업 담당 전담조직을 구성했다. 2010년, 2011년 도쿄에서 열리는 대형 IT전시회 '재팬IT위크'에 참가했다.

강 대표는 현지 에이전트를 고용하고 6곳과 파트너 계약을 맺었고, 당시 KISIA 지원 한국공동관 부스에 파트너 소속 일본인 직원을 두는 방법으로 소기의 효과를 봤다고 회고했다.

그런데 악재가 터졌다. 그는 "2011년 IT위크 기간중 후쿠시마 대지진이 발생했다"며 "당시 일본 출장 직원들이 연락도 되지 않고 현지 파트너 업무도 전면 중단됐다"면서 "이후 타격이 크다고 판단했고 (일본만 바라볼 수 없어) 이후 미국으로 (직접)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브레인즈스퀘어는 2012년 산호세 법인설립 이후 2013년부터 현재까지 미국시장을 공략 중이다. 보안USB 장치와 디지털권한관리(DRM) SW를 탑재한 파일서버 등 제품을 내세웠다. 회사는 그간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2013~2015년 현지화(Localization)에 나섰고, 2015~2018년 실질적인 마케팅과 세일즈 활동을 진행했다.

강선근 대표 발표자료 일부. 브레인즈스퀘어 '시큐드라이브' 제품 정보를 지역/언어권별로 전혀 다르게 디자인한 홈페이지에서 소개하고 있다. [자료=브레인즈스퀘어]

강 대표는 "미국 현지 관점에서 영어 표현 등 부끄러운 수준이었던 홈페이지, 브로셔, 매뉴얼, 제품UI까지 전면 재작업했다"며 "디지털콘텐츠, 블로그, 검색엔진최적화(SEO), 이메일, 구글애널리틱스, 구글애드·페이스북애드 등 각종 마케팅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전문업체 및 개인 컨설턴트로부터 시장검증과 시장전략컨설팅을 받고, 마케팅창구로 디스커버오알지, 스파이스웍스, 가트너 벤더브리핑 등을 활용했다.

미국서 투자한 시간과 비용을 놓고 보면 강 대표의 현지 시장 성과에 대한 자체 평가는 냉정한 편이다. 강 대표는 "마케팅·세일즈를 잘 못 해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3년간 조금씩 팔리긴 했다"면서도 "미국에서 보안을 중시하고 강화하는 추세고 땅떵어리가 크니 (DRM처럼 개념이) 어려운 제품이라도 팔릴 거다 생각했지만, 정작 해 보니 문화적 격차와 한계를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설명한 DRM기술의 동작방식에 대한 미국 고객사의 조직내 저항이 그가 언급한 '문화적 격차'를 방증했다. 한국에선 대놓고 PC 기반 에이전트를 설치하는 제품에 대한 문제제기가 특별히 나오지 않는데, 미국에서는 이런 제품을 사용하게 하면 직원들이 매니저더러 '직원을 못 믿느냐'거나 '감시를 하느냐'는 식의 얘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기술을 받아들이는 시장의 문화적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브레인즈스퀘어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RSA컨퍼런스에 참가해 전시장에서 단독부스를 여러 번 운영했다. 이날 강연도 4~8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RSA컨퍼런스2019' 참관단 대상으로 무역관측이 마련한 사전간담회 일부였다. 그럼에도 강 대표는 RSA컨퍼런스 행사 참가가 무조건 도움이 되는 건 아니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브레인즈스퀘어는 이번 RSA컨퍼런스 전시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강 대표는 RSA컨퍼런스에 대해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겨냥하는 게 아니라면 중소기업이 갈 만한 곳은 못 된다"면서 "요즘은 보안벤더의 고객대상 지역행사인 '데이터커넥터스'나 'MSP엑스포'에 참가한다"고 언급했다. 또 "유럽에선 런던/벨기에 인포시큐리티, IT-SA, 세빗 등 행사에 연 4회, 아시아에선 도쿄 재팬IT위크, 싱가포르 커뮤닉아시아, 두바이 지텍스(Gitex) 등 행사에 연 4회 참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레인즈스퀘어는 미국과 아시아 등지에 현지법인을 두고 각종 지역별 IT 관련 전시회에 참가하면서 파트너를 확보해 왔다. 아시아와 유럽에는 30여곳, 미주 지역에는 8곳과 계약했다. 강 대표는 그 중 일곱 곳, 5분의 1 정도가 활발히 활동하는 파트너라고 인식하고 있다. 수년간 큰 돈을 벌었다고 하긴 어려운 미국에서 여전히 기회를 찾는 이유는 뭘까.

강 대표는 "미국은 세계 SW시장 40%를 차지하는 규모이고 이곳 표준이 세계표준으로 작용하며 영어가 만국공통어로 쓰여 여기서 잘 만든 콘텐츠를 세계시장에 활용할 수 있는데다 (미국서의 활동이) 다른나라에서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준다"고 언급했다. 다만 "완성도를 갖춘 경쟁력있는 제품, 개발·마케팅·영업 전담인력과 조직, 충분한 자금, CEO의 해외경험과 성과를 조급해하지 않는 지원·인내가 필요하다"고 봤다.

브레인즈스퀘어는 지난해부터 미국사업 강화를 위해 투자를 더 확대했다. 해외사업 전담 디자인팀을 만들고 마케팅 인력을 보강했다. 이어 올해 미국 거점을 산호세에서 LA로 옮기고 제품 전략을 '특화 솔루션'에서 '보편적인 제품'으로 전환한다. 강 대표는 이런 변화를 결정한 배경도 설명했다.

또 강 대표는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 가운데 우수인재가 많지만, 정작 회사에 필요한 인재는 여기에 없다"고 봤다. 세일즈와 마케팅 분야 경쟁력이 뛰어난 현지 인재는 이미 실리콘밸리에서 유명한 '더 좋은 회사'에 더 좋은 대우를 받으며 다니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LA에는 한국, 중국, 일본계 다국적 기업의 미국 법인이 LA에 많다"며 이들 회사를 초기 타깃으로 삼은 점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 SW B2B 마케팅을 경험한 인력이 별로 없고, 한국에서 기술은 뛰어난데 마케팅이 문제라는 얘기 듣는 회사가 많다"면서 "우리도 부끄럽지만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서별 담당인력이 국내사업과 해외사업을 겸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한국은 마케팅보다 대면 미팅과 세일즈를 많이 하는 나라고, 사람 뽑기도 어렵다"며 "마케팅을 하기엔 미국이 상대적으로 낫다"고 평했다.

강 대표가 짚은 한국과 미국 시장의 차이점은 이밖에도 많았다. 그는 "미국은 (땅이 커서) 멀리 있는 사람들간의 비즈니스에 익숙하다"며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효율을 높여 주는) 문서화와 표준화 업무가 중시되고, 마케팅 및 컨퍼런스콜 활동이 많고, 제품유통 방식도 총판, 리셀러, 매니지드서비스사업자(MSP) 등 파트너를 통한 간접판매가 많고, 월단위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구매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진출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면 'ipswitch'와 'devicelock'이라는 두 회사를 벤치마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둘 다 브레인즈스퀘어의 제품 일부와 유사한 솔루션을 갖춘 보안솔루션 회사로 초기 미국 중소중견기업(SMB) 시장을 겨냥해 사업을 시작했다. 전자는 여전히 SMB 시장에 주력해 선전하고 있고, 후자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으로 보폭을 넓힌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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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대표는 "처음에 어떤 시장에 들어갈 것인지 생각하고, 이후 SMB시장 입지 강화 엔터프라이즈 시장으로의 확장, 둘 중 하나를 해야할 것 같다"며 "또 시장에서 독특한 고유 제품으로 경쟁할지, 보편적인 제품으로 쉽게 인식시킬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 마케팅과 영업을 소수 타깃고객 대상 오프라인 위주로 할지, 불특정다수 온라인 위주로 할지도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올해 산호세에서 LA로 미국법인을 옮기기로 한 그는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이리어는 미국사람들 사이에서 '세상에서 SW 팔기 제일 힘든 시장'이라 불린다"고 언급했다. 아시안계 현지법인이 많고 한인커뮤니티가 큰 LA 어바인, 이렇다할 SW회사가 없어 전공을 살리려면 고향을 떠야 하는 컴퓨터과학 전공자가 많은 앨라배마, 현대자동차 연구소가 있는 미시간 등을 고려할 만한 초기 사업장 후보지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