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은 없다'…가전 시장 양극화 '뚜렷'

소득 격차 등으로 소비 세분화 일어나

홈&모바일입력 :2019/02/26 17:36

가전제품 소비 행태와 관련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프리미엄 가전이 업계 실적을 견인하는 추세라면 저가형 PB 가전제품 시장에도 새로운 수요가 발생해 가전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지난해 LG 시그니처와 올레드 TV 등 프리미엄 가전을 내세웠던 LG전자는 성과가 두드러졌다. H&A사업본부와 HE사업본부를 합친 가전 사업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3조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률은 역대 최고치인 8.6%에 달했다.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여의대로에 있는 LG트윈타워에서 모델들이 LG 시그니처 올레드 TV W의 갤러리 앱에서 '트립어드바이저'가 추천하는 가을 대표 여행지 사진을

2018년 4분기 삼성전자도 초대형·QLED TV 등의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로 실적이 전년 동기와 전분기 대비 모두 개선돼 수익에 기여했다. QLED TV는 전년동기 대비 판매량이 무려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노경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최근의 소비자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자신들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제품에는 기꺼이 지갑을 여는 행태를 보인다”며 “이에 국내업체들은 차별적인 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디자인과 성능을 강조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발뮤다 '발뮤다 더 퓨어' (사진=발뮤다)

여기에 프리미엄을 내세우는 다이슨, 발뮤다, 로라스타 등 외산 가전 업체들도 경쟁적으로 고가 제품을 내놓으며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와 관련 가전매장도 프리미엄 가전만 따로 모아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전자랜드는 광주 용봉점이나 세종점 등 최근 출점하는 새로운 파워센터에 ‘삼성전자 8K 체험존’을 따로 만들었다.

롯데하이마트는 최근 롯데백화점 안산점 신관 4층에 롯데하이마트 프리미엄을 열었다. 이곳은 대형가전과 주방·생활가전, IT상품 등을 프리미엄 제품으로 엄선해 진열해 뒀다.

롯데백화점 안산점에 있는 롯데하이마트 프리미엄 (사진=롯데하이마트)

주목할 만한 점은 고가 가전 대척점에 있는 저가 가전의 성장세다. 자체브랜드(PB) 가전과 같이 가성비를 내세우는 저가 가전제품도 프리미엄 가전과 함께 성장세를 보이는 것이다.

PB 가전은 유명브랜드 제품과 사양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10~40%까지 저렴하게 내놓기 때문에 실속있는 소비를 하려는 이들에게 인기다. 이마트와 롯데하이마트, 전자랜드 등 주로 가전 유통업체들이 PB 가전을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의 에어프라이어 '더 에어프라이어 플러스'.(사진=이마트)

특히, 이마트가 2017년 자사 창고형 할인매장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PB 가전으로 선보인 ‘더 에어프라이어 플러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국내 에어프라이어 대중화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에어프라이어는 품귀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자체 브랜드 아낙라이프 매출은 꾸준히 성장세다”며 “유통비용 최소화를 통해 매력적인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PB 제품군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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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양극화 소비 트렌드는 20~30대 소비자에게서 두드러진다. 주윤황 장안대 경영학과 교수는 “20~30대는 어디에 가치를 두고 소비하는지가 중요한 세대”라며 “자신이 필요로 하고 가치를 느낀다면 고가 가전도 산다”고 말했다. 그는 “굳이 소비할 가치를 찾지 못하지만 필요한 제품은 저가를 찾는다”고 짚었다.

주 교수는 “소비자들이 소득의 격차나 소비 성향이 다양해지며 소비 행태가 세분된다”며 “중간이 없어지며 남은 것은 극과 극”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가 제품 시장은 고가 시장대로 커질 것”이라며 “저가 시장은 중저가도 아닌 초저가 시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