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쇼핑·택시이용 내역 수집 괜찮을까

"필수동의 불편...금리 영향 확인 어려워"vs"씬 파일러 위한 목적"

금융입력 :2019/02/26 17:09    수정: 2019/02/26 17:09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비상금대출(소액 마이너스 대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커머스 이용 내역을 수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감한 정보를 제외한 비식별화된 비금융데이터를 수집해 내부 신용등급시스템(CSS)을 고도화하고, 금융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씬 파일러'(금융 거래가 거의 없어 관련 서류가 얇은 금융 고객)의 금융 생활을 돕기 위한 차원이란 설명이다.

그러나 비금융데이터 수집에 동의하지 않으면 대출을 받을 수 없고, 동의 직후 내가 받는 비상금대출 금리에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없어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 소액 마이너스 통장인 '비상금 대출'의 약관.

26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해당 플랫폼 내에서 '비상금 대출'을 신청할 때 이용자는 일반적인 가계대출 약관 동의 외에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커머스의 사용 데이터 수집에 반드시 동의해야 한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모빌리티 택시의 최근 6개월 탑승 정보와 탑승 횟수, 예상 금액 등을 수집한다. 카카오커머스는 최근 6개월 간 구매 횟수, 환불 횟수, 누적액 등의 정보를 모은다. 카카오 자회사가 되기 전 '카카오쇼핑'의 이용 정보도 수집한다.

카카오뱅크는 정보 수입 목적에 대해 '여신 거래와 관련한 금리 또는 여신 한도 설정, 신용평가(모델 개발 및 적용 전략) 및 신용리스크 관리 정책 수립을 위한 데이터 분석'이라고 표기해놨다. 즉, 금융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비금융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용등급 모델을 고도화해 추후 금융 데이터가 부족한 '씬 파일러' 등을 대상으로 중금리 대출을 집행하는데 쓰겠다는 게 카카오뱅크 측 입장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고객에게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시스템 고도화 차원이고,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이용자의 경제 활동 데이터를 통해 당행 신용평가에 반영하고자 수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재 대출 신청자가 제공하는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커머스 이용 정보가 이번 대출 금리와 한도에 얼만큼 영향을 미치는 지는 대출자가 확인할 수 없다. 이는 신청자가 '필수적'으로 이 정보를 제공해야하는지 혹은 '선택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지를 판가름하는 요소다. 만약 신용평가모델이 구축되지 않은 상태거나 테스트 성격을 띈다면 필수적으로 동의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지만 고객들이 카카오뱅크의 신용평가모델이 얼만큼 구축됐는지는 알 길이 없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의 '중금리 대출 활성화' 간담회에서 "머신러닝 신용평가 모델 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이를 필수적 동의해야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놓은 상태다.

금융감독원 신용정보팀 관계자는 "필수적 동의와 선택적 동의에 대한 입증 책임은 은행에 있다"며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해 놓고 정보를 쓴다면 필수적 동의 요소가 될 수 있는데, 정확한 것은 은행이 비금융정보 중 무엇을 갖고 어떻게 하느냐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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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개인정보 수집 동의서 내 '탑승정보'·'예상금액'에 개인의 위치를 나타낼 수 있는 민감정보가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고, 정보 동의 제공서가 구체적이지 않아 보다 투명한 운영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수집하는 항목 중 위치 정보는 안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유통사에서 넘어오는 비금융데이터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아 상관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