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의 饗宴] LG는 왜 폴더블 대신 듀얼 스크린을 내 놓았나

데스크 칼럼입력 :2019/02/25 15:10    수정: 2019/02/26 19:11

"얼마 전 CES에서 접는 롤러블 TV까지 선보였던 LG라서 그런지, 실망감이 더 큰 거 같네요.", "LG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도 됩니다."

"필요할 때만 붙여서 두개의 화면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폴더블과)직접 비교는 어렵다.", "200만원이 훌쩍 넘는 폴더블폰보다 가성비 측면에서는 더 나을 것 같다."

삼성과 화웨이가 인-폴딩(In-folding)과 아웃 폴딩(Out-folding) 방식의 폴더블폰을 경쟁적으로 내놓은 가운데 LG전자가 첫 5G 스마트폰 V50 모델에 화면을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는 듀얼 스크린 형태의 부가장치를 내놓자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LG전자는 24일(현지시간)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개막에 앞서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제 컨벤션센터(CCIB)에서 전략 스마트폰 'LG G8 씽큐'와 함께 'LG V50 씽큐(ThinQ) 5G'를 동시에 발표했다.

LG전자 모델들이 LG V50 ThinQ로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즐기는 모습.(사진=LG전자)

V50은 5G를 지원하는 LG전자의 첫 번째 스마트폰이다. LG전자는 여기에 더해 듀얼 스크린 솔루션을 하나 더 추가해 선보였다. 이 제품은 사용자가 필요할 때마다 V50에 화면을 하나 덧붙여 쓸 수 있는 탈부착형 부가장치다. 6.4인치 OLED 화면을 갖춘 V50 씽큐 5G에 스마트듀얼 스크린 부가장치를 씌우면 6.2인치 OLED 화면을 하나 더 쓸 수 있는 방식이다. 정확히는 기존 스마트폰에 별도의 스크린을 하나 더 붙여 쓰는 특화된 제품이다.

이를 두고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기술 수준이 낮고 값이 싸 보이는 물리적인 폼팩터 때문이다. 비판적인 입장에서는 삼성이나 화웨이 등 경쟁사 대비 기술적으로 퇴보한 제품이라는 지적이 가장 많다. 반면 폴더블폰보다 가성비 측면에서 좋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무선 디스플레이와 양방향 제어 기술이 탑재돼 있다는 점도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그럼 LG전자는 경쟁사들이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폴더블폰을 내놓은 상황에서 왜 굳이 듀얼 스크린 폼팩터를 공개했을까.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폴더블폰에 대한 기술적 대응보다는 5G 스마트폰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소비자들의 경험과 체험을 한층 더 확대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오랫동안 차세대 이동통신인 5G 상용서비스 시기에 맞춰 5G 스마트폰 개발에 주력해 왔다. MC사업본부의 모든 제품 라인업도 여기에 맞춰져 왔다. 이유는 LTE 시대에 시장 주도권을 상실한 LG전자 입장에서 폴더블폰을 먼저 내놓아 기술적 우위를 자랑하기 보다는 5G 스마트폰에 집중해 과거의 시장 지위를 회복하는 일이 더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LG전자가 기존 플래그십 제품인 G8을 LTE 버전으로, V50과 동시에 출시한 이유도 5G와 4G 시장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일종의 '양수겸장'이다.

듀얼 스크린 부가장치를 끼운 LG전자 V50 씽큐 모습.(사진=씨넷)

또 하나는 폴더블폰 시장 개화가 아직은 요원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사상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올해도 시장 전망은 비관적이다. 스마트폰 교체주기는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웬만해선 스마트폰을 잘 바꾸지 않는다. 폴더블폰이 미래 스마트폰의 기술적 방향을 리딩할 수 있는 제품임은 맞지만 전세계 15억대 수준의 스마트폰 시장에서 100만대 시장은 매우 미미하다. 더구나 15분기째 스마트폰 사업에서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LG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LG에게는 라인업상 데스트를 해볼 여력이나 시간도 많지 않다.

LG전자에게는 아직은 가로, 세로 16:9 비율의 생태계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는 과제가 우선이다. 접었다 펴면 4:3 폼팩터인 전혀 새로운 폴더블폰 시장은 아직은 요원한 이야기다. 폴더블폰용 앱 생태계가 형성되기에도 아직은 갈길이 멀다. 삼성전자 '갤럭시 폴드'의 개발자 앱 가이드도 이제 막 배포되기 시작했다. 5G를 지원하는 V50 사용자가 필요할 때 2개 화면으로 동영상, 게임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약간의 재미를 주는 게 더 맞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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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술적 한계도 존재한다. 폴더블 디스플레이 대량 양산 체제를 갖추기는 쉽지 않다. LG 입장에서는 '폴더블폰은 아직 시기상조'라 생각할 수 있다. 아직은 먼 이야기겠지만 롤러블 디스플레이 기술력으로 롤러블폰을 준비하는 게 더 낫다고 할 수도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듀얼 스크린을 내놓은 이유는 명확하다. 5G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고 소비자들에게 지금 당장 5G 서비스에 대한 경험과 더 효과적인 가치를 주기 위해서다"며 "4:3 비율의 폴더블폰이 의미 있는 시장으로 성장하기엔 아직 갈길이 멀다. LG만의 방식이 중요하고 시장 지위를 회복하는 일이 더 급선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