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데이터 경제 생태계' 구축 및 실행 원년"

[인터뷰]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 원장

인터뷰입력 :2019/02/18 14:17    수정: 2019/02/19 09:12

방은주, 권상희 기자

"올해에는 '디지털 정부'와 '디지털 시민권'이 국가적인 과제로 부각되도록 문제 제기를 하겠다. 또 '데이터 경제 생태계'가 잘 구축될 수 있도록 정부 데이터부터 잘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 실천하겠다. 올해 10대 분야에서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원장은 최근 지디넷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진흥원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이 같이 명료하게 밝혔다. 그는 인터뷰 내내 '데이터 경제 생태계'를 강조했다.

"국가가 가진 모든 데이터에 대한 지도가 올해 안에 만들어진다"면서 "공공데이터 활용 플랫폼이 만들어지면 데이터 지도를 통해 필요한 데이터를 찾아 이용할 수 있다. 올해는 그런 면에서 데이터 생태계 구축과 실행의 원년"이라고 밝혔다.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하고 있는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원장. 올해가 데이터 경제 생태계 구축의 원년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혁신성장을 키워드로 내세우고 플랫폼 경제 구축을 위한 3대 전략투자와 혁신인재 양성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3대 전략투자 분야는 데이터경제, 인공지능(AI), 수소경제다.

이 중에서도 NIA는 데이터경제 분야에서 국가데이터의 기본을 구축하는 주관기관 역할을 맡는다. 예산도 이 분야에서만 1000억 원 가까이를 신규로 투입한다.

NIA 원장 자리를 '극한직업'이라고 표현한 문 원장은 "보따리 하나 짊어지고 서울, 대구, 제주를 왔다갔다하느라 하루에도 KTX를 두세 번씩 타는 게 일상이다. 오랜만에 본 사람들이 살빠졌다고 하는 걸 보니 NIA 원장 자리가 극한직업인 것 같다"며 웃었다.

문 원장은 90년대 초반 IT벤처 태동기에서부터 현재의 모바일 시대까지 20년 이상을 현장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변화를 몸소 체험했다. 78학번인 그는 "민주화 운동 전력으로 받아주는 회사가 없어 IT 관련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세상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었기 때문에 IT와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 원장은 1992년 말 IT기업 나우콤의 전신회사인 BNK를 만들었다. 나우콤 전략기획팀장에서 실장, 부장, 이사를 거쳐 2001년 2월 나우콤 대표이사가 됐다. 이후 2011년까지 대표이사직을 역임하다 민주당 유비쿼터스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디지털 혁신 시대에 기술발전과 산업발전의 현장에 있었던 경험을 살려 공적 영역에 도전했다.

공적 영역 경험 중 가장 의미있는 것으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디지털소통위원장으로서 온라인 입당 시스템을 구축한 일을 꼽았다. 당시 문재인 당대표가 이끌던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내 정당 중에서는 처음으로 온라인 입당 시스템을 도입, 하루만에 2만명이 입당하는 성과를 냈다. 최종적으로 당시 가입한 온라인 당원은 10만명에 달했다.

지난해 4월 NIA 원장에 취임한 그가 임기 중 가장 중시하는 목표는 데이터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AI 시대에 대한민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문 원장은 "산업, 기술적으로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를 추진하고 뒷받침하는 국가 행정 자체가 능력이 커져야 한다"며 "부처 간 칸막이를 깨고 협업해서 스마트한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에 있는 한국정보화진흥원 청사 전경

아래는 문 원장과의 일문일답.

-NIA 미션은 'ICT로 사회 현안을 해결하고 국가 미래를 열어간다'는 것이다. 그동안 어떤 사회 현안을 해결했나. 또 앞으로 해결할 사회 현안은

"지난달 30일이 NIA 창립 32주년이었다. 지난 32년간의 큰 물줄기를 짚어보니 NIA가 대한민국 ICT 인프라와 역사를 같이 했더라. 대한민국 정보화의 역사는 곧 NIA의 역사다.

그동안 해결한 사회 현안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먼저 국가기간망과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구축하는 데 종합계획부터 실행까지를 NIA가 함께했다. 또 전자정부 사업을 주관한 부처 역시 NIA다.

세번째로 컴퓨터 교육도 NIA가 전담했다. 국민의 정부 때 캐치프레이즈가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를 만들겠다'였지 않나. 정보격차 해소 특별법과 정보문화진흥원을 만들어서 천만 컴퓨터교육을 본격화했는데 이를 수행한 기관도 NIA다.

산업화에서 정보화 시대로 넘어오면서 지난 30년간 ▲초고속망 ▲전자정부 ▲교육 이 세가지 축을 중심으로 역할을 해왔다면 지금은 AI 등 새로운 과제에 도전해야 할 시기다. 먼저 정보 고속도로를 구축해서 그 위에 데이터가 흐르고 AI가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

두번째로는 전자정부를 한 단계 혁신해서 디지털 정부(Digital Government)를 구축해야 한다. 전자정부가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를 온라인으로 만든 거라면 디지털 정부는 시스템과 프로세스 자체를 디지털로 새롭게 디자인한 것을 의미한다. 근본적으로는 디지털 바이 디자인(Digital by Design)을 원칙으로 한다.

세번째는 교육이다. 기존 교육이 컴퓨터나 인터넷을 다루는 기능적 교육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이미 디지털이 기본인 세상이 됐다. 모든 생활이 디지털에서 시작해서 디지털로 끝나기 때문에 세상을 제대로 살아갈 기본 소양과 윤리, 역량 등을 키우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디지털 시민권(Digital Citizenship)이라고 한다. 올해는 디지털 정부와 디지털 시민권이 국가적인 과제로 부각돼 관련 정책이 채택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할 생각이다."

-대한민국의 당면 과제는 3%대 경제 성장과 소득 4만달러 이상 달성이다. ICT가 어떻게 해야 이러한 국가 현안을 달성할 수 있을까.

"지난 국민의 정부는 IMF 위기 속에서 출범했다. 그때 정보화에 매진함으로써 IMF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로 힘을 받고, ICT 산업이 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한 것 등이 모두 ICT가 경제위기를 극복한 사례다.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이 세상 모든 것 위에 깔리는 시대가 아닌가. 지금까지는 인간이 가진 디지털 디바이스가 PC, 랩탑,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AI 스피커 등 너댓개였다면 이제는 사물인터넷(IoT)을 통한 연결로 1천개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 들어가는 데이터가 잘 흐르도록 데이터경제 생태계를 만들어주고 이를 분석하는 AI산업을 육성하고, 이에 대한 플랫폼으로 클라우드 산업을 키워야 한다. 여기에 네트워크 고도화까지 선행돼야 한다. 핵심은 데이터다. 데이터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 모든 것이 딸려오는 셈이다."

-NIA가 올해 추진하는 신규 사업은

"주로 데이터 쪽 예산이 1천억 가까이 늘었다. 데이터 플랫폼, 데이터센터, 데이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올해는 10대 분야의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10대 분야와 연계해 100대 데이터센터를 지정하고 데이터를 개방하도록 할 예정이다."

-올해 시행하는 공공데이터 정책은

"지난해 혁신성장을 위해서 데이터경제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키워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올해는 이 키워드를 실제로 구현해야 하는 시기다. NIA는 이를 위해 빅데이터 플랫폼 사업, AI 데이터 구축사업, 공공부문 플랫폼 구축 사업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전자정부는 그동안 한국이 세계 최고였지만 최근 이 자리가 흔들리고 있다

"전자정부 사업은 올해도 계속 된다. 올해는 공인인증서와 액티브엑스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제거하는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전자정부 표준 프레임워크가 있어 그 규격과 표준에 맞춰 전자정부 시스템을 구축해왔다. 그러나 이제 클라우드 시대를 맞이해 전자정부도 클라우드 버전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정보격차 해소와 사이버 윤리, 인터넷 중독 방지도 NIA 소관인데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시민교육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접근하고자 한다. 기존 취약계층에 대한 ICT 활용교육 중심 정책을 확대하고 전국 단위의 디지털 시민권 교육을 위한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초·중·고 청소년들의 교육을 강화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할 생각이다.

4차 산업혁명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는 사회안전망과 평생교육체계를 강화해야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장한 포용국가의 내실을 갖추기 위해서는 디지털 포용이 필요하다.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가 현재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국가 전략 차원에서 이 아젠다를 바라봐야 한다고 본다."

-융합 시대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ICT를 융합해 각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국가 화두다. 올해 어떤 ICT 융합이 진행되나

"의료·복지 쪽에서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지능형 음성 상황 안내 서비스, AI 기반 발달장애아 진단·치료 서비스, 노인치매 케어 로봇 서비스 등이 있다.

시범사업 중에서는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다른 병원에서 이어 진료를 받을 때 자동으로 진료 정보를 전송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서울권역과 부산, 대구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현재는 부산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사업 중이다.

이외에도 지능형 CCTV로 뺑소니를 잡거나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는 사업 등이 있다. AI를 이용해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사업도 있다. ICT 융합본부에서는 국민들이 불편해하는 문제들을 AI 기술을 적용해서 효과를 내고 있다."

-세계적으로 클라우드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가 클라우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클라우드 유통 생태계 조성을 위해 공공 수요자와 민간 제공자를 연결하는 클라우드 전문 스토어 '씨앗'을 운영하고 있다.

또 개방형 플랫폼 기반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 플랫폼 확산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개방형 클라우드 플랫폼인 파스-타(PaaS-TA)를 지속적으로 첨단화해 확산시킬 계획이다.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이 데이터를 주제로 한 행사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문용식 NIA 원장은....

1959년생인 문 원장은 광주에서 출생했다. 전주고등학교를 졸업해 서울대학교에서 국사학을 전공했다. 78학번으로 입학한 그는 1990년에 졸업했다.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대학원에 진학한 후 1992년 나우콤의 전신회사인 BNK를 설립했다.

1992년 나우콤 전략기획팀 팀장으로 시작해 실장, 부장, 이사를 거쳐 2001년 2월부터 2011년 5월까지 나우콤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11년에는 민주당 유비쿼터스위원회 위원장, 2015년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장을 맡았다. NIA 원장으로 취임한 것은 2018년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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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에 관해 그는 "뛰어난 관리자는 훌륭한 숫자를 만들지만 뛰어난 리더는 훌륭한 문화를 남긴다"고 말했다. 리더란 조직의 미래를 위해서 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문 원장의 좌우명은 '꾸준함을 이길 그 어떤 재주도 없다'이다. 이런 제목으로 책도 냈다. '함께 살자' '인문의 스펙을 타고 가라' 등 여러 책을 저술한 그가 감명깊게 읽은 책은 인텔 창업자 앤디 그로브가 쓴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