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프온리] “실패도 멋진 별자리가 되더라”

째깍악어 김희정 대표·이지은 매니저 실패성공담

인터넷입력 :2019/02/14 13:00    수정: 2019/02/20 09:40

많은 청춘들이 부푼 꿈을 안고 생활 전선에 뛰어듭니다. 대부분은 직장생활을 택하고, 일부는 창업을 결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울타리 밖 세상은 사면이 절벽이고 찬바람이 쌩쌩 불기 일쑤죠. 그럼에도 그 외로운 길을 묵묵히 걸어간 선배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 때도 알았더라면’ 싶은 팁 하나만 알려달라고 말이죠. ‘이프온리’(If Only, 부제: 나의 실패 성공기)는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전하는 소망의 메시지를 하나씩 담으려 합니다. 그들의 실패 속에서 성공을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편집자주]

젊은 시절 직장에서 내 성과가 겉으로 잘 드러나고, 회사 또한 이를 인정해주면 왠지 우쭐해지기 일쑤입니다. 잘 된 일이 내 고유한 능력 때문인 것 같고, 뭘 해도 잘해낼 것만 같은 자신감에 차기 쉽죠. 내가 따로 회사를 차려도 지금까지 쌓은 경험과 인맥이 든든한 거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돌봄 서비스 째깍악어의 김희정 대표가 바로 이런 경우였습니다. 마케터였던 그는 직장생활을 하다 “나도 장사나 한 번 해볼까”, “내가 옷을 좋아하니까 옷 가게를 해봐야겠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라는 생각에 회사를 뛰쳐나와 옷가게를 차렸습니다.

성공보다 실패가 한 100배는 쉬운 것 아니겠습니까. 드라마틱한 성공 스토리가 쓰였다면 좋았겠지만, 김희정 대표는 회사에서 빛났던 성과가 “나 때문이 아니었구나”를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월급쟁이였을 때는 그냥 다 계산해주는 대로만 받았었는데...결국엔 이게 사람이 하는 일이더라고요. 굉장히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직원 관리가 굉장히 어렵구나를 한 1년 반 정도 자영업을 하면서 배운 것 같아요.”

매서운 바람을 몸소 체험하고 김희정 대표는 다시 회사로 돌아왔습니다. 그래도 창업에 대한 후회는 하지 않았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것보다, 비록 실패했지만 직접 해보고 여기에서 쌓은 경험이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주말 고객상담과 커뮤니티 운영 업무를 위해 째깍악어에 입사한 이지은 매니저는 자신의 실패한 과거를 ‘잃어버린 10년’으로 표현할 정도입니다. 자신의 피를 끓게 하는 재미있고 멋진 일을 좇아왔지만 결국 남은 행적은 ‘갈지 자’(之) 걸음과 같았습니다. 갈팡질팡한 인생과 같았습니다.

뉴스채널 YTN 개국 초기에 입사한 이지은 매니저는 그 당시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매체였음에도 앵커와 취재 업무를 나름의 보람과 재미를 느끼며 했습니다. 호기심을 끌기 충분한 직업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7년쯤 반복된 업무를 하다 보니 흥미가 떨어졌고 그 무렵 남편이 유학길에 오르기로 하면서 무작정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아파트 수영장에 누워 칵테일을 마시면서 느긋하게 책을 읽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말이죠.

이 꿈은 현실이 되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6개월 만에 싫증이 났고, 그 때 미국 TV로 본 요리채널을 보고 요리 방송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고가의 요리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그는 그 뒤 케이터링 사업과 도시락 사업을 약 10년 간 해왔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재미도 없었고, 무리한 확장이 결국 독화살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런 일을 다 따지면 요리를 10년 정도 했는데, 저는 쉐프도 아니고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 돼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 친구들한테 저는 나의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해요.”

그럼에도 두 사람은 지난 실패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그 때의 경험이 현재의 나를 여기에 있게 한 디딤돌 또는 밑거름이 됐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 시간이 없었다면, 그 때 그 일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없었다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같은 무한 긍정이 그들의 원동력일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이런 시행착오를 겪은 그들은 지금 멋진 사회생활을 하고 있을까요. 아직 스타트업이긴 하지만 투자도 받고,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고 있는 째깍악어가 앞으로 승승장구하게 될까요. 이제 ‘척하면 딱’ 할 만큼의 명쾌한 해법을 찾은 걸까요.

결론적으로 지금도 시행착오의 연속이고, 또 미래에는 이 역시도 실패담으로 기록될지도 모른다는 게 그들의 답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김희정 대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항상 이 자리라는 생각으로 도전의 연속인 삶과 사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두 번째 창업하니까 엄청 잘 해야할 것 같지만 똑같은 문제가 또 발생하더라고요. 째깍악어 사업 특성상 너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또 다른 기술이 필요하더라고요.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어떻게 동기부여를 할지는 여전히 어려운 것 같아요. 결국 무슨 사업이든 혼자 하는 게 아니라고, 팀들이 같이 하는 거란 걸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앞서 실패해본, 먼저 좌절을 경험해본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따뜻한 조언이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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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매니저는 “재미를 향해 용기 있게 도전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요즘 같이 어려운 때에 재미 하나만 보고 무리하게 도전하기도 어렵고, 더구나 실패했을 때 짊어지는 고통은 훨씬 더 클 수 있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김 매니저는 갈지자로 걸어온 자기의 선택과 삶이 “전혀 쓸데없지는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무책임하게 도전하라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과 환경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용기를 잃지 말라는 조언이겠죠.

김희정 대표는 자기의 인생 경력이 일관성 없이 여기저기 찍혀 있다면서도 “이런 발자취들이 결국은 밤하늘의 별자리가 되는 것 같더라”라는 멋진 말을 남겼습니다. 어느 기자에게 들은 말이라고 하는데요, “항상 궁금하고 호기심이 이는 일을 해봤던 성격 때문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도 했지만 이것 역시 또 하나의 아름다운 별자리가 되지 않을까 한다”는 말을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라고 전했습니다.[영상 촬영/편집:유회현·김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