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셧다운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백기자의 e知톡] 파업에 대한 아찔한 상상

인터넷입력 :2019/02/12 13:22    수정: 2019/02/12 15:06

매일 이용하던 네이버 서비스가 갑자기 먹통이 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누군가는 “구글이나 다음(Daum)에서 검색하면 되는데 무슨 쓸 데 없는 걱정이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인터넷 사용자 대부분이 사용하는 네이버의 셧다운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개인 이용자의 불편은 기본이고, 네이버를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소상공인부터, 네이버에 광고를 집행한 광고주(기업)와 대행사들이 금전적 손실을 겪게 됩니다. 이로 인해 네이버는 수많은 소송에 직면할 게 뻔해 보입니다.

네이버 노동조합 파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 네이버vs노조, 양보할 수 없는 카드 ‘협정근로자’ 지정

네이버 노조는 지난해 5월 직원 2천여 명의 의견을 수렴해 총 125개 조항이 담긴 단체교섭 요구안을 회사에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15차례 단체협상 시도가 모두 결렬됐고,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절차에서도 양측은 최종 협상에 실패했습니다. 이에 네이버 노조는 찬반 투표를 거쳐 이달 20일 첫 투쟁(쟁의)에 돌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기자회견에서는 쟁의행위에 있어 파업을 포함해 모든 단체행위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이유는 ‘협정근로자’ 지정을 놓고 서로 다른 요구를 하고 있어서입니다. 협정근로자란 노조가 쟁의 활동을 할 때, 서비스 유지를 위해 쟁의행위에 참가할 수 없는 근로자를 뜻합니다. 즉, 노조가 파업을 포함한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서비스는 유지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근무 인력을 지정하자는 것입니다.

노조 입장에서는 회사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회사가 가장 두려워하는 카드(서비스 마비)가 필요한 셈이고, 회사 입장에선 집안싸움이 일더라도 회사는 살리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양쪽 모두 양보하기 매우 어려운 사안은 분명해 보입니다.

■ 네이버 파업 현실화 된다면?

그럼 잠시 네이버의 집안싸움에서 빠져나와 사용자 입장에서 전체 근무 인력의 약 3분의 1가량인 네이버노조가 파업을 감행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보겠습니다.

먼저 내가 자주 사용하던 네이버 메일, 블로그, 카페 등의 이용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검색은 구글이나 다음에서 대신 하더라도, 메일이나 블로그 등을 비중 있게 쓰던 사용자들은 갑작스레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가 파업해 제조 라인이 멈추고 자동차 생산이 늦어지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불편과 피해가 훨씬 많은 이용자에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약 24만 명의 중소상공인들은 당장 생계가 어려워지게 됩니다. 이들이 납품 받는 재료에 따른 대금 지불도 어려워질 수 있어 그 피해가 더 넓게 확산될 우려도 있습니다.

아울러 네이버에 지역광고를 하거나 디스플레이 광고를 하는 수많은 기업들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광고비용을 이미 네이버에 지불했는데 이로 인한 효과를 보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기업들은 아마도 네이버를 상대로 계약 불이행에 따른 피해금액 청구 소송을 벌일 게 뻔합니다. 네이버는 매출의 상당부분을 광고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쇼핑검색과 검색광고 등이 포함된 비즈니스 플랫폼 매출은 전체의 44%에 육박했습니다. 금액만 2조4천758억원입니다. 일반 디스플레이 광고 매출은 5천700억원에 달합니다.

만약 파업이 장기화 되고, 최악의 경우지만 네이버에 불만이 쌓인 광고주들이 소송전에 돌입할 경우 네이버가 입는 금전적 손실은 수조원대에 달할 수 있습니다. 무리한 상상이지만 지난해 약 5조6천억원 매출을 올린 네이버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밖에 네이버 간편결제인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는 사용자들의 불편과 피해, 여기에 연결된 금융사, 또 뉴스·음악·웹툰·부동산·증권 정보 등을 애용하는 독자들의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개개인에게는 작은 불편과 피해일 수도 있지만 네이버의 사용자 규모를 놓고 보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 사기업을 넘어선 네이버...누구에게도 득 없는 싸움

네이버 듀얼앱

네이버는 법률상 사기업이지만, 온국민이 사용하는 대표 포털 서비스라는 점에서 공공재로서의 성격도 지니고 있습니다. 자의든 타의든 그 영향력 만으로 네이버가 지닌 사회적 책임이 매우 무거워졌다는 뜻입니다.

네이버노조 측은 만약 파업까지 갈 경우 그 책임은 온전히 회사 쪽에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그 동안 노조 측이 제시한 협상안을 회사가 노동 3법에 위배되는 협정근로자 지정을 무리하게 요구하면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논리입니다.

반대로 네이버는 노조 측이 지난해 11월 협정근로자 조항을 핵심 논의 안건에 포함시키는데 동의해놓고, 말을 바꿔 이제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 때문에 노조의 진실성이 의심된다는 의견입니다.

협정근로자 지정이 불가하다는 건 이용자와의 약속을 저버리는 동시에, 네이버 서비스의 본질적인 서비스 가치를 무시한다는 주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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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네이버 노조의 첫 단체 행동이 시작됩니다. 아직 구체적인 쟁의행위는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네이버 분당 사옥 로비에서 경영진을 비판하는 피켓 시위 정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노조 측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더욱 쟁의 강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노조가 밝힌 대로 최후에는 파업의 가능성도 열려있습니다.

네이버 셧다운을 가정하면 이용자, 기업, 네이버, 직원 누구에게도 득될 게 하나도 없다는 점, 그리고 일반 기업들의 파업과는 차원이 다른 피해가 예상된다는 점, 그리고 그 틈을 타서 외산 서비스들이 세력을 키울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네이버 내홍을 보다 심각하고 진지하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