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가 서버이자 스토리지고 데이터센터인 시대"

서정식 현대차 ICT 본부장, '커넥티드카' 주제 강연

컴퓨팅입력 :2019/02/01 15:52    수정: 2019/02/04 09:35

"자동차가 서버가 되고, 스토리지가 되고, 데이터센터가 됩니다. 자동차를 네트워크 및 인터넷과 연결한 커넥티드카 시대에는 기존에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서비스가 만들어집니다. 커넥티드카 생태계 구축을 위해 앞으로 중소기업과 보다 많은 협업을 하겠습니다."

서정식 현대자동차 ICT 본부장은 1일 도산아카데미 스마트포럼(회장 김철균)이 주관한 '제268회 스마트 사회 지도자 포럼'에서 초청 강사로 "커넥티드카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 행사는 지디넷코리아를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후원했다. 행사장인 밀레니엄 서울힐튼 호텔에는 평소보다 많은 100여명이 몰리는 성황을 이뤘다.

'연결의 초월성'을 주제로 강연한 서 본부장은 자동차가 인터넷과 연결됐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변화와 이를 구현하는 혁신이 어떻게 일어나는 지 설명했다.

커넥티드카는 자동차 대량 생산 시대를 연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 이후 가장 큰 변화라는 지적이 있다. 서 본부장은 이를 언급하며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는 차량과 고객이 지속적으로 상호작용을 한다. 완벽한 자율주행은 물론 모빌리티 허브, 지능형 원격 서비스, 혁신적 고객 경험을 하게 해주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의 대표적 예로 자율주행차를 꼽았다. 그에 따르면 교통사고 중 92.4%가 운전자 과실이다. 이중 과속 과 신호위반 같은 운전자 법규 위반이 51.2%로 가장 높다. 이어 운전자의 부주의한 습관(41.2%),

외부 요인(5.6%) 등이다. 자율차가 대중화하면 이 같은 운전자 과실에 따른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정식 현대차 ICT 본부장이 1일 '연결의 초월성'을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서 본부장은 커넥티드카 같은 똑똑한 차를 만들려면 차안에 센서와 스캐너 등 여러 장치를 달고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면서 "수집한 정보는 중앙의 클라우드 센터로 보내 분석을 하고, 분석한 데이터는 다시 안전한 운전을 위해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모아진 정보는 수집과 분석을 통해 '운전자 정보'가 된다. 예컨대, 브레이크를 자주 밝는 사람, 차선 변경을 자주 하는 사람, 깜빡이를 안 켜는 사람 등의 정보를 알 수 있고, 이 정보를 기반으로 여러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

정보통신(ICT) 기술 발전도 커넥티카의 가치를 더 높여준다. 스마트폰과 커넥티트카가 만나면 더 편리한 소비자 서비스가 가능하다. 예컨대 스마트폰이 현관문을 나오는 걸 인지하는 순간 자동차에 신호를 보내 냉난방을 켜거나 시동을 거는 서비스가 가능하다.

또 커넥티드카는 택배회사의 큰 고민거리인 반품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서 본부장은 택배회사의 반품율이 18% 정도 된다면서 "커넥티드 카가 반품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자동차가 모빌리티 중심이 되면서 엔터테인먼트와 각종 커뮤니케이션 허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커넥티드 카 생태계 구축 및 확산을 위해 앞으로 다양한 서드파티와 협업을 할 예정이다. 서 본부장은 "대기업 혼자만으로는 생태계를 구축할 수 없다"면서 "세상을 바꾸는, 우리가 상상 못하는 것들이 많이 나오려면 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관련 사회적 손실을 줄이는데도 커넥티드카가 한 몫을 한다. 도로 손실 등 도로 상태 정보를 빠르고 정확히 알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소음 센서로 알아낸 데이터로 자동차 와이퍼 교체 시점을 알려주는 것도 가능하다. 이밖에 운전자의 운전 습관을 파악 및 분석 할 수 있기 때문에 차등적 자동차 보험료 적용도 가능하다.

김철균 스마트포럼 회장(앞줄 맨오른쪽) 등이 서 본부장 강연을 듣고 있다.

서 본부장은 엔진의 열을 감지해 오일 교체 여부를 알려주고 또 중고차 상태를 정확히 파악 할 수 있는 등 커넥티드 카가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매우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커넥티드카를 구현하려면 운용체계(OS)와 클라우드 플랫폼이 필요하다. 실제 현대차는 연내 자동차용 OS를 개발해 선보일 예정이다. 서 본부장은 "규모가 크면 자체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하는게 맞다"면서 "종속적 클라우드 플랫폼을 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회사는 싫든 좋든 데이터센터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인 그는 "자동차 안에 OS가 들어가고, 또 차가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킹을 해야 하니 서버와 스토리지도 필요하다"면서 "자동차가 하나의 데이터센터가 되고, 이걸 구현해야 하는게 자동차 회사 의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동차 회사가 인터넷 및 게임회사 못지 않게 데이터 자산을 가장 많이 가진 섹터(분야)가 될 것이라면서 생태계 구축을 위해 올해 데이터를 오픈할 것이라고 밝혀 시선을 모았다.

커넥티드 카 시대를 맞아 현대차는 꽤 큰 규모의 빅데이터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 본부장은 "빅데이터와 AI를 많이 이야기하지만, 이걸로 회사나 세상이 바뀌는 건 아니다"면서 "기술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데이터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하는 문제의식이며, 기술도 중요하지만 도메인 날리지(해당 산업 전문성)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 본부장은 고유 UX 개발, 주행 패턴 기반 안전운전 지수, 브레이크 패드 예방 정비, 입사 지원 자기 소개서 분석, 찾아가는 충전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여러 서비스를 예로 들며 "현대차는 국내 최대 수준인 연간 100건 이상의 빅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강연 후에는 여러 질의응답이 이뤄졌다. 클라우드 플랫폼은 어디꺼를 쓰며 보안SW는 무얼 사용하는냐는 질문에 서 본부장은 "수요가 많으면 자체 개발을 해야 한다"면서 "현대차가 글로벌 기업이다 보니 보안 SW도 글로벌 차원에서 소싱을 한다"고 설명했다.

차량 공유 시대가 되면 자동차 회사가 어려워지지 않는냐는 질문에는 "차 수요가 줄 수 있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출 할 수 있고, 제조업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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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안전한, 완전 자율차가 언제 쯤 나올 것 같냐는 질문에는 "비즈니스 요구와 규제, 기술, 3박자가 모두 맞아야 가능한 일"이라며 "특정 시기를 못박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과 경쟁해 이긴 디바이스가 없다"면서 "차량 데이터를 이용해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하고, 이는 대기업 혼자 할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BMW 등 외국 대형 자동차회사와 현대차간 기술 경쟁력 비교에 대해서는 "우리는 시작은 빨랐는데, 데이터를 가열차게 못 모았다. 작년부터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외국 자동차회사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정된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데이터 싸움에서 그들이 1등이 되기는 어렵고, 현대차는 세계 곳곳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기 때문에 더 유리하고, 오는 2021년 이 분야 글로벌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268회 스마트사회 지도자 포럼이 1일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