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인수전, '카카오·넷마블·텐센트 3파전' 시나리오

자금 조달과 김정주 대표에 제시해줄 명분이 관건 될 듯

디지털경제입력 :2019/01/31 15:44    수정: 2019/01/31 15:53

넥슨 인수전이 3파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중국의 텐센트가 가장 먼저 인수 의향을 드러내고 주관사를 선정하며 물밑 작업을 시작한데 이어 카카오와 넷마블이 잇따라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3사 주도의 컨소시엄간 대결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것.

이밖의 다수의 사모펀드도 인수 의향을 드러냈지만 실제로 이들 투자기업이 인수 주체가 될 가능성은 낮고 3사 컨소시엄에 헤쳐모일 것이란 전망이 설득력 있다.

또 텐센트와 카카오 및 넷마블이 지분 관계로 얽혀 있어 이들 세 기업 혹은 여러 조합의 두 기업이 연합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지만, 향후 인수된 넥슨에 대한 지배력 행사나 저작권 소유 문제의 어려움 등을 감안하면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은 편이다.

3파전 양상 속에서 최종 승자를 가를 변수는 매수 희망가격과 함께 김정주 엔엑스씨(NXC) 대표의 '전략적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 대표의 지분 매각이 '아름다운 퇴진'으로 인식되려면 이번 인수합병(M&A)의 경우 한국 게임산업 발전 방향 및 넥슨의 고용 승계에 대한 구체적인 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넥슨 설립자 김정주 NXC 대표, 실익과 명분 두고 고민할 듯

김범수 카카오 의장(좌)과 김정주 NXC 대표(중), 방준혁 넷마블 의장(우).

김 대표를 잘 아는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김 대표는 매각 과정에서 실익과 명분을 모두 고려하겠지만 각 컨소시엄의 제시 가격이 너무 터무니 없지만 않다면 대한민국 게임 산업과 넥슨 직원에 대한 예우 문제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민할 것"이라며 "여타 M&A와 달리 넥슨 매각은 이 점에서 독특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텐센트는 인수 후보군으로 가장 먼저 가장 유력하게 떠올랐지만 이 점에서 김 대표와 최종 협상 테이블에 앉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많다.

김 대표 측이 텐센트에 지분을 매각하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 및 인력, 게임 주요 IP, 20여년간 쌓은 게임 사업 노하우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며 게임 업계 맏형이 오직 돈을 위해 도의를 버렸다는 지적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텐센트에게 넥슨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던전앤파이터 등으로 오랜시간 탄탄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해왔고, 던전앤파이터는 중국에서만 영업이익 1조원에 달하는 주요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1대 주주 자리 대신 2~3대 주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두 컨소시엄에 합류하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이 관점에서 볼 때 텐센트가 사실상 자금을 대고 카카오나 넷마블 혹은 그 둘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연합 컨소시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넷마블의 경우 "국내 자본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하겠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어 이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국내 자본으로 국익 지키겠다는 넷마블 컨소시엄

넥슨 판교 사옥.

김 대표 입장에서 텐센트 카드를 선택하기 부담스럽다면 현재로서는 카카오와 넷마블 컨소시엄 가운데 하나를 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넷마블 컨소시엄의 경우 국내 자본 중심이라는 점에서 김 대표에 좋은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넷마블 컨소시엄에 대해 김 대표가 두 가지를 우려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1~2위를 다투는 넥슨과 넷마블이 한 몸이 될 경우 국내 게임 업계 생태계의 쏠림 현상이 극대화해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첫째다.

과거 사연도 약간의 걸림돌로 인식될 수 있다. 슈팅 게임 서든어택 퍼블리싱 계약을 둔 마찰과 넥슨이 엔씨소프트 경영에 참여하고자 했을 때 넷마블이 엔씨의 백기사로 나선 이력이 그것이다. 김 대표 입장에선 개인적으로 호감이 적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넥슨과 넷마블이 한 몸이 돼 한국 게임 업체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는 그림을 상상한다면 두 우려를 불식할 수도 있다.

카카오 컨소시엄 역시 김 대표의 입장에선 매력적일 수 있다. 카카오의 주요 사업 방향이 비게임으로 전환한 만큼 넥슨 고유의 게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줄 경우다.

만약 카카오 측이 지분 인수 협상 카드로 넥슨 등 게임사업 부문의 독립 경영을 보장해준다면, 기존 게임 부문의 임직원들이 안고 있는 고민꺼리가 일부 해소될 수 있다. 김 대표의 입장에선 카카오 측이 이 같은 제안을 해주길 내심 바랄 수 있다.

다만 카카오가 텐센트 등의 해외 자본이 포함된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셈법은 좀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텐센트에 넥슨의 주요 IP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는 남게되기 때문이다.

카카오와 넷마블이 넥슨 인수를 위해 손을 잡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카카오는 비게임 부문, 넷마블은 게임 부문을 각각 나눠 인수하는 쪽이다. 이럴 경우 10조에 달하는 인수 자금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김 대표는 게임 외 고급유모차 브랜드 스토케, 가상화폐거래소, 해외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여러 사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 넷마블 연합은 다른 시각에선 텐센트가 환영할만한 일이다. 텐센트는 카카오와 넷마블의 지분을 각각 6.7%와 28%를 보유한 만큼 뒤로 자금을 대고 우회적으로 중국 내 넥슨 게임 IP 사용 권한 확보를 시도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시장의 반발은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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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정주 엔엑스씨(NXC) 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과 특수관계인인 부인 유정현 감사 등의 지분 전량(98.64%)을 매물로 내놨다.

김 대표 측의 지분 평가액은 NXC이 보유한 넥슨재팬의 지분 가치 약 6조 원과 보유 게임 IP의 가치, 경영프리미엄 등을 합산해 약 10조 원대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