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빼고 다 잘한 애플, 아이폰 빼도 잘 할까

서비스 약진은 뚜렷…"좀 더 적극적 전략 필요"

홈&모바일입력 :2019/01/31 10:58    수정: 2019/01/31 17:3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아이폰 빼곤 다 잘했다.”

기업들은 실적 발표 때 가급적 ’잘한 부분’을 부각시킨다. 굳이 부진한 사업을 도드라져보이게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게 IR의 기본이다.

29일(현지시간) 공개된 애플의 분기 실적 자료 역시 이 공식에 충실했다. 애플은 공식 발표엔 ‘서비스, 맥, 웨어러블 매출 사상 최대’란 제목이 붙어 있었다. 주당 수익이 4.18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내용도 부각시켰다.

하지만 애플 발표대로 나온 기사는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대부분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애플 매출이 4.5% 감소했다는 내용을 중요하게 다뤘다. 그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 서비스, 전체매출의 13% 기여…문제는 아이폰 의존

그렇다고 애플이 엉터리 발표를 한 건 아니다. 실제로 지난 분기에 아이폰 빼곤 다 잘했다. 아이폰 매출은 15% 감소한 반면, 나머지 매출은 19%가 증가했다. 특히 서비스 부문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1분기 서비스 매출은 108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13% 가량을 책임졌다.

아이폰 비중이 워낙 커서 그렇지 서비스 사업 역시 만만한 존재는 아니다. 미국 경제 매체 쿼츠에 따르면 앱, 영화, 게임 등 서비스부문의 최근 4개 분기 매출은 396억 달러에 이른다. 페이스북 매출에 조금 밑도는 수준이다. 포천 500대 기업 중 79위에 이르는 규모다.

애플 역시 그 동안 서비스 사업을 강조해 왔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틈날 때마다 “서비스 매출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아이폰 이후’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축을 차지한다고 해도 크게 그르진 않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아이폰 빼곤 다 잘했다”는 애플의 발표가 생뚱맞은 건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진 않다. 부진했던 아이폰은 여전히 애플 매출의 60%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아이폰 빼곤 다 잘했다’는 애플 얘기가 공허한 건 그 때문이다.

쿼츠가 그 부분을 꼬집었다. 서비스 부문 역시 아이폰을 빼곤 얘기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왜 아이클라우드를 구매할까? 아이폰 저장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애플케어 매출 역시 아이폰을 빼곤 생각하기 힘들다. 쿼츠는 “가입자 5천만명에 이르는 애플 뮤직은 가입한 뒤 까먹고 취소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애플은 개별 단말기 판매 중심의 현재 비즈니스 구조를 바꾸고 싶어 한다. 일관된 매출이 꾸준이 나오는 서비스 쪽에 관심을 갖는 건 그 때문이다.

결국 “아이폰 빼곤 다 잘했다”는 애플의 홍보가 설득력을 갖기 위해선 “아이폰 빼고도 잘 살 수 있는가”란 또 다른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어야만 한다.

■ 쿼츠 "애플, 정말 변신 원한다면 서비스 올인해야"

이런 관점에서 쿼츠는 “애플이 진정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길 원한다면 서비스 쪽에 진짜 올인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아마존 프라임 같은 서비스 전략을 깊이 있게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단 지적이다.

아마존 프라임은 원래 고속 배송 할인 혜택에서 출발했다. 이후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프라임 뮤직 등으로 확대했다. 무료 배송 뿐 아니라 전자책과 잡지, 사진 저장공간 등의 혜택을 추가하면서 연간 회원을 대폭 확대했다.

연간 119달러에 이르는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하는 건 이런 혜택 때문이라고 쿼츠가 지적했다. 현재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는 1억 명을 웃돈다.

(사진=쿼츠)

애플도 비슷한 비즈니스를 갖고 있다. 애플 뮤직, 아이클라우드,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등도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 들어선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를 위해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넷플릭스와 비슷한 동영상 서비스 가입자 모델을 구축하겠단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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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런 전략들이 ‘아이폰 이후’를 책임질 정도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아이폰 빼곤 다 잘했다’는 애플의 호언이 힘을 받기 위해선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