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파트너스 "STO는 ICO 대안이 될 수 없다"

한중섭 리서치 센터장 "STO 시장 아직 걸음마 단계"

컴퓨팅입력 :2019/01/29 17:23    수정: 2019/01/29 17:23

암호화폐 시장에서 증권형 토큰발행(STO)이 암호화폐공개(ICO)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STO가 블록체인과 전통 금융 시장을 잇는 교량 역할을 하며 침체된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체인파트너스는 STO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거품이 끼었다고 진단한다. 아직 STO는 실험적 단계에 불과하며, 전통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STO가 ICO의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체인파트너스는 29일 서울 강남구 마루280에서 체인파트너스 미디어톡을 개최하고, 증권형 토큰의 현황과 향후 시장을 전망했다.

한중섭 체인파트너스 리서치 센터장

■ 규제로 저무는 ICO시장…"유틸리티형 토큰에서 증권형 토큰으로"

한중섭 CP 리서치 센터장은 STO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로 규제 강화를 꼽았다. 지난해 12월 G20은 암호화폐 규제에 합의하기로 공표했다. 한국도 지난해 9월 ICO 전면 금지를 발표했다.

ICO 시장에 대한 높은 피로감도 한 요인이다. 초창기 온라인상에 백서를 올리고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토큰을 모집하는 ICO는 혁신적인 자금 조달로 주목받았으나, 함량 미달의 프로젝트들의 범람 등으로 시장 참여자들은 ICO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한 센터장은 "지난해 ICO 시장은 과열됐었으며, 연간 기준 약 8조원의 자금을 조달했다"며 "하지만 하반기 ICO 월평균 조달액은 상반기 대비 74% 하락했다"고 열기가 꺾인 ICO 시장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증권형 토큰은 무엇일까.

증권형 토큰은 자산을 토큰의 형태로 변환한 것으로 주식, 채권, 파생상품과 같은 전통 금융상품과 유사한 성격을 띤다.

한 센터장은 "모든 ICO프로젝트들은 법 해석에 따라 증권이라 볼 수 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며 "따라서 이전의 ICO프로젝트들은 이러한 규제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사의 토큰을 유틸리티형 토큰으로 포장해 발행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틸리티 토큰의 ICO 시장이 침체되자, 최근에는 차라리 규제를 준수하자는 움직임"이라며 "유틸리티형 토큰에서 증권형 토큰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STO, 현재 실험 단계…"거래량, 유동성 미미"

STO 시장에 대한 높은 기대를 반영하듯, 패트릭 번 티제로 CEO는 "월가에서 발행된 모든 종류의 주식과 채권이 5년 이내에 토큰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티제로는 미국 인터넷쇼핑몰 오버스탁의 자회사다.

하지만 한 센터장은 "STO 시장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단언했다. 현재 STO는 굉장히 실험적인 단계이며, 전통 금융 기관의 참여 없이는 STO 시장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상장된 유틸리티 토큰은 2천 개인 반면, STO가 완료된 건 10개 남짓한 수준"이라며 "아직 거래량과 유동성이 굉장히 미미하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STO 시장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데, 미국 규정에 의하면 증권형 토큰은 통상적으로 6개월에서 1년 이내의 락업 기간이 존재한다"며 "증권형토큰 시장의 유동성과 유통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할지는 적어도 2021년 이후에나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성장 동력인 것은 맞지만, 단기간 시장을 크게 바꿀 요소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 "STO 시장, 자산유동화 토큰이 이끌 것"

한 센터장은 증권형 토큰 발행 목적을 크게 두 가지로 분석했다. 하나는 신생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한 것이고, 또 하나는 자산 유동화를 위한 발행이다.

그중에서도 자산 유동화형 증권형 토큰이 앞으로 STO 시장을 이끌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신생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한 시장은 이미 전통 시장 내에 많기 때문이다.

체인파트너스는 전체 증권형 토큰 시장에서 신생기업 자금 조달 증권형 토큰의 비중은 2019년 59%에서 2030년 6%로 하락하는 반면, 같은 시기 동안 유동화 증권형 토큰의 비중은 41%에서 94%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자금을 조달하려는 신생기업은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나 벤처 캐피털을 이용하면 되고, 자산을 유동화하려는 주체는 자산 유동화 증권(ABS)를 발행하면 된다"며 "따라 신생기업 자금 조달을 위한 STO 수요는 ICO 광풍처럼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산 유동화형 토큰은 부동산, 예술품 등을 토큰으로 쪼개 유동성 지닌 자산으로 분배하는 것을 말한다. 한 센터장은 "처음에는 몇 개의 프로젝트들이 시도될 거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전통 금융 기관들이 자신들이 하던 것을 그대로 인프라 덮어서 이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며 "하지만 이것이 실현되는 것은 2025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STO 시장 크려면 규제, 표준, 인프라, 금융기관 참여 필요"

한 센터장은 STO 시장이 크기 위해서는 ▲명료한 규제 확립 ▲국제적 표준 ▲인프라 성숙 ▲전통 금융기관 참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아직 토큰이 무엇인지 명문화 된 게 없을 정도로 명료한 규제 확립이 안 돼 있으며, 국제 표준 프로토콜도 없다"며 "ICO 시장이 클 수 있었던 이유도 이더리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발행되는 토큰 표준인 ERC20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STO 시장에 표준 프로토콜이 생기는 데는 향후 1, 2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형 토큰으로 패러다임이 넘어가면 보안에 대한 기준도 높아질 거로 전망했다. "2019년은 증권형 토큰 인프라를 구축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암호화폐 지갑, 보험 상품 등 인프라가 많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STO 시장이 커지더라도 국내 사업 환경은 밝지 않을 전망이다. 여전히 암호화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센터장은 "한국은 신생기업 자금 조달 목적으로 증권형 토큰이 발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과 달리 한국은 대체거래소가 없어 KSM, KONEX에서 발행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면 유동성도 낮고 거래량도 안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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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증권형 토큰을 발행하는 프라이머리 마켓과 유통하는 세컨더리 마켓이 분리되지 않은 상황도 언급했다. "현재 토큰 시장에는 프라이머리 마켓과 세컨더리 마켓을 분리하는 명문화된 규제가 딱히 없는 상황"이라며 "한 주체가 발행과 유통을 모두 해버리면 투자자한테 피해를 줄 수 있어 문제 될 소지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초기 시장이기 때문에 규제가 없어 생기는 성장통이라 생각한다"며 "지금 국제적으로 그런 문제를 논의하는 추세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