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 해결사로 등장한 스마트글래스

활용도 다각화로 지난 한 해 세계 시장 31조 규모 성장

디지털경제입력 :2019/01/30 08:25    수정: 2019/01/31 10:44

AR(증강현실) 기기인 스마트글래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중이다. HMD마켓, 디스플레이뱅크 등 시장조사업체와 한국과학기술정보원 등 연구기관에 따르면 2014년 전세계 시장은 4억 6천900만 달러(약 4천800억원), 국내 시장 규모는 117억 원이었다.

스마트글래스 시장이 활용도 다각화를 통해 급성장중이다.

그러나 2018년에는 전세계 시장이 312억 4천만 달러(약 31조 2천500억원), 국내 시장 규모는 9조 3천억원 규모로 급속히 성장했다. 리모트 어시스턴스, 비전피킹 등 산업 현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은 물론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등 활용 범위도 넓어졌다.

■ 산업 현장 기대에 못 미친 구글글래스

이처럼 급속도로 성장한 스마트글래스 시장에서 정작 출시 초기 큰 주목을 받았던 구글글래스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구글글래스의 산업 현장 적용 사례는 극히 제한적이다. (사진=씨넷)

구글글래스는 2014년 4월 '구글글래스 익스플로러 에디션' 출시 이후 '미래의 디스플레이'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2015년 1월 구글은 구글글래스 생산과 판매를 전격 중단했다. 2017년 기업용 제품이 출시됐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 도입되어 성과를 거둔 사례는 찾기 어렵다.

관련 업계는 구글글래스의 실패 요인으로 기본적인 요구사항을 충족시키지 못했음을 지적한다. 표시되는 정보를 보기 위해 일일이 눈동자를 움직여야 함은 물론 짧은 배터리 지속시간이 가장 큰 한계로 꼽힌다.

■ 프로젝터 기술을 눈 앞으로, 엡손 모베리오

반면 엡손은 2011년 프로젝션 방식 스마트글래스인 '모베리오'(Moverio)를 최초 출시한 후 2014년 2세대, 2017년 3세대 제품을 출시하며 지속적인 성장중이다.

실리콘 OLED 패널을 탑재한 엡손 모베리오 BT-350. (사진=한국엡손)

한국엡손 관계자는 "잉크젯 프린터 헤드와 프로젝터용 LCD 패널 뿐만 아니라 고급 정밀 시계를 제조하던 엡손의 기술력이 결합해 가장 큰 시너지를 낸 제품이 모베리오"라고 설명했다.

특히 3세대 제품인 BT-350은 프로젝션 패널을 엡손이 독자 개발한 0.43인치 실리콘 OLED로 교체해 명암비를 100,000:1로 향상시키고 색재현도, 야외 시인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소형·경량화를 통해 장시간 착용이 필수인 상용 환경에 최적화됐다.

■ 리모트 어시스턴스 "한정된 인력과 숙련도 극복"

모베리오는 스마트폰 AR 앱에 비해 양손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내가 보는 사물을 다른 사람에게 실시간으로 전송도 가능하다. 이런 특성을 가장 잘 활용한 것이 바로 '리모트 어시스턴스'다.

리모트 어시스턴스를 활용하는 현장 작업자.

리모트 어시스턴스는 현장 인력이 대형 건설 기기나 선박 등을 수리할 때 시행 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현장 작업자가 보는 사물이 전면 카메라를 통해 전달되며 이를 원격지에서 확인한 상급자가 지시를 내리면 작업 내용이 다시 스마트글래스로 전송된다.

이는 한정된 인력과 사람마다 다른 숙련도를 극복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꼽힌다. 한국엡손 관계자는 "일본 한 케이블 회사가 모베리오 BT-2000으로 리모트 어시스턴스 시스템을 구축한 결과 불량 제품으로 인한 손실률이 1/3 수준으로 줄었다"고 소개했다.

또 "최근 LCC(저비용항공사) 대거 출범으로 숙련된 인력 확충이 어려워진 국내 항공업계, 특히 정비분야에서 리모트 어시스턴트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 물류 업계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비전피킹'

각종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인력들을 지원하는 '비전피킹'은 물류산업의 효율성을 향상시킬 기대주로 꼽힌다.

ST로지스틱스의 비전피킹 시스템. (그림=유튜브 캡처)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생산성 향상 요구에 직면한 국내 대기업 역시 몇 년 전부터 비전피킹 관련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6년 싱가포르 물류업체 ST로지스틱스는 산업용 스마트글래스인 모베리오 BT-2000을 이용해 창고 직원과 포크리프트 운전자를 위한 비전피킹 시스템을 개발해 운영했다. 스마트글래스 화면에 물품 번호와 위치를 내비게이션처럼 알려주고 바코드를 내장 카메라로 스캔해 사내 시스템에 실시간 업데이트하는 방식이다.

■ 청각장애인·외국인 위한 자막으로 삶의 질 향상

스마트글래스를 삶의 질 향상에 응용한 사례도 있다. 바로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자막이다. 국내 제작 영화는 대부분 무자막이며 스마트폰을 이용한 자막 기능은 촬영 등 저작권 침해 우려, 화면 광량으로 인한 몰입 방해 등 여러 요인으로 도입이 쉽지 않다.

스마트글래스는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에도 활용될 수 있다.

반면 스마트글래스는 화면 영상을 가리지 않고 간단한 설정으로 한국어 뿐만 아니라 영어, 일본어 등 다양한 자막을 볼 수 있다. 특히 영어와 한국어 등 2개 이상의 자막을 투사해야 하는 국제영화제 등에서 해당 기술이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엡손은 2017년 소형·경량 상업용 제품인 모베리오 BT-300을 활용해 청각장애인을 위한 영화관람 보조기기 시연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시연에 참여한 관계자는 “청각장애인 외에 한국에 사는 외국인 관객도 극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5G 보급으로 스마트글래스 시장 확대될 것"

지금까지 스마트글래스는 산업 현장의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오는 2020년부터 본격 도입될 초고속 통신 기술인 5G는 스마트글래스의 영역 확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손에 드는 대신 편안하게 누워서, 혹은 걸어다니며 유튜브와 OTT 서비스 동영상을 즐기려는 소비자들이 스마트글래스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엡손은 산학협력과 공모전 등을 통한 AR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한국엡손)

시장조사업체 주니퍼리서치 역시 스마트글래스 시장 규모가 오는 2020년까지 90억 달러(약 9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 역시 오는 2022년까지 스마트글래스가 스마트워치 다음으로 큰 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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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드론은 물론 자율주행차와 5G 등 시장 환경 변화에 따라 산업용 시장은 물론 일반 소비자까지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각종 AR 콘텐츠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한국엡손 관계자는 "국내 통신사와 OTT 업체도 스마트글래스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 지난해 11월 모베리오를 활용한 AR콘텐츠 개발 공모전을 진행하는 등 AR 콘텐츠 확보와 산학협력을 통한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지속적 투자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