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vs 애플, '누가 甲이냐' 놓고 갑론을박

이통사에 거래상 지위남용 혐의...내달말 3차 심의

디지털경제입력 :2019/01/21 17:00    수정: 2019/01/22 13:17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와 애플코리아유한회사(이하 '애플코리아')가 거래상 지위남용 혐의를 놓고 한치의 양보 없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공정위가 애플코리아 불공정거래 심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지난 16일 진행된 2차 심의에서는 경제학자·경영학자들이 대거 참고인으로 참여해 애플코리아의 시장 지배적(우월적) 지위 확보 여부를 놓고 대리전을 펼치기도 했다.

관련 업계는 공정위가 애플코리아에 최소 수백 억원, 최대 1천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플코리아 역시 과징금 액수에 따라서는 이의신청이나 집행정지, 행정소송으로 불복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 "애플, 광고비·수리비 이통사에 떠넘겼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코리아는 2009년 아이폰 출시 이후 TV 광고·옥외 광고 등 비용과 매장 전시/진열 비용, 수리 비용 등을 국내 이동통신 3사에 떠넘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애플코리아는 옥외 광고 비용등을 이동통신사에 떠넘겨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예를 들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TV·옥외 광고는 모두 애플의 하청을 받는 광고대행사가 제작하고 애플이 공급한다. 그러나 정작 광고비를 내고 이를 집행하는 이동통신사는 광고 내용을 수정할 수 없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이런 관행에 불공정거래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애플코리아에 발송한 바 있다. 이어 이번 사안을 '애플코리아(유)의 거래상지위 남용행위 등에 대한 건'으로 명명하고 지난 12월부터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갔다.

■ 애플코리아 지위 둘러싼 '경제학자 대리전'

공정위가 심의를 진행중인 안건은 원칙적으로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다. 그러나 공정위는 지난 16일 열린 2차 심의 내용 중 일부를 참고 자료 형식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경제학자·경영학자들이 공정위, 또는 애플코리아 측의 참고인으로 출석한 2차 심의의 핵심 쟁점은 애플코리아의 시장 지배적 지위 확보 여부다. 쉽게 말해 애플코리아가 '갑'인지 아닌지를 따졌다.

2차 심의에서는 애플코리아의 시장 지위가 쟁점이 됐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애플코리아가 부른 참고인들은 "애플코리아가 국내 이동통신사보다 협상력이 높지 않으며 애플이 아이폰 브랜드 유지 차원에서 광고활동에 관여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광고기금 조성도 애플코리아와 국내 이동통신사 모두에 이익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공정위 측 참고인들은 "양자간의 거래에서 애플코리아가 우위에 있으며 광고기금 역시 이동통신사의 이윤을 착취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반박했다. 또 애플코리아의 광고활동 관여가 브랜딩 전략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맞섰다.

■ "퀄컴 당시보다 심의 과정 짧아질 듯" 전망도

애플코리아에 대한 공정위 심의는 앞으로도 수 차례 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오는 2월 말 3차 심의에서는 광고 비용 전가 등 구체적인 행위사실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6년 공정위가 퀄컴에 사상 최고 금액인 1조원 대 과징금을 부과할 때 역시 총 7차례에 걸쳐 심의가 진행됐다. 그러나 이번 애플코리아 불공정거래 심의 과정은 상대적으로 짧게 끝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특허 사용권 등을 두고 삼성전자, 인텔 등 글로벌 기업까지 심의에 참석했던 퀄컴 건과 달리 이번 건은 당사자가 애플코리아와 국내 이동통신사로 압축되면서 단순 사실 여부만 따지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는 공정위가 애플코리아에 최소 수백 억원, 최대 1천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애플코리아 역시 과징금 액수에 따라서는 이의신청이나 집행정지, 행정소송으로 불복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 각국 경쟁당국도 애플 관행에 '제동'

세계 각국 경쟁당국도 수 년 전부터 광고기금 출자 강요, 수리비 전가, 구매 대수 제한 등 애플의 마케팅 관행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2016년 프랑스 경쟁위원회는 이동통신사에서 시장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로 애플에 4천850만 유로(약 61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당시 프랑스 경쟁위에 따르면 애플은 프랑스 각 이동통신사에 3년간 아이폰 최저 구매 대수를 지정하고 광고기금 출자, 이동통신사의 특허 무상 이용권 등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쟁당국이 애플의 불공정행위 심사에 들어갔다가 이를 중단한 사례도 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2016년부터 애플과 NTT도코모나 소프트뱅크, au(KDDI) 등 일본 3대 대형 이동통신사가 체결한 계약에 대해 '독점 금지법 위반의 우려가 있다'며 심의에 착수했다.

일본 공정위는 애플 불공정행위 심사에 착수했다 2년만에 중단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당시 일본 공정위는 의무판매 수량이나 아이폰 전용 요금제 도입, 보조금 지급 등을 구체적으로 명기한 '아이폰 어그리먼트'(iPhone Agreement)라는 문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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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해 일본 공정위는 '애플의 독점금지법 위반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었다'는 이유로 심의를 백지화했다. 애플 일본 법인(애플재팬합동회사)과 이동통신 3사가 문제 소지를 없앤 새로운 계약을 맺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애플코리아는 지디넷코리아 문의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힐 내용이 없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