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로봇, 수술방 협동로봇과 다름없죠"

[인터뷰] 이재준 큐렉소 대표이사

디지털경제입력 :2019/01/18 16:19    수정: 2019/01/18 16:26

보통 로봇산업을 생각하면 거대한 산업용 로봇이나 협동로봇 아니면 안내로봇 같은 서비스로봇을 떠올리기 쉽다. 수술로봇은 로봇업계에서도 매우 특수한 영역이다. 사람 생명이 오가는 좁은 수술방에 의료진과 함께 들어가 에러 없이 협업할 수 있어야 한다. 타깃이 병원, 의료기관 등으로 한정돼 빠른 매출 성장이 어렵다보니 자본과 기술을 갖춘 대기업은 오히려 진입하기 더 힘든 점도 있다.

결국 해외 로봇이 주도하는 이 시장에 큐렉소가 10년 이상 쌓은 경험과 자체 기술력을 앞세워 존재감과 시장 확대에 나섰다.

이재준 큐렉소 대표는 수술로봇이 최근 산업에서 자동화 핵심 요소로 주목받는 협동로봇과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안전 울타리 없이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안전성과 정확성을 갖추고 사람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특성이 그대로 닮았다는 설명이다.

17일 기자와 만난 이재준 큐렉소 대표는 “산업 현장에서 쓰는 로봇을 의료 현장 특히 수술방에서 접목시키려는 노력은 꾸준히 있었다”며 “기존 로봇의 크기를 줄이고 사람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것이 협동로봇이다. 협동로봇은 사람이 더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인데 수술로봇도 같다”고 말했다.

이재준 큐렉소 대표이사.(사진=큐렉소)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고 때로 뼈를 깎는 식의 힘든 작업을 요하는 수술방에서 단순 반복적이고 고된 작업을 수술로봇이 할 수 있다면 의료진은 더 정밀한 진단이나 최적의 수술 방법을 궁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의료는 사람의 여러 행위 중 특히 고부가가치 행위”라며 “수술로봇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진을 돕는 측면에서 사람이 가치 있는 일을 하도록 돕는 역할을 가장 잘 수행하는 것”이라며 강조하기도 했다.

큐렉소는 뼈 절삭이나 뼈 관련 수술 가이드를 할 수 있는 수술로봇과 하지재활로봇에 집중하고 있다. 뼈 관련 수술로봇은 2006년 미국 현지법인 큐렉소 USA(현재 TSI·Think Surgical, Inc)을 설립하고 미국기업 노바트릭스(Novatrix)로부터 수술로봇 로보닥(Robodoc) 관련 산업재산권을 무상 증여받은 후 기술력을 확보해왔다.

이후 의료로봇 개발·제조를 맡은 TSI가 초기 모델인 로보닥 서지컬 시스템(ROBODOC Surgical system)과 개선 제품인 티솔루션원 서지컬 시스템(Tsolution One Surgical system)를 만들어왔다. 모기업 큐렉소는 국내를 중심으로 아시아태평양(아태) 시장에 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재활로봇 기술은 2017년 9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의료용 로봇사업부문을 양수하면서 확보했다. 해당 사업부문 기술연구소가 개발해온 보행재활로봇 모닝워크(MorningWalk)와 바늘삽입 중재시술 가이드로봇, 환자이송로봇 사업 관련 역량을 그대로 흡수한 것이다.

정형외과에서 인공관절 수술을 할 때 사용하는 로보닥 서지컬 시스템과 티솔루션원 서지컬 시스템은 국내 병원에 19대가 설치됐다. 2017년 출시된 티솔루션원 서지컬 시스템은 지난해 국내 3대, 싱가포르에도 1대 판매됐다. 해당 제품은 지난해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공 무릎관절 임상시험도 완료해 올 하반기 판매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로보닥 서지컬 시스템은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판매돼 임상 사례가 계속 쌓이고 있다”며 “더 개선된 제품인 티솔루션원 서지컬 시스템은 국내서는 이미 판매 중이며 CE 인증도 받았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오는 3월 FDA 인허가를 신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작년부터 관절수술·하지재활로봇 자체 개발

티솔루션원 서지컬 시스템은 현재 큐렉스의 주력 제품이지만 큐렉소는 업계 전문가들로부터 받은 피드백을 고려해 지난해부터 TSI을 통한 개발이 아닌 자체적인 인공관절 수술로봇 개발에 들어갔다. 척추수술로봇과 하지재활로봇도 함께 신제품 연구 중이다.

이 대표는 “당초 제품 개발, 제조는 미국법인이 담당했지만 그동안 병원 현장에 제품을 공급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쌓은 경험과 현대중공업 의료용 로봇사업부문 인수로 얻은 역량을 활용해 지난해부터 큐렉소가 직접 제품을 연구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의료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고 의료진도 세계 최고 수준에 아이디어가 많아 제품에 대한 피드백도 많이 받고 있다. 이미 판매된 제품을 활용한 임상도 매년 1500여건이 넘는다”며 “이런 자산을 활용해 티솔루션원 서지컬 시스템보다 더 작고 다양한 기능이 들어간 인공관절 수술로봇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인공관절 수술로봇은 전 모델보다 3분의 2 정도로 크기가 줄어든다. 뼈 절삭 등 수술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팔 부분은 기존 5축에서 6축 수직다관절로 바뀐다. 로봇팔의 유연함이 더 좋아진 것이다.

의료영상을 활용해 환자 뼈를 3차원 모델링하고 모의수술을 보여주며 의료진이 수술 계획을 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신제품 속 소프트웨어는 국내 의료 3D프린팅 소프트웨어기업 코어라인소프트와 협력해 개발 중이다.

이 대표는 “신제품은 임상시험이 필요 없다면 오는 2020년 초, 만약 그럴 필요가 있다면 하반기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큐렉스의 현재 주력 제품인 '티솔루션원 서지컬 시스템' 큐렉소가 자체 개발하는 신제품은 이 로봇의 3분의 2 정도 크기가 될 예정이다.(사진=지디넷코리아)

척추수술로봇은 의료인이 환자 척추 관절 사이에 나사를 박을 때 정확한 위치에 시술할 수 있도록 가이드한다. 인공관절 수술로봇처럼 의료영상을 활용해 의사가 수술 전 적절한 계획을 짤 수 있도록 돕는다. 해당 로봇은 개발 작업이 막바지에 달해 이달 말 동물실험에 들어간다.

이 대표는 “해외시장에는 척추수술로봇이 있지만 국내는 없다. 국책과제로 개발만 하고 사업화가 되지 않은 것”이라며 “척추수술로봇 신제품은 결과물이 잘 나오면 글로벌 시장 선두기업을 따라잡거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하지재활수술로봇은 임상 피드백을 수용해 개발 중이다. 최근 LG전자, 삼성전자, 현대로템 등에서 재활용 웨어러블 로봇이 나왔지만 큐렉소는 하지 재활 효과에 집중해 페달 방식을 따른다. 환자가 로봇팔에 달린 발판 모양의 엔드 이펙터를 밟으며 걷는 연습을 할 수 있게 하는 하지재활로봇을 연구 중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웨어러블 방식보다는 발판 위에서 환자가 걷는 훈련을 할 때 뇌와 신경을 자극해 더 효과적으로 걷는 방법을 복기시킬 수 있다는 임상 결과가 있다”며 “큐렉소는 이같은 엔트 이펙터 중심 재활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다. 웨어러블 로봇 개발 계획은 현재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활로봇은 의료로봇시장에서 특히 사업화가 어려운 분야다. 웨어러블 로봇은 국산 부품을 확보하기 어려워 수입하기 쉬운데 그렇게 되면 가격이 비싸진다”며 “배터리와 무게도 문제라 상용화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한번 자리 잡으면 대체하기 어려워...세계 시장서 경쟁 자신"

큐렉소가 활동하는 수술로봇, 재활로봇 시장은 고객이 병의원, 연구소로 한정되는 만큼 다른 산업용, 서비스용 로봇보다 시장 규모가 제한적이다. 가격이 비싸지만 한 병원에 여러 대가 들어가기 어려워 매출 성장도 힘들다. 그럼에도 큐렉소는 이 분야에 꾸준히 매진할 만큼 확실한 시장성과 전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시장 규모가 크진 않지만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글로벌 기업과 우리 회사 같은 기업 간 기술 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며 “또 트렌드가 자주 바뀌는 시장이 아니고 임상적 가치를 인정받아야만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시장을 선점하거나 자리를 잡으면 다른 제품이 대체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임상을 완료하고 정부기관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은 후 병의원, 연구기관에 판매, 문제 없이 지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까지의 과정도 시장 경쟁자를 줄여주는 장벽이다.

이 대표는 “의료로봇 시장은 월 100대만 팔아도 대박이지만 제품을 판매하고 성과를 내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하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부터 의료업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임상과 정부 허가 제도에도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제품 사용자인 의료진들로부터 계속 피드백을 받고 제품을 개선하는 능력도 필요한데 이 때문에 기술 개발만 하고 사업화를 못 한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로봇 기술력을 가진 대기업들도 들어올 만한 시장이 아니다. 전문기업들이 해야 될 영역인 것”이라고 말했다.

큐렉소는 이같은 시장 분석 아래 국내를 포함해 우수한 의료서비스 수요가 많거나 늘고 있는 나라를 신제품 출시 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한국을 제외한 우선 진출 시장은 동남아시아다. 싱가포르와 베트남 같은 이머징 마켓에서 고품질 의료서비스 수요 증가와 함께 일관성 있게 우수한 수술 지원이 가능한 수술로봇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중국과 미국도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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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의료제도는 부족하지만 경제는 성장 중인 동남아 국가에서 정부가 나서 새로운 의료기술, 의료기기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 자산을 갖춘 사람들은 고품질 의료서비스를 원하며 의료진 역시 본인을 도와줄 수 있는 의료기기를 원한다. 이미 베트남에서는 기존 판매 제품에 대한 피드백도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물론 미국, 호주 등도 앞으로 진출할 나라”라며 “올해부터 제품 개발, 출시, 인허가 신청 등 활동을 로드맵대로 한다면 성과를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