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전…'과열 양상'

용인·이천·청주 이어 구미시도 합세…정부 "신중하게 결정"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01/17 16:34

정부가 지난해 말 반도체 산업 초격차 유지를 위해 120조원 규모의 특화 클러스터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유력 후보 지역 간 유치전쟁이 연초부터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클러스터 입주 후보지로 떠오른 경기 용인시·이천시·충북 청주시에 더해 경북 구미시도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유치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아무것도 결정된 사항이 없다"면서도, "반도체 클러스터에 참여하는 SK하이닉스 등과 협의를 진행 중이고, 앞으로 논의를 계속해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후보 지역 간 유치전쟁이 과열되고 있다. 사진은 산업부 '2019 업무보고'에서 발췌.

■ '반도체 클러스터' 뭐길래?…120兆 투입되는 국가산단

1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추진 중인 '대·중소 상생형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사업에 지자체 차원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거나 결의안을 채택한 곳은 용인·이천·청주·구미 등 총 4곳이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사업은 지난해 12월 산업부가 업무 보고에서 밝힌 '제조업 활력 회복 및 혁신 전략'에 포함된 것으로, 오는 2028년까지 120조원이 투자되는 대규모 '국가산업단지' 프로젝트다.

이 산업단지엔 반도체 팹(Fab·반도체 생산설비)과 중소 협력사의 스마트공장,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공간 등이 꾸려진다.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반도체 부품·장비업체들이 입주할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

지난해 경기도 이천시에서 열린 SK하이닉스 M16 기공식. (사진=SK하이닉스)

■ "클러스터 우리 동네로"…수도권-비수도권 갈등도 격화

지난달 클러스터 사업 계획이 알려지면서 각 지자체는 곧바로 유치 활동에 뛰어들었다. 유력 후보지로 용인시가 거론되면서 정부 구상에 대한 찬반 여론도 조성됐다.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공장 'M15' 소재지인 청주시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이 수도권에 치우쳐 있어 국가균형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시의회 차원에서 반대 건의문을 채택했다. 청주시의회는 "수도권 규제 완화를 통한 수도권 편중개발은 과밀집중 등 국토 불균형을 가속해 지방소멸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비수도권인 청주의 장점을 강조했다.

SK하이닉스 본사 소재지인 이천시도 본격적으로 유치전에 나섰다. 이천시의회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정부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이천 지역에 건립해달라'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천에는 SK하이닉스의 또 다른 반도체 양산 거점 'M14'와 'M16'이 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2세대 10나노급(1y) DDR5 D램. (사진=SK하이닉스)

■ 과열된 유치전이 투자 의욕 꺾을 수도

용인시도 'SK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용인 유치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 백군기 용인시장은 신년 언론인 간담회를 통해 "용인시가 최고의 적지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며 "반도체특화 클러스터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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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으론 지자체 간의 적극적인 유치 경쟁이 클러스터에 입주할 기업체와 협력사들의 투자 의욕을 꺾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업부가 '상반기 중 입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게 전부인데, 유치전이 과열돼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그르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 입지 등 어떠한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 "산업단지 입지는 지역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는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기업체와 신중한 논의를 거친 후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도 "현재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입지와 관련된 사항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