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나노 파운드리' 수주戰…엔비디아, 삼성에 '러브콜'

TSMC는 AMD 물량 확보…하반기부터 EUV 양산 돌입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9/01/16 16:15    수정: 2019/01/17 10:43

10나노미터(nm) 이하 미세공정 개발에 돌입한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수탁생산) 업계가 7나노 수주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로벌파운드리(GF)와 세계 최대 시스템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차례로 기술 개발에 허덕이면서, 7나노 공정 개발에 성공한 삼성과 대만 TSMC의 양자 대결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인공지능(AI) 컴퓨팅 등 4차산업의 핵심 부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에서도 7나노 바람이 불고 있어 주목된다. GPU 업계 양대 산맥인 엔비디아와 AMD가 각각 삼성전자와 TSMC에 GPU 생산 위탁을 검토한다는 소식이다.

특히 GPU 시장 점유율 1위인 엔비디아와의 협력이 성사된다면, 향후 삼성전자가 TSMC와의 수주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 '지포스 RTX 2060' 탑재 그래픽카드. (사진=엔비디아)

■ 엔비디아, 내년 7나노 GPU 출시 앞두고 삼성과 협상 '시동'

16일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내년을 목표로 7나노 공정 기반 GPU 아키텍처를 출시할 전망이다. 신제품은 7나노 극자외선(EUV) 공정으로 양산한다는 계획인데,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에 위탁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제품군 명칭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로선 튜링(Turing) 아키텍처 GPU의 후속작인 '암페어(Ampere)' 시리즈(가칭 'AMP 2020')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엔비디아가 7나노 공정, 나아가 7나노 EUV 공정에서도 TSMC와 협력할 것이라는 업계 전망과 상반된 것이다. 엔비디아는 TSMC의 파운드리 공정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고객사다. 현재 '지포스 RTX' 등 튜링 아키텍처 기반 GPU 제조 과정에서 TSMC 12나노 공정이 사용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삼성으로 눈을 돌린 건 최근 경쟁사인 AMD가 자사를 제치고 7나노 공정 기반 GPU를 업계 최초로 공개한 데 따른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튜링·볼타(Volta) 등 자사 GPU 라인업이 여전히 12나노 공정에 머물러 있어 하루빨리 7나노 기반 제품을 개발할 필요성이 대두됐다.

7나노 기반 GPU는 12나노보다 더 낮은 전력 소비율을 구현하는 등 성능 면에서 월등하다. 7나노 공정은 GPU 외에도 모바일, 서버 중앙처리장치(CPU), 네트워크 프로세서, 게임,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등을 타깃으로 한다.

■ "삼성이냐 TSMC냐"…7나노 저울질 시작됐다

AMD의 7나노 공정 기반 '나비(Navi) GPU'는 오는 7월 출시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제품은 TSMC를 통해 양산될 예정이다. 다만 TSMC가 기존 액침(이머전) 불화아르곤(ArF) 방식인 7N 공정을 이용할지, 이르면 하반기부터 양산한다고 밝힌 EUV 노광 공정을 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반도체 업계에선 제품 출시를 앞두고 최소 1년 전부터는 협상이 진행되는데, 내년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 현재 어느정도 협의가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며 "최종 결정에 앞서 결국 관건은 7나노 EUV 공정 생산능력(CAPA)과 수율 그리고 원가다"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엔비디아가 TSMC보다 먼저 EUV 공정 개발에 성공한 삼성을 현재 눈여겨보면서도, 앞으로 양산 진행 상황을 두고 TSMC와 비교할 것이기 때문에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하반기 엔비디아가 출시한 튜링 기반 GPU 양산도 애초 삼성전자(10나노)가 맡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국 TSMC(12나노)가 전량 생산을 맡은 바 있다. 최종 조율 과정에서 12나노 공정의 수율과 비용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라인 조감도(사진=삼성전자)

■ '대어' IBM 확보한 삼성, 엔비디아도 끌어안을까

다만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와 업계 최초로 GDDR6 규격의 고성능 그래픽 D램 수급을 계약하는 등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향후 수주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사와 관련된 정보는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엔비디아 등 GPU 업계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언제나 삼성전자의 협력 대상"이라고 밝혔다.

TSMC는 작년 2분기부터 7나노 공정을 대량 생산체제로 전환했다. 미디어텍·하이실리콘·자일링스 등 유수의 반도체 업체들이 TSMC의 7나노 공정을 채택했다. 또 TSMC는 이르면 하반기부터 7나노 EUV 공정(N7+·7FF+)의 대량 양산을 개시할 전망이다. 최근 중국 화웨이도 TSMC EUV 공정의 첫 번째 고객사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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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32나노와 14나노, 10나노 공정을 연이어 최초로 양산해내면서 초격차 전략을 구사해왔지만, 7나노 제품 첫 양산은 TSMC에 양보해야 했다. 다만 이 회사는 7나노 EUV 공정 개발에선 TSMC보다 한발 앞섰다. 삼성전자의 7나노 EUV 공정(7LPP)은 시장에 먼저 진입한 TSMC의 액침 ArF 방식보다 한 수 위의 기술로 평가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최근 퀄컴에 이어 IBM이라는 대형 고객사를 확보했고, 이미지 센서 등 파운드리 고객사 기반을 다변화해 수요에 대응하겠다는 목표"라며 "곧 EUV 도입을 앞둔 TSMC보다 삼성이 앞으로 고객사를 얼마나 더 확보할지가 승부를 가르는 관건"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