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왜 구글 놔두고 빅스비에 힘줄까

자체 생태계 지키는 관리인…내외부 연결 중개인 역할도

홈&모바일입력 :2019/01/16 16:08    수정: 2019/01/16 22:09

삼성전자는 독자개발한 인공지능(AI) 빅스비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갤럭시S 스마트폰을 시작으로 스마트TV, 패밀리허브 등에 빅스비를 탑재하려 하고 있다. CES2019에선 삼성전자의 AI탑재 로봇도 공개됐다. 핵심 파트너 구글과 대립한다는 시선을 감수하면서까지 빅스비에 힘을 주고 있다.

삼성은 AI기술 개발을 위해 한국에 본부를 두고,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와 몬트리올, 러시아 모스크바 등 7개 지역에서 AI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AI 전략을 위해 영입한 인물의 면면은 화려하다. 실리콘밸리 AI 연구센터는 음성인식 전문가인 래리 헥 전무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케임브리지 AI 연구센터는 마이크로소프트 케임브리지 연구소장을 역임한 앤드류 블레이크 박사와, AI 감정인식 연구의 임페리얼 대학 마야 팬틱 교수 등을 영입했다.

토론토 AI 연구센터의 컴퓨터 비전 전문가 스벤 디킨슨 토론토대학 교수, 모스크바 AI 연구센터의 드미트리 베트로프 러시아 고등경제대학(HSE) 교수, 빅토르 렘피츠키 스콜테크 교수, 뉴욕 AI 연구센터의 AI 로보틱스 권위자 다니엘 리 부사장과 뇌신경공학 전문가 세바스찬 승 부사장, 몬트리올 AI 연구센터의 그레고리 듀덱 맥길대학교 교수 등도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AI 기술을 개발하면서 각국 현지 학계에서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500억원 규모 AI 전용 펀드를 조성해 벤처투자와 M&A에 나섰다.

김현석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7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19' 개막에 앞서 미래 비전과 2019년 주요 사업을 발표하고 있다.

■ 빅스비는 삼성 스마트기기의 관리인이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스마트폰 시장 1위를 달성했다. 그러다보니 빅스비는 구글 어시스턴트와 대립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론 삼성 스마트폰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TV는 구글홈이나 아마존 알렉사와도 연동된다. 빅스비가 구글 어시스턴트나 아마존 알렉사와 한 기기 안에서 공존하는 모양새다.

비유하자면 빅스비는 삼성전자 제품의 관리자다. 스마트폰, TV, 냉장고 등 기기 내부에서 요구되는 각종 AI 기능은 빅스비의 몫이다. 삼성 제품이 바깥 세계와 연결될 때 빅스비는 기기 내외부의 연결을 관장하는 중개자 역할을 한다. 일종의 대변인이다. 구글 어시스턴트나 아마존 알렉사는 삼성 기기 자체를 제어하지 못한다. 모든 외부 AI의 삼성 기기 접근은 빅스비를 통한다.

일례로 올해 CES 2019에서 발표된 삼성 스마트TV의 애플 아이튠즈 사례가 있다. 스마트TV 속 애플 아이튠즈는 빅스비와 연동된다. 빅스비가 아이튠즈의 콘텐츠를 열람하고 제어하지만, 애플은 삼성 스마트TV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알 수 없다. 애플과 협력하지만 기기 통제권은 삼성전자에 남았다. 구글 어시스턴트나 아마존 알렉사도 마찬가지다.

여러 AI가 공존하는 형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의 협력 사례서도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10의 코타나란 AI를 갖고 있다. 아마존과 협력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는 윈도10 기기와 아마존 알렉사를 연동시켰다. 집 안에 윈도10 PC와 아마존 알렉사가 있을 때, 윈도10으로 알렉사를 호출해 아마존닷컴이나 여타 스마트 기기를 실행한다. 알렉사가 윈도10 기기를 작동시켜야 할 때 코타나를 호출해 실행을 요청한다. 코타나는 윈도10 생태계와 아마존 생태계의 연결을 관리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관리자이자 중개자다.

삼성전자 DS부문 미주총괄(DSA)의 전경과 내부 모습.(사진=삼성전자)

코타나를 윈도10 외부 어디서나 활용한다면 좋지만, 애플이나 구글이 시리나 어시스턴트를 버리고 코타나를 택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타나의 범용화 전략을 포기하고, 코타나를 통한 윈도10 생태계 다지기를 선택했다. 코타나 개발역량은 윈도10 기기 최적화에 집중된다. 인터넷이란 외부 세계는 빙이란 별개의 서비스 플랫폼으로 공략한다.

삼성전자는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서비스를 보유하지 않았다. 현재 삼성의 강점은 매년 5억대 이상 판매되는 스마트폰과 스마트가전이다. 각종 제품에 빅스비를 집어넣는다는 계획을 실행하는 것만 해도 거대 프로젝트다. 가전 제품마다 기기 특성과 이용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빅스비를 매끄럽게 최적화하는게 쉽지 않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AI 연구센터에서 삼성전자의 래리 헥 전무는 멀티 디바이스에 맞는 개인화 서비스를 강조했다. 래리 헥 전무는 "삼성전자는 다양한 분야의 가전과 IT 제품을 통해 축적한 사용자 이해를 바탕으로 진정으로 개인화된 AI 발전을 목표로 할 것"이라며 "현재의 AI 어시스턴트들이 1~2개의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개발돼 해당 디바이스의 사용성에 집중됐다면, 향후 AI 플랫폼은 사용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기기들과 함께 공존하는 형태로 발전해 사용자 개개인의 특성이 반영된 진정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 말했다.

래리 헥 전무는 "개인 맞춤형 AI 서비스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기기들에 AI 플랫폼을 탑재해야 한다"며 "각 디바이스들은 음성, 시각, 터치, 모션 등의 다양한 센서들을 통해 유기적으로 사용자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빅스비의 당면과제가 딥마인드나 IBM 왓슨 같은 범용 AI로 거듭나는 게 아니란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 빅스비 생태계 '마켓플레이스'로 확장 시도

빅스비가 삼성전자 기기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려면 수많은 앱 생태계를 확보해야 한다. 안드로이드마켓이나 애플 앱스토어 같은 개발자 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삼성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그 행보는 빅스비2.0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빅스비는 작년 2.0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주요 기능도 언어인식에서 영상인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빅스비 캡슐' 개념 도입이 생태계 구축의 핵심이다. 빅스비 캡슐은 빅스비 AI의 API를 활용해 단독실행되는 AI 앱이다. 빅스비 스튜디오란 개발도구로 만들 수 있고, 삼성전자는 SDK와 각종 자바스크립트 API를 제공해 개발 편의성을 높여준다. 애플이 X코드란 개발도구와 스위프트란 개발언어로 시리 API 기반의 앱을 만들게 한 것과 동일하다.

삼성은 작년 삼성개발자컨퍼런스18(SDC18) 행사에서 올해 1월 빅스비 캡슐을 거래하는 '빅스비 캡슐 마켓플레이스'를 출시할 것이라 밝혔다.

아직 빅스비는 삼성전자 내부에 가려져 있다. 외부 개발진에 빅스비를 개방하는 건 별도 파트너 계약을 맺는 것으로 제한한다. 빅스비 스튜디오를 다운로드받는 건 자유지만, 개발한 빅스비 기반 앱을 삼성 제품에 탑재하는 통로가 매우 좁다.

빅스비의 개발자 인지도는 타 AI 플랫폼에 비해 낮기 때문에 빅스비 개발자 포럼이나 커뮤니티가 활발히 돌아가고 있지 않다. 사업목적과 별개로 호기심과 열정만으로 신기술을 활용하고자 하는 개발자 집단을 끌어모으려면 공개적인 거래소로 경험을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빅스비 캡슐 마켓플레이스는 삼성 기기에서 빅스비의 활용성을 빠르게 높이기 위한 기본 요건이다.

삼성이 빅스비를 가전제품에 한정하는 건 아니다. 빅스비는 기기의 OS와 독립되는 존재기 때문에 언제든 여러 플랫폼에서 활용될 수 있다. 가전제품 밖으로 빅스비를 확장하는 건 사물인터넷(IoT) 분야로 연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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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SDC18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씽스는 빅스비 API 연동을 발표했다. 스마트씽스 IoT 기기가 빅스비의 음성제어 기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씽스는 온도계, 조명, 에어컨, 냉장고, TV 등의 기기를 통신하게 하고, 기기를 앱으로 제어하거나 자동화할 수 있게 한다. IoT 기기 제어를 총괄하는 스마트씽스 클라우드는 아마존웹서비스(AWS) 같은 외부 클라우드 기반의 IoT 생태계와도 연결가능하다. 스마트씽스와 빅스비의 연동으로 아마존 알렉사의 제어권을 공략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