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성의 溫技] 택시의 눈물 카카오의 한숨

카카오 카풀 중단이 사회에 던진 메시지

데스크 칼럼입력 :2019/01/16 09:17    수정: 2019/01/16 22:09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마침내 큰 용단을 내렸다. 논란 중인 카풀 시범서비스를 15일 전격 중단했다. 서비스를 백지화할 수 있다는 자세로 대화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사업주체인 카카오모빌리티가 밝힌 내용이지만 김 의장의 재가 없이 가능한 일은 아니다. 뒤늦은 결정이지만 환영한다. 이번 결정은 카카오 모빌리티 사업이 2보 전진하기 위한 1보 후퇴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 의장은 용단을 내리기 전에 크게 한숨을 쉬었을 것이다. 너무도 자명한 길을 갈 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고, 지름길을 두고서 멀리 돌아가야 하는 처지가 답답했을 것이다. 투자해 놓은 돈이 당분간 묶인다는 사실도 뼈저렸을 것이다. 그 모든 아쉬움을 접고 결정을 내린 것이기에 용단(勇斷)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이 큰 결단은 수조 원을 투자하는 것 못잖게 어렵고 힘든 것이겠다.

택시단체의 카풀 반대집회 장면

#‘혁신’은 멋진 말이지만 택시기사들에게는 눈물이 날 수밖에 없는 용어다. 못 배우고 뒤떨어진 건 현실이고, 오직 그 이유만으로 사지에 내몰려야 하는 자신들의 처지를 대못으로 후벼 파 각인하는 단어기 때문이다. 그 처지가 미치도록 서러워서 이미 두 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그 죽음으로 인해 그들 모두는 1도 화상을 입은 사람처럼 작은 바람에도 살을 에는 고통을 느끼고 있다.

#그 고통이 분노가 되어서는 안 된다. 분노는 더 큰 상처를 부르고 고통을 심화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현실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차분하게 주위를 돌아볼 줄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가던 길을 가야한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고 함께 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상대가 손을 내밀 때엔 그 손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카카오 편이라는 택시업계의 인식은 옳지 않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혁신에 밀린 택시업계가 믿을 곳은 오직 정부뿐이다. 민간 기업이나 소비자가 무엇 때문에 사업자 하나하나의 안타까운 상황을 배려하겠는가. 그걸 할 수 있는 곳은 공익적 가치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하는 정부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것 때문에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큰 미스다.

#정부와 정치권은 택시 업계와 카풀 업계에 빚진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택시의 눈물과 카카오의 한숨은 비단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이런 눈물과 한숨은 이미 사회 곳곳에 존재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 눈물과 한숨을 위무하라는 것이 정부와 정치권에 주어진 의무다. 그러라고 국민이 세금을 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경청하고 공감하며 더 깊이 공부해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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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정치권은 무엇보다 사심을 버리고 카풀이 확산 되는 추세에 맞춰 택시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을 연구하고 마련해야 한다. 그 카드는 오직 정부가 제시할 수밖에 없다. 또 이를 위한 예산을 마련하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카풀의 단계적 도입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를 충분히 연구해야 한다. 이는 매우 기술적인 문제여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 모든 것을 위해 이해 관계자 및 전문가들과 더 빈번히 만나야 한다. 한 시각 한 시각이 국민의 눈물과 한숨으로 채워지고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촌음을 아껴 공부하고 토론하고 중재해야 한다. 적당히 면피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권에 경고한다. 국민의 눈물과 한숨을 당파적으로 이용하지 마라. 그건 ‘미래의 무덤’을 준비하는 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