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게임장애 등재 회의 앞두고 세계 게임업계 반대 움직임 분주

"과학적 근거 부족해 오진 확률 높으면서 산업에 큰 타격"

디지털경제입력 :2019/01/15 13:41    수정: 2019/01/15 13:42

오는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보건총회를 앞두고 세계 게임 업계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세계보건총회에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이하 ICD-11)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이하 WHO)는 지난 2017년 12월에 게임장애를 ICD-11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고, 작년 6월에는 해당 내용을 적용해 ICD-11을 발표했다. 공식적으로 게임장애가 질병으로 적용되기까지 세계보건총회의 논의만 남은 셈이다.

이에 한국을 비롯한 미국, 영국, 유럽 등 세계 주요국의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는 잇따라 WHO에 반대입장을 전하고 있다.성명으로 반대입장 밝힌 UKIE와 ISFE

먼저 움직임에 나선 것은 서구권 게임업계다. 영국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UKIE), 유럽 인터렉티브 소프트웨어 협회(ISFE)는 지난 12월에 ICD-11에 게임장애가 등재되면 게임산업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UKIE는 성명을 통해 게임장애를 ICD-11에 포함하기 위해서는 강력하고 분명한 증거가 뒷받침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오진 가능성을 남긴다고 지적했다. 또한 세계보건총회가 열리기 전까지 과학계와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게임장애 등재에 반대하는 증거를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ISFE 역시 ICD-11에 게임장애가 등재되면서 자칫 오진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ICD-11 중독 카테고리에 따라 게임장애를 분류하기 위해서는 뚜렷한 근거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높은 수준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적극적으로 WHO에 의견 개진하는 ESA

미국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SA)는 ICD-11에 게임장애 코드가 등재되는 것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하고 있는 단체다.

2017년 12월에 WHO가 게임장애를 ICD-11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즉각 반대성명을 냈던 ESA는 지난달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WHO 관계자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고 의견을 교환했다.

또한 ICD-11이 발효되면 모든 이용자들이 영향을 받게 되는 만큼 보다 자세한 조사를 진행한 후에 게임장애를 논해야 하며, 게임산업 관계자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ESA는 세계보건총회에 앞서 WHO를 다시 만나 게임장애에 반대하는 게임업계의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공동방문단 자격으로 WHO 만나는 한국게임산업협회

한국 게임업계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게임을 중독물질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ICD-11 등재가 이런 주장에 더 힘을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이와 관련 이달 24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144회 WHO 집행위원회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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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임산업협회는 ICD-11에 대한 한국 게임산업의 입장을 WHO에 전달할 계획이다. 게임장애 등재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고, 이로 인해 산업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한다는 점은 다른 국가가 보인 입장과 마찬가지지만 민간단체가 아닌 정부 공동방문단 자격으로 이를 표명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한편 ICD-11이 오는 5월 세계보건총회에서 통과되면 그 효력은 2022년 1월부터 발생한다. 또한 ICD를 기반으로 규정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는 2025년부터 적용 여부가 논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