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나이트, ‘건설 콘텐츠’ 국내 이용자 저항감 높다

가장 큰 특징이 가장 높은 진입장벽이 됐다

디지털경제입력 :2019/01/14 10:57    수정: 2019/01/14 10:58

포트나이트는 지난해 전세계 게임시장을 통틀어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게임 중 하나다. 많은 이용자 수와 높은 매출은 물론 더게임어워드, 골든조이스틱어워드 등 게임산업의 주요 시상식에서의 수상까지 거두며 에픽게임즈의 이미지를 게임엔진 개발사에서 게임 개발사로 바꿨다.

주로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 거둔 성적이기는 하지만 이들 시장이 전 세계 게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포트나이트를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게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포트나이트도 유독 한국에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 하고 있다.

헐리우드 배우 크리스 프렛을 내세운 광고로 한국 이용자들을 도발하기도 하고, 지스타 2018 현장에서 수많은 인기 스트리머를 초빙해 관람객의 이목을 끌며 ‘이슈몰이’를 시도하기도 했다. 에픽게임즈가 지난해 11월 1일부터 포트나이트 PC방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며 게임의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대표적인 행보들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포트나이트의 한국 시장 내 행보는 당초 기대 이하다. PC방 점유율은 0.5%에도 미치지 못 하고 있다. PC방 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본격적인 홍보,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기 이전 시기보다 크게 다를 것 없는 수치다.

많은 예산을 들여 적극적인 홍보, 마케팅을 진행했음에도 포트나이트가 부진을 겪자 이 게임의 성적부진의 요인으로 게임 외적인 요소가 아닌 게임성 그 자체가 지적되고 있다. 특히 포트나이트 핵심 콘텐츠인 건설을 두고 저항감을 보이는 이용자들의 많다는 것이 주목할 점이다.

건설은 포트나이트를 동종 장르 다른 게임과 차별화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기존 배틀로얄 장르 게임이 지형지물을 활용해 은폐, 엄폐를 통해 생존을 목표로 진행된다면, 포트나이트는 건물을 만들면서 지형지물의 한계를 능동적으로 넘어설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적의 공격에 맞서 엄폐물을 만들거나 높은 곳에서 나를 공격하는 적을 마주쳤을 때 높은 탑을 만들어서 상대와 동등한 높이에서 교전을 펼치는 식의 행동은 배틀로얄은 물론 모든 FPS를 통틀어 포트나이트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상술한 행동을 즉각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들여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용자의 성적이 건설 실력에서 크게 갈리다보니, 후발주자인 한국 이용자들은 서구권 이용자들에 비해 시작부터 불리한 상황에서 게임을 할 수 밖에 없다.

건설 실력이 상대방에게 심리적으로 무력감을 더욱 증폭시킨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상대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교전을 시작했지만 순식간에 건물을 만들면서 도망가거나 반대로 역공을 해오는 상대를 보면 추상적으로만 느껴지던 실력차이가 보다 구체적으로 느껴진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건설 실력이 좋은 이용자를 마주했을 때 도전의식보다는 무력감을 느낀다는 유저들의 반응이 많다.

결국 포트나이트의 가장 큰 특징이 이용자들에게 가장 높은 진입장벽이 된 셈이다.

문제는 한국 이용자들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에픽게임즈가 포트나이트에서 건설 요소를 일시적으로라도 배재할 계획이 없다는 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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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진행된 지스타 2018 현장에서 이뤄진 에드 조브리스트 에픽게임즈 총괄 디렉터는 포트나이트에서 건설을 제외한 모드를 선보일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그럴 생각이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건설이야말로 포트나이트의 가장 큰 특징이며 재미요소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게임사 입장에서 자신들이 개발한 게임의 가장 큰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작 그 요소 때문에 게임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 이들이 있다면 한시적으로나마 건설을 배재해 많은 이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유연성도 필요한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