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삼성에 칩 라이선스 거부했다"

美FTC와 소송서 공개…'마지막에 소송' 계약만 체결

홈&모바일입력 :2019/01/11 14:40    수정: 2019/01/11 15:1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퀄컴의 칩 라이선스 관행을 놓고 열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퀄컴이 라이벌 칩 제조업체들에겐 라이선스 대신 ‘소송하지 않는다는 계약’을 제시한 사실이 미국 재판에서 공개됐다.

특허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서 열리고 있는 연방거래위원회(FTC)와 퀄컴 간 반독점 소송에서 라이선스 관행이 새롭게 공개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퀄컴은 삼성전자, 미디어텍 등 라이벌 칩 제조업체들과는 ‘마지막에 소송하겠다는 계약(covenant to sue last)’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특허소진론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송하지 않는다는 계약(covenant to not sue)’ 보다 보호 범위가 더 낮은 편이라고 포스페이턴츠가 전했다.

(사진=씨넷)

모바일 칩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퀄컴은 ‘특허소진론’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생산한 제품일 경우 일단 판매되고 나면 독점적 특허권이 소멸된다. 쉽게 설명하면 삼성이 퀄컴과 특허소진 계약을 체결할 경우 삼성 칩을 사용하는 단말기 업체들에 대해선 퀄컴이 더 이상 특허권 주장을 하지 못한다.

이 상황을 피하기 위해 퀄컴은 라이벌 칩 제조업체들에겐 라이선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게 FTC의 주장이다.

■ 삼성 "퀄컴 특허소진 거부로 드래곤플라이 조인트벤처 무산"

이날 공개된 문건에선 퀄컴이 특허 소멸을 피하기 위해 경쟁업체들과 ‘마지막에 소송한다’는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 계약은 그 동안 특허 소멸을 피하기 위해 사용됐던 ‘소송하지 않는다는 계약’에 비해서도 보호 범위가 좁은 편이다.

‘소송하지 않는 계약’을 맺을 경우 라이선스는 갖고 있지 않지만 특허 소송은 당하지 않는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반면 삼성 등이 퀄컴과 체결한 ‘마지막에 소송하는 계약’은 침해 업체들에 대한 소송을 모두 제기한 뒤 마지막에 소송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퀄컴과 FTC 간 소송 증인으로 출석한 삼성, 인텔 관계자들은 퀄컴이 특허소진이 적용되는 라이선스 제공을 거부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재판에선 삼성전자가 일본업체들과 공동 추진하던 프래곤플라이 조인트벤처가 집중 거론됐다.

루시 고 판사

드래곤플라이는 한국의 삼성전자를 비롯해 NTT도코모, NEC, 후지쯔, 후지쯔반도체, 파나소닉 등이 2011년 공동 설립한 LTE 모바일 칩 조인트벤처다. 하지만 드래곤플라이는 결국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 채 무산됐다.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드래곤플라이에 참여한 기업들은 NTT도코모가 확보한 특허권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NTT도코모는 당시 퀄컴의 칩 관련 특허권을 라이선스하고 있었다.

하지만 퀄컴 측이 그런 방식으로 자신들의 특허권을 사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특허소진’ 계약이 아니란 게 그 이유였다. 결국 드래곤플라이는 제대로 시작도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재판 과정에선 퀄컴 전 사장이 보낸 이메일도 공개됐다.

여기엔 퀄컴이 인텔, 삼성, 미디어텍 등으로부터 라이선스 요청을 받았지만 ‘비-소멸 계약(non-exhaustive covenant)’ 외에는 어떤 것도 거절한 것으로 돼 있다. 특히 삼성과 미디어텍과는 ‘마지막에 소송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삼성-인텔-화웨이-미디어텍 등 4개 칩 업체 증언

인텔 측도 퀄컴의 칩 라이선스 관행에 대해 증언했다. 이 증언해서 인텔 관계자는 칩 제조업체 뿐 아니라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전체 비용을 명확하게 알길 원하는 데 ‘마지막에 소송’한다는 계약으론 비용을 제대로 산정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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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송에선 퀄컴의 칩 라이선스 관행이 핵심 쟁점이다. 특히 ‘라이선스 하지 않을 경우 칩을 공급하지 않는’ 정책과 함께 경쟁사들에게 필수표준특허를 라이선스하지 않는 관행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퀄컴과 FTC 간 소송에 증인으로 참여한 칩 제조업체는 총 네 곳이다. 이 중 삼성, 인텔, 화웨이는 FTC 쪽에 유리한 증언을 했다고 포스페이턴츠가 전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