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청와대, 이번에도 IT 홀대하나

데스크 칼럼입력 :2019/01/07 10:36

마침내 바뀌나 보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르면 내일 새 대통령 비서실장을 임명한다. 유력 인물은 노영민 중국 대사다. 어제 대통령에게 청와대 인선 최종 보고서가 올라갔다는 후문이다. 21개월만의 '2기 청와대' 인선이다.

그동안 청와대에는 IT가 없었다. 우선 ICT를 전담하는 직책과 조직이 없다. 산업정책비서관실 소속 행정관 1명이 ICT를 맡고 있다. 청와대 행정관은 부처로 치면 과장급이다. 이게 청와대가 생각하는 IT 위상이다. 그나마 과학기술은 낫다. 전담 보좌관이라도 있으니.

IT는 혁신성장의 엔진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수출 효자고,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두 축인 제조업과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핵심 기술이다. 미국과 중국 두 초강대국이 상처를 무릅쓰고 무역분쟁을 마다않는 것도 IT패권을 놓지 않겠다는 계산이 들어가 있다. IT의 역할과 중요성이 이러한데도 '청와대 1기'에서는 IT를 내팽겨쳤다. 청와대가 그렇게 강조하는 혁신성장이 잘 될리 없다.

국내외 경제가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미 우리는 2%대 저성장에 만족해야 하는 처지다. 올해 세계 경제도 10년만에 돌아오는 저성장 궤도에 진입한다. 지난해부터 터진 미중 두 거인의 무역싸움은 여전히 두 나라 모두 기세등등이다.

(사진=뉴시스)

경제가 어려워지면 남을 살필 겨를이 없다. 국가도 기업도 각자도생을 먼저 생각한다. 그만큼 사는 건 더 빡빡해진다. 이런 삭막한 시대를 헤쳐가려면 국가도, 기업도 차별화한 주특기가 필요하다. 이게 우리한테는 IT다. 이미 세상은 IT 근간 기술인 소프트웨어가 야금야금 삼키고 있다. 세계 1~10위 기업 대부분은 IT기업이다. 우리가 소득 4만달러 시대를 달성하려면 청와대가 내팽개친 'IT 어게인'이 불가피하다.

2기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에 유력한 노영민 중국 대사 프로필을 보니 386 운동권 대표주자인 임종석 현 실장보다는 산업 마인드가 있어 보인다. 2015년에 19대 국회산업통산자원위원회 위원장을 했고, 2011년에는 과학기술 분야 의정활동 우수의원에도 뽑혔다.

청와대는 더 이상 IT를 홀대해선 안된다. '2기 청와대'에는 IT 전담 조직을 둬야 하고, 전담인력 보스도 최소한 수석급으로 격상해야 한다. 국민을 먹여살리는 건 결국 산업이다. 소득주도 성장과 공정경제보다 혁신성장이 우선이다.

먹고살려면 머리와 입보다 손발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청와대 조직을 보면 손발 조직 보다 머리와 입 조직이 더 많다. 스포트라이트도 그들이 더 받는다. 청와대에 팔요한 건 '머리'와 '입' 조직이 아니라 IT전담 같은 손발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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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올들어 잇달아 친경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와 다른 움직임이다. 2019년 신년식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했고, 신년사에서 북한을 한번도 언급하지 않은 반면 경제는 25차례나 말했다. 지난해에 3번 언급한 것에 비해 8배나 많아졌다.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산업계는 "원론적 레토릭"이라는 반응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그동안 수차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지만 '춤추는 기업'은 없고 오히려 '인상 쓰는 기업'만 늘었다.

문 대통령은 이제 행함으로 보여달라. 머리와 가슴에 북한만 있지 않고 산업도, IT도 있다는 걸. 2기 청와대 조직 개편이 코 앞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