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해외사이트 불법유통 콘텐츠 심의 손 뗀다

"법적 근거 부족"...2월부터 방심위 담당

인터넷입력 :2019/01/06 18:26    수정: 2019/01/06 18:26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저작권보호원이 다음 달 1일부터 해외 사이트에서 유통되는 국내 콘텐츠 저작권 침해 관련 심의를 중단한다.

6일 정부부처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체부 산하 기관인 저작권보호원은 해외에서 불법 유통되는 국내 콘텐츠 저작권 침해 심의 업무를 중단할 예정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그동안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가 해외 저작권 침해 여부 심의를 했지만, 심의해야 하는 법적 근거가 없어 관련 업무를 중단한다"며 "불법 콘텐츠 유통에 대한 신고 접수와 모니터링은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가 하지만, 심의와 차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웹사이트 메인 화면.

저작권보호위원회가 갑자기 해외 사이트에서 불법 유통되는 국내 콘텐츠 심의를 중단하겠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접속차단 절차 간소화를 골자로 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에서 통과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7월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저작권보호원이 문체부 장관 승인만 있으면 방심위를 거치지 않고도 불법 콘텐츠 URL을 차단할 수 있게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저작권보호원과 방심위로 이원화된 심의 절차를 저작권보호원으로 일원화하고 신속한 차단을 하겠다는 것이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방심위와 시민단체 등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면서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저작권보호원이 콘텐츠 차단 권한을 갖는 것은 행정부가 차단 권한을 남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 방심위 "정부가 콘텐츠 직접 차단해선 안 돼"

방심위가 문체부에 콘텐츠 삭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는 표현의 자유 침해와 과잉규제 우려 때문이다.

방심위는 정부가 심의 권한을 가지면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있다는 우려로 만들어진 민간합의제 독립기구다. 독자적으로 심의 권한을 갖고 있으며, 일반 국민들의 민원이나 공공기관의 민원을 받고 국내외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의 불법성을 판단해 차단여부를 결정한다.

그동안 불법 복제물에 대한 신고가 저작권보호원에 들어오면 보호원이 권리 관계 확인이나 증거자료 채증 등의 업무를 한다. 그 후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가 불법성을 심의한 후 그 결과를 문체부가 방심위에 차단 요청한다. 방심위는 회의를 열어 심의하게 되고, 불법성이 인정되면 ISP에 차단을 요청한다.

절차가 다소 복잡해 보이지만, 정확한 심의를 위해서 만들어진 과정이다. 방심위에 따르면 지난 4년동안 행정기관 등에서 들어온 저작권 관련 심의 건 중 각하처리비율이 16.1%가 된다.

만약,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문체부는 심의와 더불어 차단 권한까지 갖게 된다. 이론상 정부의 판단으로 특정 콘텐츠 URL이나 사이트를 심의하고 차단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즉, 차단 권한을 정부와 민간기구인 방심위가 갖게 돼 이중심의가 될 수 있고, 과차단과 오차단의 우려도 커질 수 있다.

방심위 관계자는 "문체부가 법이 통과되면 불법 웹툰 사이트를 빠르게 차단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해외 불법 복제물 차단에 걸리는 2개월에서 4개월의 기간 중 방심위가 심의하고 시정요구를 하는 데에는 1주일 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신속 심의를 하려면 저작권보호위원회의 심의 빈도수가 높아져야 하는데, 심의 일정이나 심의내용, 위원회 구성이나 회의내용 등도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심위 관계자는 "최근 불법 복제 사이트는 웹툰뿐만 아니라 유머, 사진, 글 등을 섞어 게재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직접 사이트를 차단할 경우 생길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역시 정부의 차단 권한 확보는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감시를 강화하는 등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오픈넷 측은 "보호원에게 사이트 접속 차단 권한을 주면 저작물의 보호와 이용의 균형을 추구해야 하는 저작권 제도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저작권보호원 역할 (사진=한국저작권보호원 홈페이지)

■ 문체부 "권리 관계 확인은 표현의 자유와 상관 없어"

반면 문체부는 방심위와 생각이 다르다. 저작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신속심의가 가능해지고, 권리자 재산권 침해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웹툰의 경우 불법 유통으로 권리자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심의와 차단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방심위가 우려하는 표현의 자유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권리 관계를 확인하고 권리자의 재산권 침해를 심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합법과 불법의 판단이다"며 "불법 신규 사이트의 경우 심의와 차단 기간이 훨씬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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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 구성에 대한 '저작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어,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위원회가 독립성, 중립성을 갖게 돼 우려하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문체부는 저작권 침해 모니터링 업무는 지속될 예정이라고 했지만, 저작권법 법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작권보호심의위원회가 심의 업무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내다봤다. 때문에 2월 1일자로 심의 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방심위 측에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