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포기 각서 쓰고 '한류 유튜버' 된 두 남자

[셀럽학원⑥] 케이팝 가사 해석으로 해외서 인기

인터넷입력 :2019/01/01 08:51

PD,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으나 전업 유튜버로 과감히 전향한 두 남자가 있다. 전통적인 미디어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이 둘은 본격적으로 팀을 결성한 1년 전 서로가 회사에 취직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취업 포기 각서까지 썼다.

구독자 40만을 바라보는 유튜브 채널 'DKDKTV'를 운영하는 김동겸, 김경수 씨는 중앙대 신문방송학부에서 함께 수학한 사이다. 이들은 지난 2016년 9월 처음 영상을 올렸고 이후에도 '재미 있어서' 자주 영상을 게재했다. 지난해 여름 방학 즈음 구독자 10만 명을 넘으면서 체계적인 채널 운영에 나섰다.

김동겸, 김경수 씨는 DKDKTV를 통해 다양한 국가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해설해주는 ‘엔터 외교관’을 자처했다. 한국 가요, 문화 등을 소개하고 역으로 한국인의 눈으로 본 외국 문화에 대해서도 다룬다. 가수 블랙핑크 노래의 가사를 해석해주거나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리액션(반응)을 보이는 영상을 올리는데, 이들 영상의 조회 수가 수십만의 이를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특히 시청자의 95%가 외국인이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월 판문점에서 만났을 때도 “지금 케이팝이 중요한 게 아니다”며 두 정상의 만남 소식을 중개했다. 이들은 유튜브 시작 때부터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일부 한국인과의 인터뷰를 제외하면 오직 영어로만 유튜브를 진행한다.

유튜브 채널 DKDKTV을 운영하는 김동겸(왼쪽), 김경수 씨.

지디넷코리아는 지난달 28일 서울 상수동 한 카페에서 김동겸, 김경수 씨를 만나 그들이 유튜버로 전향한 배경과 그들이 생각하는 1인 미디어의 가치에 대해 들어봤다.

■DKDKTV "가사 해석 영상 보고 해외 BTS 팬들이 좋아해"

DKDKTV 채널은 크게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먼저 '케이팝 익스플레인 바이 코리안(K-pop Explain by Korean)'는 한국 가요의 가사를 사회적 맥락을 곁들여 해석해주는 영상이다. 또한 일상을 담은 영상인 ‘브이로그’,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서울시 바이브(Seoul City Vibe)’ 등을 연재한다.

김동겸 씨는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팬 관리 하는 직원 말에 따르면 우리 영상을 보고 많은 외국인들이 도움 받고 있다고 한다”면서 “어떤 외국인 아주머니는 저희 영상을 보고 대가 없이 후원해주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DKDKTV의 리액션 영상

한류를 외국인들에게 소개하고, 한국인의 시각으로 본 해외 문화를 한국인 또는 또다른 외국인에게 설명하는 형식의 유튜브 채널은 국내에선 DKDKTV가 첫 시도였다. 이후 비슷한 형식의 채널들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유창한 영어로 탄탄히 방송을 이어오는 곳은 DKDKTV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김경수 씨는 캐나다와 미국에서 7년, 김동겸 씨는 캐나다에서 5년 간 살았었다. 이들이 외국 문화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다. 더불어 언어 장벽 없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해외 유튜브 채널들을 참고하면서 DKDKTV만의 색을 만들었다.

김경수 씨는 “DKDKTV의 차별점은 저희의 성향과 참고하는 유튜브 채널들에 기인한 것 같다”며 “제가 볼 때 외국 크리에이터들은 어떤 주제를 잡으면 그에 대한 스토리를 중심으로 영상을 풀어나가고, 유튜버 개인의 개성은 후순위로 두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제일 표현하기 쉽게 말하면 한국인들은 스트리밍 방송에 익숙하다. 태초에 1인 미디어 방송 생태계가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커왔다”면서 “지금 잘나가는 유튜버들을 보면 전부 스트리밍 방송 시절 BJ 출신이거나, 생방송을 재편집해 유튜브에 올렸던 사람들이다”고 덧붙였다.

DKDKTV 김경수 씨

김동겸 씨는 “이들 크리에이터들은 스트리머의 개성으로 방송을 이끌어가고자 하는 면이 있다”며 “인터넷 미디어 콘텐츠 뿐 아니라 TV 예능을 봐도 거의 진행자 개성에 좌우되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많다”고 지적했다.

■"언론사 취직 않고도 목소리 낼 수 있는 게 1인 미디어의 매력"

김동겸, 김경수 씨는 대학 재학 시절 영상 관련 과목을 듣고, 학회도 참여해왔기 때문에 그들에게 동영상을 촬영·편집해 유튜브에 올리는 일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2016년 9월 처음 영상을 올린 뒤 지속적으로 영상을 올렸고, 작년 여름방학 구독자 수 10만을 넘길 때까지만 해도 취미에 머물렀으나 꾸준함을 잃지 않았다.

김동겸 씨는 “거의 처음부터 영상을 많이 올렸는데 재미가 있었다. 거의 무에서 시작하다보니 조회수 1천, 1만 찍을 때도 너무 설렜다”며 “사실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했다고 말할 수도 있는데, 그때는 제가 PD 언론고시에서 떨어졌을 때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튜버로의 전향을 확실히 하기 전까지는 신방과 학생으로서 혼돈의 시기였다. 방송국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유튜브라는 대안이 내게 있었다”면서 “다행히 전향 후에도 운이 좋아 DKDKTV의 채널 방향을 좋게 봐준 서울시를 만나 같이 일을 하게 됐다. 이때 수익도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DKDKTV 김동겸 씨

이들은 서울시의 1인 미디어 지원 사업인 ‘크리에이티브 포스’를 활용하면 초창기 유튜버들이 자리를 잡는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DKDKTV의 경우 초기 포트폴리오가 많지 않았음에도 서울시가 중소기업을 홍보하는 채널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놔줬다. 작년 6월부터 구독자 40만인 현재까지도 서울시 지원 사업의 수혜를 받고 있다. 스튜디오 임대 시에도 서울시의 도움을 받았다. 신문방송학부 전공이 아니었더라도 탄탄한 기획안만 있다면 크리에이티브 포스에 합격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고 김동겸 씨는 덧붙였다.

이들은 2019년 새해를 맞아 만료를 코 앞에 둔 취업 포기 각서를 갱신할 예정이다. 내년엔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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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씨는 “DKDKTV가 케이팝 가사를 해석해주니 많은 해외 시청자들이 저희한테 여타 정보들도 전달받길 원하고 있다”며 “케이팝 가사 해석의 연장선으로 케이팝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뉴스들을 집약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뉴스 콘텐츠를 매주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동겸 씨는 "48시간 내 영상 올려야 인기도가 이어진다는 일명 유튜브 미신이 있는데, 유튜브 알고리즘에 대해선 여전히 미스테리다"면서 "결국 좋은 콘텐츠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내년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