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미래에 ‘치킨 사람’으로 불릴지도”

훨씬 커지고 늘어난 닭...“닭 뼈 ‘표준화석’ 조건 충족”

과학입력 :2018/12/30 10:05

먼 과거의 문화를 가리킬 때 ‘빗살무늬토기 문화’와 같이 당시 사용했던 도자기 도는 도구명이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먼 미래의 사람들이 현대인을 대략적으로 분류할 경우, 현대인은 ‘치킨 사람’(Chicken People)이라고 불리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IT전문 매체인 기가진에 따르면 과학 뉴스 사이트인 라이브 사이언스는 현대 인간에 의해 사육되는 닭의 총 무게가 모든 조류를 합친 무게를 초과한다고 설명했다. 그 만큼 대량으로 사육되고 있는 닭은 미래 학자들이 “인간이 여기에 살고 있었다”를 증명하기 위한 증거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2018년 12월 과학 잡지 ‘로얄 소사이어티 오픈 사이언스’에 발표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닭의 뼈 화석은 새로운 지질 시대 분류로서, ‘인류세’를 확인하기 위한 중요한 증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인류세란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지구의 환경체계가 급격하게 변하고, 그로 인해 지구환경과 맞서 싸우게 된 시대를 뜻한다. 네덜란드의 화학자로 1995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크뤼천이 2000년에 처음 제안한 용어로, 새로운 지질시대 개념이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지질학자인 캬리즈 베넷 씨에 따르면 지층 시대를 식별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표준 화석’(특정 시기에만 살아 발견된 층을 구별하고 층의 나이를 알려주는 화석)이다.

표준화석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야 하며, 짧은 기간 동안만 살았던 동식물 등의 화석이어야 한다. 표준화석은 일정한 시기에만 번성했던 동, 식물 등의 화석이기 때문에 퇴적암에서 발견될 경우 그 화석을 포함한 층의 나이를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암모나이트, 삼엽충, 매너드, 공룡 등이 있다.

현대의 닭은 인류세의 표준 화석에 적합한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분포 영역이 넓고 다수 발견되는 조건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사육되는 닭의 수는 약 214억 마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숫자는 지구에 서식하는 다른 조류의 수를 훨씬 초과하는데, 닭의 총무게는 50억kg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닭은 전세계에서 찾아낼 수 있는 생물이며, 2014년에는 1년간 620억 마리가 소비된 것으로 추정된다.

베넷 씨는 “미래의 고고학자가 현대의 닭 화석을 발견한다면 이 생물이 자연스럽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의 닭 뼈가 크게 변화한 사실은 런던 동물 뼈 데이터베이스에서 닭의 다리 뼈를 분석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닭의 뼈 중 가장 오래된 것은 기원전 43년에 시작된 로마 시대의 것으로, 당시 닭은 야생의 적색 야계(중국 남부에서 필리핀 , 말레이시아 , 태국 등 동남아 열대 지역 정글에 서식하는 야생 닭)만큼 작았다. 1340년경이 되면 인간의 손에 길들여진 닭이 등장하는데, 이 때 닭의 크기는 더 커지고 무게 역시 더 무거워진 것이 확인된다.

그 후 1950년경이 되면서 닭의 뼈 크기는 더욱 크게 바뀌었다. 현대의 사육되는 닭 다리 뼈는 옛날 적색 야계에 비해 3배의 폭과 2배의 길이로까지 진화했다. 이 때문에 현대의 닭고기의 양은 1957년 당시 동종의 닭과 비교했을 때 4~5배나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의 닭이 이렇게까지 커진 이유는 우연이 아니다. 더 크고 빠르게 성장하는 닭은 축산 주인들이 추구하고 시행착오를 반복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 대가로 현대의 닭 뼈는 야생 조류보다 작은 구멍이 많고, 사육되는 닭은 보통 생후 7주 정도면 도살된다. 그 이상 살아남을 기회가 있어도 잘 성장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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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넷 씨는 “미래 학자들은 뼈를 구성하는 분자를 통해 닭이 곡물 기반의 식사를 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만약 미래 학자들은 길들여진 닭 DNA에서 일 년 내내 교배하는 것을 허용하는 돌연변이 같은 여러 유전자의 변화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세계 과학자 그룹으로 구성된 국제 층서위원회(International Commission on Stratigraphy)는 지구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사용하는 지층 시대를 정의하는 기관이다. 인류세는 아직 정식으로 채택된 게 아니고, 베넷 씨에 따르면 인류세가 정식 채택되기까지는 아직 몇 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베넷 씨는 닭의 뼈도 인류세의 표준 화석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