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영 디자이노블 "AI로 옷 패턴 디자인하세요"

GAN 기술로 패션 디자인 생성..."아마존 연구 참고"

중기/벤처입력 :2018/12/27 17:09    수정: 2018/12/28 15:44

갤러리아 백화점 점장들이 마중을 나올 정도로 패션에 대한 관심이 큰 공대생과 철 바뀔 때 옷을 사 입을 정도만 관심이 있는 공대생, 옷을 좀처럼 사지 않는 공대생이 모여 인공지능(AI) 으로 패션 디자인을 생성해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패션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자이노블'을 설립한 신기영·송우상·이건일 공동창업자는 포항공대에서 함께 공부한 사이다. 재학 시절 서로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던 어느 날 이미지를 조합해주는 ‘GAN(생성적 대립 신경망)’ 기술을 패션에 접목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들은 지난해 8월 디자이노블을 설립해 세계 패션 디자인 수백만 장을 학습한 빅데이터 플랫폼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디자이너들에게 체계적으로 저장된 디자인 플랫폼만으로도 큰 자산인데, 여기에 더해 디자이노블은 파트너 브랜드가 만들었을법한 패턴을 알아서 생성해주는 기능도 구축했다. 디자이너들은 AI가 만든 디자인을 보고 수정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옷에 들어갈 패턴을 완성한다.

신기영 디자이노블 대표

실제로 국내 유명 의류 기업 중 한 곳인 한섬은 디자이노블의 서비스를 긍정적으로 평가, 일부 브랜드의 디자인 작업에 디자이노블의 서비스를 도입키로 했다. 한섬의 브랜드 SJYP가 먼저 디자이노블의 디자인 생성 기능을 사용해 2019년 봄여름 시즌 ‘디노 후드티’를 제작해 판매 중이다. 이로써 국내 패션업계에서는 처음으로 한섬의 SJYP가 AI로 옷을 디자인했다는 타이틀을 달았다. SJYP의 디자이너 스티브제이와 요니피는 “똑똑한 조수들이 일한 느낌이 난다”며 칭찬했다고 한다.

지난 20일 디자이노블의 신기영 대표를 만나 AI로 패션 산업에 뛰어든 배경에 대해 들어봤다.

■패션 분야에서 GAN 기술 도입은 아직 블루오션

AI 디자인 생성 과정

패션에 대한 각기 다른 소신을 가진 공동창업자들은 전에 없던 디자인의 옷을 만들고, 좋은 옷을 싸게 만드는데 AI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는 한 뜻을 모았다. 2014년 GAN 기술이 개발된 지 약 3년 만인 지난해 8월 정식으로 사업자 등록을 했다.

신 대표는 현 패션 산업의 문제점에 대해 “백화점은 옷을 이미 몇 만 벌을 만들어놓고 사가라는 시스템인데, 백화점 옷이 비싼 이유엔 재고로 남을 것에 대한 리스크를 모든 옷들이 분담하기 때문이다”며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로 쇼핑몰 스크롤을 내리면 내릴수록 소비자는 새 디자인의 옷이 있길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패션 유통 환경이 변화하고 유행 주기가 빨라지면서 디자이너들이 새로운 옷을 만들어내는데 예전 시스템으로는 그 한계에 다다르기 시작했다”며 “이에 우리가 조심스럽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AI 패션 디자인 생성, 아직 해외에서도 드문 분야

디자이노블 AI 디자인 생성 서비스로 제작한 디자인이 그려진 SJYP 후드티

공동창업자들은 이 같은 아이디어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사업 구상에 나섰다. 신 대표에 따르면 아직까지 디자이노블 외에는 국내에 의류 디자인을 AI로 해결해주는 서비스가 없고, 해외에서는 스티치픽스 정도가 대표적이다. 스티치픽스는 기업가치를 4조원가량으로 평가받아 상장에 성공했다.

신 대표는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GAN 기술을 써서 패션 디자인을 생성해주는 시스템이 몇 없을 때 시작했다”면서 “한때는 잘못된 접근은 아닐까 걱정하던 차에 아마존이 관련 연구를 한다는 기사가 나온 것을 보고 ‘이거다’ 하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존은 기사를 낼 때 특징이 있는데, 남들이 못하는 게 확실할 때 자신들은 어떤 사업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기사를 낸다”며 “그런데 아마존이 패션 AI를 한다고 기사가 나왔을 땐 ‘아마존이 GAN을 써서 패션 AI를 하겠다’고 나와 이런 몇몇 문장 때문에 확신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분명 아마존이 이 기사를 PR 목적으로 나오도록 했을 것이고, 관련 개발자들을 모으기 위한 포석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서 “아마존도 이제 시작하는데 이 사업을 하면 ‘우리도 돈이 되겠구나’라는 생각에 사업을 다듬다보니 결과물들이 조금씩 나아졌다”고 덧붙였다.

■AI가 디자인 해줘도 사람 디자이너가 보완해야

신기영 디자이노블 대표

현재 디자이노블의 서비스는 총 세 가지로 나뉜다. 먼저 검색 관련 서비스는 데이터 수집 시스템, 이미지-텍스트 분석, 카테고리(키워드) 검색 기술을 포함한다. 추천 서비스에선 동대문 상품을 취급하는 MD들의 사입 추천이 가능하다. 디자인 서비스는 여성복 상의를 중심으로 판매량 추이를 반영한 GAN 기술이 활용된다.

특히 디자이노블의 AI 서비스로 생성한 디자인의 마지막 수정 과정은 반드시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 현재는 법적으로 저작권 등록 시 AI가 만들었다고 등록할 수 없고, 사람 등 자연인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AI가 만든 디자인이라고 하면 아무나 쓸 수 있는 디자인이 된다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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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노블은 향후 AI가 만든 디자인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춘다는 계획이다. 디자인이나 기술에 대한 평가는 정량적일 수밖에 없으나, AI로 만든 옷의 판매량 등을 비교한다면 충분히 디자인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기영 대표는 “실제로 디자이노블 서비스를 사용해본 디자이너들과 일하다보면 어떻게 사람 디자이너의 영감이 옷으로 탄생하는지 과정을 볼 수 있다”며 “디자이너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느 단에 우리의 기술이 들어갈지 고민하는 것은 참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