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을 윈도로?" 크라우드펀딩 USB 저장장치의 진실

윈도 라이선스 확보와 설치는 소비자 몫...주의해야

홈&모바일입력 :2018/12/27 10:42

맥 컴퓨터를 윈도 PC로 바꿔준다는 저장장치가 국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에 올라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지디넷코리아 취재 결과 이 제품은 고속 읽기·쓰기가 가능한 USB-C 방식 플래시 메모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윈도 라이선스 확보와 설치는 소비자 몫으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달 와디즈에서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USB-C 저장장치. (사진=와디즈)

기존 썬더볼트3나 USB 3.1 Gen.2 방식 외장형 저장장치에 비해 가격이 비싸지만 무상보증기간이 1년으로 제한되는 문제도 있다. 이 제품을 제조한 A사는 "제품 원가와 자금력 등 스타트업의 한계"라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제공한 와디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제조사가 직접 작성한 콘텐츠에 대해 일률적으로 과대/과장 광고를 판단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작성에 대한 1차 책임은 제조사에 있다는 것이다.

■ "맥에 꽂기만 하면 윈도 PC가 된다?"

국내 인터넷 환경은 인터넷뱅킹이나 전자정부 등에서 아직도 일정 부분 윈도 기반 액티브X에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맥 이용자들은 패러렐즈 데스크톱이나 버추얼박스 등 가상 PC 애플리케이션이나 맥 저장공간 중 일부를 윈도 운영체제용으로 지정해 다시 부팅하는 부트캠프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윈도 라이선스 구매와 설치는 펀딩에 참여한 소비자의 몫이다. (그림=웹사이트 캡처)

A사가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와디즈에 등록한 한 저장장치(이하 'B제품')는 '맥에 꽂기만 하면 윈도 PC 기능을 쓸 수 있다'는 문구로 맥 이용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모았다. 이 제품은 지난 11월 중순 목표액의 17배 이상인 5천375만원 이상을 모금하며 펀딩을 마쳤다.

그러나 설명을 유심히 읽어보면 이 제품은 윈도 라이선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USB 저장장치를 연결해 윈도 운영체제를 설치하고 장치 드라이버 등 각종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은 여전히 소비자의 몫이다. 윈도 운영체제 구동에는 맥OS 기본 기능인 부트캠프를 활용한다.

이에 대해 A사는 "(해당 광고 문구는) 소비자가 윈도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거나 신규 구매할 경우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또 제품이 고가이다 보니 맥 컴퓨터에서 윈도 운영체제를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주 소비자층으로 잡았다. 운영체제 설치가 아니라 고속 저장장치 용도로 쓰려는 소비자들도 많다"고 밝혔다.

플랫폼을 제공한 와디즈는 "펀딩 프로젝트 관련 모든 콘텐츠는 제조사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알리고자 콘텐츠를 작성하고 있기 때문에 정량적인 기준이나 잣대로 이를 판단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 단 최근 유관기관에서 과대/과장광고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이에 심사를 강화중이다"라고 답변했다.

■ "레이드0로 속도 향상... 내구도 문제 없다"

B제품은 기존 USB 저장장치에 비해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A사 관계자는 "대만 AS미디어 컨트롤러 칩과 도시바 MLC 플래시 칩을 적용한 다음 레이드(RAID) 0로 연결해 입출력 속도를 높였다"고 밝혔다.

레이드 0는 안정성 대신 속도를 중시한 저장장치 구성 방식이다. 몇 년 전 나온 고성능 SSD 제품에도 플래시 메모리를 여러개 묶어 레이드 0로 구성하는 방식이 흔히 쓰였다.

B제품은 레이드 0를 이용해 읽기/쓰기 속도를 향상시켰다. (그림=웹사이트 캡처)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용 저장장치에 레이드 0를 적용하는 경우가 드물다. SSD나 플래시 메모리 성능이 상향평준화된 데다 플래시 메모리가 하나만 고장나도 전체 저장공간을 포기해야 하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현재 시판되는 SSD도 B제품과 기본적으로 같은 구조다. 레이드 0를 적용하지 않아도 플래시 메모리에 이상이 생기면 모든 데이터가 날아가는 것은 마찬가지다"라고 반론했다.

또 "다른 USB 저장장치의 MTBF(평균 무고장 시간)는 50만~100만 시간이지만 B제품의 MTBF는 200만 시간이다. 저장장치의 실질적인 수명을 따지는 TBW(보증쓰기용량) 역시 기존 제품과 큰 차이 없는 150TBW다"라고 밝혔다. 단 TBW는 실제 제품을 제작하는 해외 제조사가 통보한 값이다.

■ "제품 원가 등으로 무상보증기간은 1년이 최선"

삼성전자나 WD(샌디스크) 등 유명 제조사가 만든 USB-C 외장 SSD는 모두 무상보증기간 3년을 제공한다. 실구매가도 1TB 제품 기준 22만원 전후로 B제품보다 훨씬 저렴하다. 반면 B제품은 256GB 제품 가격이 40만원 이상이며 무상보증기간은 1년이다.

A사 관계자는 "제품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원인은 도시바를 통해 주문 생산한 플래시 메모리를 쓰기 때문이다. 대량 생산을 하지 않는 이상 원가도 자연히 올라간다. 또 MLC(2비트)와 현재 주로 쓰이는 TLC(3비트) 플래시 메모리의 안정성에서도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무상보증기간이 1년인 이유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는 1년 이상도 검토했지만 스타트업 특성상 대량의 제품을 한꺼번에 만들어 놓기 쉽지 않은 면이 있다. 현재로서는 1년 정도를 제공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다. 1년 뒤에 문제가 생기면 유상 교환도 검토중이다"라고 답변했다.

■ 와디즈 "제품 출고되면 보증은 제조사의 몫"

A사 관계자는 "B제품은 지금까지 3번 정도 설계를 개선해 왔다. 최초 시제품은 2015년에 만들어졌지만 3년간 가혹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거친 지금도 아직까지 문제가 없다. 기본 하드웨어 설계는 이미 검증된 제품"이라고 주장했다.

저장장치 제조사가 밝힌 MTBF는 평균값에 불과하다. (그림=웹사이트 캡처)

그러나 MTBF는 어디까지나 평균값이다. A사가 밝힌 200만 시간 이전에 제품이 고장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또 무상보증기간 이내라도 A사가 문을 닫으면 제품 교환이나 수리 등 어떤 대처도 기대할 수 없다. A사 역시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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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제공한 와디즈는 "자금 조달이나 유통 등 여러 면에서 기존 전자상거래와 다른 특성때문에 관련 법령의 모든 규정을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통신판매의 당사자는 제조사다"라고 설명했다.

또 "제품이 완성·배송된 뒤 15일간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모니터링한 후 문제가 없는 경우 정산을 시행하고 있다. 완제품이 아닌 프로토타입, 혹은 시제품으로 출시되는 제품에는 결제 전은 물론 공지사항을 통해 미리 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