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경쟁 국민·신한, 자산관리서비스도 충돌

국민 "원칙 충실" vs 신한 "펀드 집중"

금융입력 :2018/12/21 11:33    수정: 2018/12/21 15:51

'리딩뱅크' 지위를 넘겨준 신한은행과 1위를 수성하겠다는 KB국민은행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신한은행은 비대면 채널(모바일 뱅킹)에서서 '한방'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다양한 콘텐츠와 파트너십과의 결합을 꾀하는 중이다. KB국민은행도 이에 질세라 인터넷과 모바일 뱅킹의 사용자환경과 인터페이스를 바꾸면서 기존 고객 지키기와 젊은 고객 모시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두 은행은 흥미롭게도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를 비슷한 시기에 내놨다. KB국민은행은 모바일 뱅킹 애플리케이션(앱) 'KB스타뱅킹'에서 '자산관리 #(샵)'을 통해, 신한은행은 '쏠'에서 '쏠 리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 모으기에 나선 상황이다.

자산관리 서비스는 미래 자금까지 관리해준다는 의미에서 오래도록 고객을 한 은행에 잡아두고, 다양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 입장에선 매력적인 수익원이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중 고객의 선택을 더 많이 받을 자산관리 서비스는 무엇일지 비교해봤다.

■ KB국민은행, 자산관리 원칙 충실…영업점에 있는 기분

KB국민은행 'KB스타뱅킹'에 있는 '자산관리 샵' 서비스 화면.(사진=지디넷코리아)

KB국민은행 자산관리의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자산과 지출을 분석해 여유자금을 알아내고, 이런 소비패턴이라면 은퇴시점에 적어도 월 얼만큼의 생활비가 필요하니 어떤 상품을 가입하는게 좋다'는 내러티브로 구성돼 있는 것.

기본적인 원칙을 구현했으나 사용자 경험은 이것이 이어져 있는지 알아채기 어렵게 만들어졌다. 섹션이 ▲자산 ▲지출 ▲미래로 분할돼 있어서다. 마치 한 사람에게 자산을 관리받는다는 느낌보다는 필요한 금융서비스마다 각 영업점 창구를 옮겨다니는 듯한 기분을 준다. 각 메뉴마다 결국 귀결되는 것이 '이런 상품은 어떠세요'이기 때문에 영업 압박에 몰린 창구점 직원을 대하고 있다는 착각도 든다.

KB국민은행 'KB스타뱅킹'에 있는 '자산관리 샵' 서비스 화면. 사전 동의는 가입자들의 허들이 될 수 있는 요소다.(사진=지디넷코리아)

각 메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사전 허들도 넘어야 한다. KB금융지주 계열사에 내 개인정보 활용을 동의해줘야 하며, 계열사 간 움직이는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로 내 개인정보가 움직인다는 점도 동의해줘야 한다. '미래' 설계를 보기 위해서는 연금정보 설문등록까지 마쳐야 한다. 급여소득과 국민연금 가입기간, 월평균 소득구간을 알려줘야 한다. 각 메뉴 간 유기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지점이지만, 오히려 나의 예상 노후 생활비를 더 정확히 예측해 줄 것이란 기대감도 갖게 한다.

'자산' 메뉴에 들어가면 현재 KB국민은행에 예치돼 있는 내 자산과 이를 불릴 있는 다양한 금융상품이 추천된다. '지출'에서는 KB국민카드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간·월간 지출 내역을 분석해준다. '미래' 메뉴에서는 자산과 지출의 분석항목을 합쳐 얼만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니 그를 위한 펀드 상품을 추천해준다. 그간 KB국민은행이나 KB국민카드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확인할 내용이 그리 많지 않다. 추천해주는 상품 역시 상품명으로 제시돼 가입의 욕구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점도 아쉽다.

KB국민은행이 젊은 고객들의 승부욕을 자극시켜 차별화한 콘텐츠가 하나 있다. '플레이어셋'이라는 메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 메뉴에서는 자신이 보유한 상품의 수익률에 따라 순위를 결정짓고, 참여자 간 상품 정보를 공유하는 서비스다. 가족과 친구들을 초대해 수익률을 경쟁할 수 있다고 한다. 수많은 펀드 중 수익률이 좋은 펀드를 어떻게 골라야 할까하는 과제를 '집단지성'의 힘으로 해결한 것이다.

■ 신한은행, 펀드에 집중

신한은행 '쏠' 내의 '쏠 리치' 자산관리 화면.(사진=지디넷코리아)

신한은행은 디지털이란 특징을 잘 파악하고 집중했다는 데 KB국민은행보다 우위가 있다. 고객 자산은 일단 예치된 자산으로 자동으로 파악해주며, 나와 비슷한 연령대와 성별의 고객 자산을 비교해줘 자산관리가 '시급'하다는 식의 제시도 해준다. 가입한 상품을 조회하는 과정은 개인정보 활용 동의보다는 챗봇을 활용했다. 챗봇에 조회를 부탁하면 자동으로 알려준다.

신한은행은 예·적금 등을 추천해주지 않는다. 투자상품인 펀드만을 권유해준다. 미래라는 애매한 말보다는 '퇴직'으로 확정해놔 직관적이다. 그렇지만 펀드만이 최우선일까란 고객은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다. 나의 자산을 펀드에 '몰빵' 할 순 없어서다.

신한은행이 이를 위해 대응한 것이 로봇이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로보어드바이저와 과거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 예측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알고리즘'을 자체 개발해 이용한다. 메뉴에서는 이를 '로보 포트폴리오' 상품 중 '하이브리드형(전문가+로보)' 상품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만을 통해 받은 추천 상품은 '로보일반형'으로 구분된다.

신한은행 '쏠' 내의 '쏠 리치' 자산관리 화면. 추천사유에 대한 난해한 말과 수익률은 투자 요인을 반감시킨다.(사진=지디넷코리아)

하이브리드형에서 전문가가 있다는 착각을 주기 위해 펀드 추천 사유도 굳이 펀드 상세 내용 확인을 누르지 않아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한국투자퇴직연금증권자투자신탁1호(국공채)' 상품의 추천사유 보기를 누르면 '연내 기준 금리 인상이 예고되고 있으나, 경기 지표 부진에 따른 우려로 추가적인 금리 인상 기대감은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대내외 불안요인 지속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 예상'이라고 뜨는 식이다. 한국은행은 연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지난 11월 30일 기준금리를 인상, 인상이 이뤄진지 1달이 가까운 시점이라는 점과 왜 추천했는지 고객이 몇 번이고 독해를 해야한다는 점은 아쉽다. 아마 이 상품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국공채에 투자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아져 수익률이 오를 것이라는 말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전문가가 없는 로보포트폴리오의 추천 상품은 수익률이 좋지 않았다. 수익률을 근간으로 현재 소득을 투자한다는 점을 비춰봤을 때 투자 매력도가 반감되는 부분이다.

■ 핀테크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은행은 펀드와 같은 투자성 상품, 만기가 제법 긴 연금성 상품을 '설득력'있게 팔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산관리 서비스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은행에 나의 급여 소득을 쪼개서 유치할 수 있다면 은행 간 자산관리 서비스를 비교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대부분 급여소득자들은 여윳돈이 넉넉하지 않아 한 은행을 택하기 마련이다. 한 은행의 급여통장과 투자상품, 연금까지 가입하는 '충성고객'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고객이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고 싶은 이유는 간단하다. 돈을 잘 모으고, 잘 굴려 수익을 높인 뒤, 노후자금으로 쓰겠다는 것이 목표다. 수많은 핀테크 기업들이 자산관리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은행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눈여겨보는 건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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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미 '뱅크샐러드'에서는 내가 사용하는 카드 정보를 모아 지출 내역을 분석해주고 씀씀이가 헤프면 알려주기까지 한다. 증권사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이미 '토스'에서 펀드를 살 수 있다. 펀드 수익률을 비교하고 싶다면 '펀드온라인코리아'에서 사전에 확인해볼 수도 있다.

여기에 금융위원회가 '마이데이터' 사업자를 인·허가 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개인정보와 신용정보를 내가 원하는 곳에 맡겨 자산관리 등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내 은행 고객의 예치 자산으로, 같은 지주 계열사의 카드사 고객 정보만으로 은행의 자산관리서비스의 한계는 명확히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