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왜 구글세 먼저 치고 나왔나

재정적자 심각…'EU합의 관찰→단독대응' 선회

인터넷입력 :2018/12/18 15:03    수정: 2018/12/18 15:0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유럽연합(EU)이 주춤거리자 프랑스가 먼저 치고 나섰다. 내년 1월부터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4대 미국 IT 기업들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파이낸셜타임스를 비롯한 외신들에 따르면 브루노 르 마리 프랑스 재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파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주요 디지털 기업의 디지털 매출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설된 세금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에만 적용된다. 네 기업의 두문자를 따서 ‘GAFA세’로 불린다.

구글 본사. (사진=씨넷)

프랑스의 이번 조치는 크게 두 가지 점에서 관심을 끈다.

첫째. 28개 회원국 중 왜 프랑스가 먼저 나섰을까.

둘째. 4대 기업에 대해 어떻게 세금을 부과할까.

■ 프랑스, 노란조끼 시위로 추가세원 시급한 상황

첫번째 의문을 풀기 위해선 EU의 최근 행보와 프랑스 국내 상황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EU는 최근 구글을 비롯한 거대 인터넷 기업들에 대해 합당한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기존 법률로는 제대로 세금을 매기는 게 쉽지 않다. 현행 EU 법에 따르면 인터넷 기업들은 28개 회원국 중 아무 곳이나 택해서 소득 신고를 할 수 있다. 애플을 비롯한 미국 거대 IT 기업들이 아일랜드를 선호하는 건 그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거대 IT 기업들의 법인세 납부 비율이 현저하게 낮은 편이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따르면 구글, 애플 등에 적용된 법인세율은 평균 9%에 불과하다. 다른 산업 분야 평균 23%에 비해선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EU가 구글 등을 겨냥한 디지털 서비스세를 신설하려는 것은 이런 상황 때문이다.

EU가 연매출 7억5천만 유로를 웃도는 IT 기업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서비스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에어비앤비 등 미국 거대 기업들이 주 타깃이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C 집행 위원. (사진=씨넷)

문제는 EU 역내에서 새로운 세금을 신설하기 위해선 28개 회원국이 모두 찬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달 초 디지털 세금 신설을 위한 28개 회원국 재무장관 회의에선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아일랜드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이 강하게 반발한 때문이다. 디지털 세를 신설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무역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애플 등 거대 IT 기업들의 유럽 본사를 유치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EU 차원의 디지털 세금 신설 노력이 난항을 겪자 독일과 프랑스가 이달 초 독자 행동을 선언했다. 합의안 도출에 실패할 경우 2021년부터 구글 등 4개 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 광고 매출의 3%에 대해 과세하기로 합의했다.

두 나라는 EU 차원의 통일된 세금 부과 방안이 나올 때까지 한시적으로 과세하겠다고 밝혔다.

르 마리 프랑스 재무장관은 이달 초“내년 3월까지 EU 차원의 합의안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까지만 해도 내년 초 최종 합의 때까지 지켜본 뒤 독자 행동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 "직접 판매-광고-개인정보 판매 매출 등에 모두 과세"

그런데 그 사이에 변수가 생겼다. 프랑스가 유류세 인상 조치를 내놨다가 국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친 것. 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퇴진과 유류세 인상 철회, 서민경제 개선 대책 등을 요구하는 ‘노란 조끼 시위’가 프랑스 전역으로 확대됐다.

결국 마크롱 대통령은 유류세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이와 함께 시위대가 요구한 최저임금 인상, 추가 근로수당 비과세 등도 수용했다.

이 때문에 연간 100억 유로에 달하는 세수 적자가 예상됐다. 그럴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EU 상한선인 3%를 넘길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상황에 내몰린 프랑스는 추가 재원 마련이 시급하게 됐다. 프랑스가 당초 계획을 앞당겨 구글 등 4대 IT 기업들에의 온라인 광고에 대해 과세하기로 한 건 이런 상황 때문이다.

그런만큼 프랑스의 입장은 강경하다.

르 마리 재무장관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2019년 1월부터는 세금이 부과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 2019년 한 해 동안 5억 유로 가량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문제는 디지털 기업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세금을 물리느냐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르 마리 장관은 “직접 판매 뿐 아니라 광고 매출, 웹 사이트, 개인 정보 재판매 등에 대해서도 과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