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T 구내식당 운영 중단이 갖는 함의

미래 ICT 인프라 담당 기업의 책임감 표명

기자수첩입력 :2018/12/12 07:49    수정: 2018/12/12 09:02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최근 아현 화재로 인해..."

지난 5일 KT 구내식당 운영 중단 소식을 접하고는 잠시 고민이 됐다. '이렇게까지 하다니'라는 생각이었다. 국가기간통신사의 책임감으로 봐야 할지, 경영진의 독단으로 봐야 할지.

회사 직원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결정이라니, 이같은 찜찜함은 내려놓았다. 생각을 이어나갔다. 노사가 뭉쳐 통신장애에 대해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대응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현 지사 통신장애에 대한 KT의 대응은 매우 이례적인 편이다. 경쟁사에선 이같은 선례가 남는 것에 대해 내심 불편해 할 정도다.

타사 사례를 보면, 가장 최근인 지난 4월 통신 장애가 발생한 SK텔레콤의 경우 가입된 서비스의 이틀치 요금을 보상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세 차례 통신 장애가 발생했지만 보상은 두 차례만 진행됐다. 한 번은 가입자 개별 신청에 따른 협의 보상을, 다른 한 번은 1일치 데이터 서비스 이용 요금을 보상으로 내놨다.

KT 광화문 사옥

KT도 이전에 발생한 통신장애에 대해서는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대응해왔다.

반면 이번 통신장애의 경우 보상책으로 1개월치 요금 감면, 동케이블 서비스 대상 3~6개월 요금 감면 등을 발표했다. 타사 대비 수십배의 금전적 보상을 제시한 셈이다. 물론 통신장애의 정도와 여파가 상대적으로 컸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약관 기준을 뛰어넘는 보상안이라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다만 소상공인들은 이에 만족하기 어렵다. 통신장애로 발생한 잠재적인 금전적 손실은 이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연합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평시 영업일 대비 매출 손해가 발생했고, KT가 성실한 보상을 내놔야 한다며 호소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구내식당 운영 중단은 일견 엉뚱해보이지만, 소상공인에 회사 차원의 책임감을 보여주는 방편으로는 괜찮은 대안이 된다. 직원들이 직접 찾아간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보여주고, 소상공인의 경제적 피해도 간접적으로 보상하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상공인 대상 위로금 지급 계획도 추가로 밝혔다. 회사가 예상치 못한 사례도 있을 수 있는 만큼 오프라인 접수처에서 소상공인으로부터 직접 사연을 듣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번호이동을 희망하더라도 요금 감면 대신 현금으로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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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대응책에는 진지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4차 산업혁명의 '파이프라인'이라는 5G 상용화를 앞두고, 국민의 신뢰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회사의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통신망의 중요성이 강화되는 만큼, 책임감도 키우겠다는 결단이다.

이용 약관을 근거 삼아 수백억원 이상의 통신장애 보상금을 아끼는 대신, 서비스 가치에 걸맞는 이용자 피해 보상을 택한 이유는 이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