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칩 수급난에 멍든 PC 호황...내년도 '빨간불'

[이슈진단+] 2018년 결산...PC

홈&모바일입력 :2018/12/20 10:40

올 한해 PC 업계는 천당과 지옥을 동시에 오갔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각종 고사양 게임으로 업그레이드 수요가 이어졌지만 뒤이어 인텔 프로세서 수급난이 시작됐다. 올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수급난은 12월부터 시작되는 성수기마저 위협하고 있다.

특히 개인 수요에 의존하는 조립 PC 업체와 조달 PC 업체들은 수요 감소와 수주량 감소 등으로 한층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매년 축소되고 있는 국내 PC 시장은 내년 1분기까지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게임이 주도한 PC 시장 성장, 하반기 이후 둔화

올 상반기만 해도 PC 시장 성장세에는 이견이 없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올 상반기만 해도 국내 PC 업계 관계자들은 소폭이나마 국내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와 IDC 역시 올 2분기 PC 시장이 6년만에 소폭 성장했다는 자료를 내놨다.

오버워치를 시작으로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 등 게임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등 성장세를 이끌 재료도 충분했다. 그러나 7월 중순 인텔 프로세서 수급난과 품귀설이 제기되고 9월 말 공식화되며 상황은 180도 전환되었다.

인텔 프로세서 수급난이 표면화된 후 개인 수요에 의존하는 조립 PC 업체와 조달 PC 사업에 참여하는 중소·중견 PC 업체가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여기에 인텔이 코어·제온 프로세서로 생산 역량을 집중하며 펜티엄·셀러론 등 프로세서를 공급받는 임베디드 업체들 역시 일부 제품 생산에 차질을 겪는 상황이다.

■ "내년 출하량 400만 대 이하로 떨어질 수도"

현재 국내 PC 시장은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한국IDC에 따르면 2017년 국내 PC 출하량은 457만 9천대다. 올 3분기까지 출하량은 339만 1천대이나 인텔 프로세서 수급 문제가 불거진 것을 감안하면 올 한해 출하량은 420만 대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크다.

2017년-2018년 3분기 국내 PC 출하량 추이 (자료=한국IDC, 단위:천 대)

그러나 콘텐츠 소비가 로컬이 아닌 스트리밍과 구독형 서비스로 옮겨가면서 콘텐츠 허브 역할을 하던 데스크톱 PC의 수요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내년 PC 출하량이 400만 대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점치는 상황이다.

여기에 현재 일부 글로벌 제조사가 퀄컴 올웨이즈 커넥티드 PC 국내 판매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이 실현될 경우 전통적인 인텔·AMD 프로세서 기반 노트북 판매량도 일정 부분 영향을 피할 수 없다.

■ "인텔 프로세서 공급 정상화가 1순위"

여러 제조사 관계자들은 "내년 1분기로 예상되는 인텔 프로세서 공급 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전통적인 성수기로 꼽히는 12월-2월 겨울방학 시즌의 매출이 상당 부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조립 PC 시장이나 일부 노트북 제품에 AMD 라이젠 프로세서가 탑재되고 있지만 인텔 프로세서 수요를 전면 대체하기는 어렵다.

대작 게임의 흥행 여부도 PC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인텔 10nm(나노미터) 프로세서 출시도 변수로 꼽힌다. 현재 인텔 프로세서는 2015년 이후 3년간 14nm 공정에 머무르며 성능 향상 폭이 둔화된 상태다. 공정 미세화를 통해 소비 전력 감소와 성능 향상이 현실화되면 업그레이드 대기 수요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업무 중심의 메인스트림과 게임 위주 고성능 PC로 이원화된 PC 시장에서는 대작 게임의 흥행 여부도 시장 상황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게임은 포트나이트이나 신규 업그레이드 수요를 이끌어 내기는 어렵다. 배틀그라운드를 실행할 수 있는 PC라면 충분히 이를 구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의 인물 : AMD 리사 수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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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 리사 수 CEO는 올 한해 AMD의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지디넷코리아)

AMD 리사 수 CEO는 최근 몇 년간 난맥상을 보이던 AMD의 경쟁력을 높였다. 올해는 경쟁사인 인텔보다 한 발 앞서 32코어, 64스레드 멀티코어 프로세서인 라이젠 스레드리퍼를 출시하고 '인텔의 대안'에서 '인텔의 경쟁자'로 AMD의 정체성을 확립했다는 평가다.

몇 달 전 한국을 찾은 리사 수 CEO는 국내 시장에서 AMD 라이젠 프로세서의 성장에도 만족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다만 글로벌 주요 PC 제조사들이 AMD 라이젠 프로세서 탑재에 여전히 소극적이며 특히 국내에서는 그 수가 적다. 그래픽칩셋 부문에도 강력한 경쟁자인 엔비디아가 있는데다 암호화폐 채굴 수요가 사라지며 수익이 축소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