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급제 아이폰, 한국에서만 이통사향보다 더 비싸

삼성·LG는 가격 같게 했는데 애플만 계속 차이 둬

방송/통신입력 :2018/12/05 10:06

애플이 아이폰을 판매할 때 한국에서만 이동통신사향 모델보다 자급 단말기를 더 비싸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자급제 활성화 정책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는 올해 출시한 스마트폰부터 자급제 폰과 이통사향 모델의 가격 차이를 두지 않고 있다.

애플은 이 정책을 따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애플은 그동안 국내에서 자급제 폰을 이통사향 모델보다 수만원 비싸게 팔아왔다. 2년전 출시된 아이폰7은 5만1천원의 차이를 보였고,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X은 자급제 폰이 6만원 가량 비싸게 판매됐다.

올해 들어 아이폰XS 64GB 기준으로 이통사향 모델과 자급제 폰의 가격 차이를 6천원까지 좁혔지만, 국내를 제외한 다른 주요 국가에서는 같은 값으로 내놔 일종의 역차별 논란까지 예상된다.

4일 방송통신 이용자 정보포털 와이즈유저에 공개된 휴대폰 가격 국내외 비교 조사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으로 조사 대상 국가인 17개국 가운데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아이폰XS의 이통사향 모델과 자급제폰의 가격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OECD와 중국 등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원화표시가격 기준으로 아이폰XS 64GB의 가격이 가장 비싼 스웨덴은 160만7천원 가량으로 현지 이통사인 텔리아 판매가와 자급제폰 값이 같다.

유럽 권역에서는 국가별 조세정책의 미세한 차이가 있지만, 아이폰XS 64GB 기준으로 1천159유로로 이통사향 모델과 자급제 폰의 가격이 동일하다. 중국 역시 현지 2위 통신사인 차이나유니콤 판매가 8천699위안은 자급제 폰과 같은 가격이다.

예외적으로 중국 현지 1위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이나 아일랜드의 1위 통신사인 보다폰이 자급제 폰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하기도 했다.

통신업계는 그러나 이 경우 해당 통신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애플의 공급가격 조건에 자사 프로모션이 적용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처럼 처음부터 자급제 폰 가격을 이통사향 모델보다 비싸게 책정하는 것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미국과 일본에서 판매되는 아이폰XS는 자급제 폰이 오히려 이통사향 모델보다 싼 값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버라이즌과 AT&T는 1천85달러에 판매하지만 자급제폰은 1달러 싼 편이다.

또 일본의 NTT도코모와 KDDI 판매가와 현지 자급제폰의 가격은 원화 기준으로 7만원 가량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자급제폰 단말이 유통 채널 간 판매 경쟁으로 인한 가격 차이가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국내 유통 환경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급제 폰에 더 비싼 가격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실제 국내 첫 공급 모델인 아이폰3GS부터 줄곧 이같은 판매가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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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애플의 불투명한 가격 정책을 비롯해 국내 판매량을 고려할 때 자급제 활성화 정책 방향에도 거스르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의 가격 책정은 시장에서 회사가 자율적으로 취할 문제이지만, 국내에서 자급제 활성화 움직임에도 판매점유율 2위 제조사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라면서 “과거 3G 무제한 요금제를 계속 이용하기 위해 더 비싼 값을 치르고 언락폰을 구입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상황이 달라져도 자사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