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금리 인상, 금융불균형 확대 방지 방안"

"25bp 소폭 인상…통화정책 기조 '완화적'"

일반입력 :2018/11/30 14:58    수정: 2018/12/01 09:19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종전 연 1.50%에서 0.25%p 인상한 연 1.75%로 결정한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불균형 확대를 막기 위한 방안이었다고 의견을 밝혔다.

가계부채 증가 속도 등을 미뤄봤을 때 현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경우, 금융안정리스크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주열 총재는 국내 경제 성장 경로가 잠재성장율을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대외리스크나 기업가 심리 위축으로 내년 경기가 둔화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3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는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총재는 이번 기준금리 상향 조정의 이유를 금융불균형 해소로 꼽았다. 금융불균형은 과도한 신용이 특정 부문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의미하는데, 한국은행은 가계부채의 누증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이주열 총재는 "금융불균형을 보는 중요한 지표는 가계부채 누증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3분기 가계신용은 1천51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조원(6.7%) 증가했다.

이 총재는 "금융불균형이 쌓인 이유는 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된 것 외에도 다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정부가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하고 있고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펴고 있다. 소폭의 금리 조정이긴 하지만 금융안정 측면에서 불균형 축소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통화정책만으로는 금융불균형을 전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는 "금융불균형 해소를 위해선 통화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통화정책 말고도 다른 정책이 같이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룸에서 기준금리 인상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0.25%p 인상했다.(사진=뉴스1)

이주열 총재는 추가 금리 인하 여부에 대해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지만, 여전히 통화정책 기조는 완화적이라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0.25%p(25bp)인상했으나 통화정책 기조는 아직 완화적이고 수치는 못밝히지만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기준금리는 중립금리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앞으로 향후 통화정책은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안정 상황을 함께 고려해서 판단하겠다"고 답변했다.

이번 금통위에서 '동결'을 주장하는 소수 의견이 제시된 점과 관련해 적절성 여부에도 이 총재는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이주열 총재를 포함한 7명 위원 중 조동철·신인석 위원이 동결 소수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소수의견이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본다.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그에 대한 시각이 다를 수 있다"며 "이상한 것은 아니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연초부터 금통위는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경제 성장세가 이어지고 물가 목표 수준 근접이 예상된다면 통화 완화 정도를 줄이는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며 "모든 정보와 데이터 등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각자 신중히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취약 차주의 증가, 내수 경기 위축 등 우려의 시각도 제기됐다.

이주열 총재는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대외리스크가 커져서 그에 따른 소비자와 기업가 심리가 위축됐다"며 "'하강 국면'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조심스럽다. 이 판단은 조금 더 있어야 하며 내년 불확실 요인이 많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기준금리 인상 수준은 국내 경제에 큰 타격이 없으리란 뜻을 전했다. 그는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는 국면이지만 교역 시장이 크게 위축되진 않을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경기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2%대 중후반대 성장세는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총재는 "금리 올리면 비용이 높아져 소비 투자에 부담을 준다. 성장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면서 "소폭 인상하지만 여전히 완화적이기 때문에 이번 인상이 실물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고 경제가 어느 정도 감내할 수준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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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국내 경기가 하강 국면인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한 차례 금리를 더 올릴 경우 추가 금리 인상 여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 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고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금리 인상해간다면 역전폭이 확대될 것이다. 종전까지 금리 차 폭이 75bp로 확대됐지만, 외인 투자자금 유출은 우리의 자금 흐름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나쁜 상황을 가정하고 묻는다면 답을 할 순 없지만 예기치 못한 상황이 올 수도 있음을 염두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외인 자금 유출과 관련해 이주열 총재는 "자금 유출이 심한 나라를 보면 그 나라의 정책금리가 훨씬 높다. 분명히 말하자면 자본 유출을 부추기는 절대적인 내외금리차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내외금리차 확대는 아무래도 부담스럽다지만 기준은 없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