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1년만에 기준금리 0.25%p 인상

연 1.75%...한·미 간 금리 격차 다소 줄여

금융입력 :2018/11/30 10:03    수정: 2018/11/30 11:10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국내의 금융불균형을 해소하고 벌어지는 한·미 간 금리 격차를 다소 줄여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을 막겠다는데 중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30일 한국은행은 서울 세종대로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 연 1.50%에서 0.25%p 올린 연 1.75%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간 한국은행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인한 대외적인 불확실성 확대를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해왔다. 수출국가인만큼 세계 교역 분위기는 국내 경제 성장률에도 큰 영향을 미쳐, 추이를 지켜봐야한다는 시각이었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 속에 국내 수출은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무게가 쏠린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낸 10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국내 수출액은 549억7천만 달러로 6개월 연속 500억 달러 이상 수출을 달성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측은 하반기에 수출이 줄어드는 징후는 없고, 11월 수출도 전월 대비 5%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뉴스1)

여기에 과도한 신용팽창과 자금이 특정 부문에 쏠리는 '금융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 상태다. 금통위원 중 이일형·고승범 위원이 금융불균형 해소를 위해 기준금리를 일부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실제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말 대한민국 국부로 추산되는 1경3천818조 중 87%에 해당하는 1경2천37조원이 부동산 자산으로 구성돼 부동산 자금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는 9.13 부동산 대책과 함께 금융사 여신 선진화 방안을 시행 중이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는 줄지 않고 있다. 올 3분기 기준으로 가계신용은 1천51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조원(6.7%) 늘었다. 올해 상반기 명목 국민총소득 증가율(3.3%)에 비교하면 속도가 2배나 빠르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가 더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 유출 속도도 빨라질 것이란 우려도 있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이 12월 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 경우 한국과 미국 간의 내외 금리차는 1%p로 확대된다. 미 연준의 연방기금금리는 연 2.0~2.25%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의 지난 28일(현지시간)의 '비둘기파 (통화완화 선호)' 적 발언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정책금리가 역사적으로 여전히 낮다"면서도 "정책금리가 중립금리 바로 아래에 있다"고 발언했다. 일각에서는 이 발언을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예고한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미국 시장 금리는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다음은 통화정책방향 전문.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재의 1.50%에서 1.75%로 상향 조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세계경제는 3/4분기중 성장세가 다소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대체로 양호한 성장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주요국 주가가 하락하는 등 높은 변동성이 지속됐으나 일부 취약 신흥국의 금융불안은 다소 완화됐다. 앞으로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은 보호무역주의 확산 움직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유로지역 정치적 불확실성 등에 영향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경제는 설비 및 건설투자의 조정이 지속됐으나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면서 대체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고용 상황은 취업자수 증가규모가 소폭 늘어나는 등 부진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국내경제의 성장흐름은 지난 10월 전망경로와 대체로 부합해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가 둔화되겠으나 소비는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수출도 세계경제의 호조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는 농산물 및 석유류 가격의 상승폭이 확대되면서 2% 수준을 나타냈다. 근원인플레이션율(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1% 내외 수준을,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중반 수준을 나타냈다.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목표수준 내외를 보이다가 다소 낮아져 1%대 중후반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근원인플레이션율은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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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서는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됐다가 11월 들어 다소 축소됐다. 주가는 주요국 주가 하락, 미·중 무역분쟁 완화 기대 등에 따라 상당폭 하락 후 반등했으며, 장기시장금리는 하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소폭 하락했다. 가계대출은 10월 들어 증가규모가 확대됐으며, 주택가격은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대책의 영향으로 오름세가 둔화됐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국내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다. 아울러 주요국과의 교역여건,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변화, 신흥시장국 금융·경제상황, 가계부채 증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도 주의깊게 살펴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