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콘, 온라인 카지노에 투자...적정성 논란

정부 암호화폐 도박으로 보는데 기름 붓는 격

컴퓨팅입력 :2018/11/29 17:55    수정: 2018/11/30 09:42

국내 대표 플랫폼 블록체인(메인넷) 프로젝트인 아이콘이 온라인 카지노를 초기 디앱(dApp·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으로 유치했다. 온라인 카지노는 사행성 때문에 국가에서 불법으로 규정한 터라 적정성 여부가 지적됐다.

아이콘은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블록체인 카지노 프로젝트 ‘메카카지노’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아이콘에 따르면 메카카지노는 아이콘 디앱으로 3년 이상 개발을 거쳐 블랙잭과 바카라 등의 테이블 게임 론칭 준비를 마쳤다. 내년 하반기까지 자체 제작한 카지노 라인업과 스포츠 베팅을 추가해 세계 최대 규모의 탈중앙화 카지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온라인 카지노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투명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고 카지노 오너십을 탈중앙화해 수수료를 기존 온라인 카지노의 1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카지노는 사행성과 중독성 문제로 한국을 포함해 대다수의 국가에서 불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온라인 카지노가 합법인 국가는 영국, 스웨덴,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도가 전부다.

메카코인 측도 이런 점을 인지하고 코인 발행 및 운영사인 크립토메카를 영국 자치령인 '맨 섬(Isle of Man)'에 설립하고 국제 카지노 라이선스를 받았다. 또, 서비스 이용 국가와 지역은 온라인 카지노를 법률적으로 허용한 국가로 제한했다.

라이선스 받은 온라인 카지노도 합법과 불법 사이...한국인 이용자 많아 문제

하지만, 이미 합법적으로 라이선스를 받고 운영하는 온라인 카지노도 합법과 불법 사이 '회색 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미국은 연방정부에서 온라인 카지노를 금지하고 있지만, 전 세계 온라인 카지노 이용자 중 미국인 비중이 가장 높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원화 입금까지 가능케 한 온라인 카지노도 많다.

한국생산성연구소 보고서(온라인 베팅 해외사례 조사연구·2010년)에 따르면 한국인에게 온라인 도박을 영어나 한국어로 제공하고 있는 웹 사이트는 총 213개에 달하고 있고 달러나 한화로 결제가 가능한 사이트도 존재한다.

이 보고서는 온라인 카지노의 중독성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오프라인 카지노 방문자의 경우, 20% 정도만 중독 성향을 보이는데 반해 온라인 도박 사이트 이용자의 경우 그 비율이 75%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국내 대표 블록체인 아이콘, 왜 굳이 온라인 카지노 디앱인가

블록체인 디앱 중 사용자를 가장 많이 모은 분야 중하나가 갬블링이다. 이더리움이나 이오스(EOS) 같은 글로벌 블록체인 위에도 카지노를 포함해 상당히 많은 갬블링 디앱이 작동하고 있다. 이오스의 경우 상위 10개 디앱 중 7개 가 갬블링 서비스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아이콘 메인넷에 갬블링 디앱이 올라가는 것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일 수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이 오픈 플랫폼이니 어느 서비스에는 들어오지 말라고 선을 긋기도 애매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보였다.

하지만 아이콘은 지난 9월 스마트컨트랙트 구동이 가능한 메인넷을 가동하기 시작해, 메인넷 위에서 구현될 디앱을 전략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중이다.

메카카지노 디앱 유치도 아이콘 재단이 선별해 유치했다는 점에서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특히 정부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을 도박으로 취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대표 블록체인이라는 아이콘이 굳이 온라인 카지노 디앱을 유치해 불필요한 부정적 이미지를 추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콘은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 중 유일하게 시가총액 기준 세계 5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덕분에 아이콘이 국내 대표 블록체인이라는 인식도 널리 퍼져있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산업이 정부로부터 도박이나 사행성으로 몰리고있는 상황인데 대형 플랫폼을 소유한 프로젝트들이 이런 행보에 나선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아이콘 측은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모든 국가에서 금지돼 있는 것이 아니고 합법적인 이용자가 있는 만큼, 블록체인으로 기존 서비스의 문제를 개선하려는 프로젝트로 봐달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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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관계자는 "온라인 카지노를 허용하는 국가가 있고 사용자가 있는 상황인데 기존 서비스는 문제가 많았다. 사업자가 게임을 조작해도 게이머는 알아 낼 수가 없기도 하다. 블록체인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을 포함해 온라인 카지노가 불법인 국가에서 접속하는 경우에 대해선 "해당 국가에서 접속한 IP는 서비스에 접속할 수 없게 막을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