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회장, 칼 뽑을까 넣을까

'혁신 인사' vs '안정 속 변화' 관측 엇갈려

디지털경제입력 :2018/11/26 19:39    수정: 2018/11/27 08:20

LG그룹이 이번 주 연말 정기임원인사를 앞두고 있다. 이미 구본준 (주)LG 부회장에 이어 박진수 LG화학 부회장까지 올 연말 퇴임이 결정된 터라 LG그룹 부회장단 세대교체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남아 있는 LG그룹 부회장단은 권영수 (주)LG 부회장을 비롯해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5명이다. 재계는 혁신 인사와 부회장단의 세대교체를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배경은 구광모 회장이 취임 직후 지난 7월 당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과 하현회 (주)LG 부회장을 맞바꾸고, 지난 9일에는 그룹 모태인 LG화학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외부 수혈인 신학철 미국 3M 수석 부회장을 앉히는 '원 포인트' 인사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그룹의 큰 그림을 짜는 권영수 부회장을 제외하고 4명의 부회장단 중에 추가 교체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LG 계열사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인사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다"며 "만약 부회장단에서 추가 교체 인사가 나오면 당연히 혁신 인사로 봐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 회장의 선친인 고(故) 구본무 회장은 취임 첫해 1995년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부회장 3명을 포함해 총 354명에 달하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구광모 (주)LG 대표(사진 가운데)가 지난 9월 서울시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사진=LG)

그러나 부회장단 추가 교체 없이 '안정 속에 변화'를 선택할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이유는 이렇다. LG그룹은 화학-IT·전자-통신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기반의 대기업이다. 제조업 중에서도 B2B(기업과 기업)에 많은 비중을 두고 수년 전부터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워왔다. LG그룹이 B2B 플랫폼 구축에 역점을 둔 이유는 B2B가 B2C(기업과 개인)보다 외풍에 흔들림이 적고 기업이 지속적으로 혁신 성장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LG가 전력을 다하고 있는 자동차부품(VC) 사업, OLED 디스플레이, 디지털 사이니지가 대표적이다.

지난 5월 타계한 故 구본무 선대회장은 이들 사업부문을 중심으로 B2B 플랫폼 구축과 사업 고도화에 힘써 왔다.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도 이같은 노력에 힘을 보탰다. LG가 GE나 IBM 같은 글로벌 B2B 기업으로 커 나가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B2B 기업의 경쟁력의 핵심은 마케팅 보다는 연구개발(R&D) 엔지니어와 글로벌 기업을 공략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세일즈 네트워크에 있다. 또 거래 기업으로부터 신용과 기술에 대한 믿음을 얻는 게 생명이다. 그만큼 하루아침에 쌓이기 힘든 오랜 경험과 전통, 그리고 노하우가 비즈니스에 절대적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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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41세의 나이에 총수 자리에 오른 구광모 회장은 직전까지 LG전자 B2B사업본부 ID(Information Display)사업부장 상무를 지냈다. 그 전에는 LG의 주력미래사업을 탄탄히 하고, 지속 성장에 필요한 기술과 시장 변화에 주목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획하는 시너지팀에서 일했다. 그런 구 회장이 B2B 사업의 특성과 업의 본질을 모를리 없고 무리하게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물갈이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적다는 지적이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 등 내년 어려움이 예상되는 글로벌 경제 상황도 그가 안정 속 변화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현 부회장단이 전략형이라기 보다 연구개발과 생산, 영업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실무형 CEO라는 점도 조직 안정에 방점이 찍히는 배경이다.

LG 고위 관계자는 "구광모 회장이 자기 경영 소신과 철학을 형성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상무 때 옆에서 보는 것과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리더로써 경영을 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 1~2년 더 시간이 필요하다. 구광모 회장이 매우 신중한 성격이고, 생각이 합리적이라는 것은 향후 그룹 발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