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카풀, '럭시2'면 성공 어렵다

[기자수첩] 승객 편의 고려한 엄격한 기준 세워야

기자수첩입력 :2018/11/27 08:03    수정: 2018/11/27 09:31

2016년 7월, 처음 이용해본 카풀에 대한 기억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판교역 근처에서 서현동 한 식당까지 카풀을 이용했다. 차에 타려고 뒷좌석 문을 열자 드라이버(운전자)가 앞 좌석에 타라고 말했다. 영문도 모른 채 앞자리에 앉았다. 가뜩이나 모르는 사람의 차에 타는 것이 어색한데, 앞자리에 앉으니 여간 부담스럽지 않았다.

드라이버는 분당동에서 판교역 근처로 출근을 하는데, 공영주차장 비용을 아끼고 싶어 카풀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택시기사가 아닌데, 이용자들이 택시 타듯이 이용해 기분이 언짢을 때가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자 카풀이 부담스러워졌고, 한동안 찾지 않았다.

1년 6개월 지난 후, 다시 카풀을 시작했다. 판교로 출근할 일이 잦아지자 자연스럽게 택시 보다 저렴한 카풀을 찾게 됐다. 택시로 이동시 2만원인 거리를 카풀로는 1만6천원 정도에 갈 수 있어서다. 일주일에 두 번만 이용해도 8천원을 절약할 수 있다.

카풀은 여전했다. 앱에서 '뒷좌석 선호'를 선택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드라이버들은 앞 좌석에 앉기를 희망했다. 몇번 타보니 여유가 생겨 드라이버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됐다. 용돈을 벌고 싶어서, 차를 샀는데 마땅히 몰 기회가 없어서, 비트코인에 돈을 너무 많이 잃어서 카풀을 시작했다는 다양한 드라이버들을 만났다.

드라이버 대부분의 목적은 돈이었다. 그렇지만 뒷 좌석에 앉아 통화만 한다든지, 말없이 스마트폰만 본다든지, 자는 라이더는 싫다고 했다.

카카오는 올초 인수한 '럭시' 서비스를 개편, 곧 '카카오T 카풀'이란 새 이름을 달고 카풀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올해 초 기준으로 택시 이용의 0.1%밖에 되지 않는다는 카풀 이용을 더 활성화할 조건이 충분하다. 카카오T앱 가입자 수만 2천20만명이다. 카카오T앱에는 택시, 블랙, 카풀, 대리, 주차, 내비가 포함돼 있고, 택시가 잘 잡히지 않을 때 블랙이나 카풀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카풀 서비스로는 이용자들의 활발한 이용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사용자에게 더 나은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타다를 유의깊게 살펴보길 바란다. 타다는 카풀·택시보다는 비싸지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승차 플랫폼이다.

앞좌석엔 앉지 못하게 하고, 드라이버가 불필요한 대화는 하지 않으며, 차량 내 클래식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깨끗한 실내와 은은한 향기는 기본이다. 택시보다 비싸지만 자주 찾게 되는 이유다. 좋은 사용자 경험 제공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어 출시 1개월 만에 앱 다운로드도 10만건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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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NC가 서비스 중인 '타다'.

앞자리에 앉아 드라이버와 대화를 나누는 게 카풀 목적의 한 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동의 편리함, 이동의 혁신을 만들고자 한다면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우버처럼 카풀 플랫폼이 드라이버의 범죄경력을 조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요청한다든지 안정성 기준을 높이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사용자의 매너도 물론 중요하지만 서비스에 대한 확신과 편리함이 먼저 자리 잡아야 더 많은 사용자들을 이끌 수 있다.

드라이버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사용자가 없으면 소용없다. 카카오 카풀은 이런 점을 유의해 본래 목적인 승차난을 완화하고, 모빌리티 분야가 혁신 성장에 기여하는 좋은 사례를 만들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