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서비스형 윈도10'

윈도10 소프트웨어 품질관리에 문제점 드러내

컴퓨팅입력 :2018/11/21 17:51    수정: 2018/11/22 10:17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15년 윈도10에 도입한 '서비스형 윈도' 개념이 흔들리고 있다.

도입 3년만인 지난 10월 2018 업데이트(1809 빌드) 때 대형 사고가 터지면서 논란에 휘말렸다. 업데이트한 사용자의 파일이 사라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그 뿐 아니다. 정식구매한 윈도10이 불법제품으로 인식되는 오류도 발생했다.

심각한 버그가 속출하자 마이크로소프트는 하루만에 최신 업데이트 파일 배포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4일부터 오류를 해결했다면서 최신 윈도10 업데이트 배포를 재개했다. 사고 발생 5주 만이었다. 이와 함께 앞으로는 소프트웨어 품질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윈도10 품질 관리에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서비스형 윈도'의 신뢰성으로도 불똥이 튈 위기에 처했다.

■ 해결방법 배포·이용자와 소통 등도 문제 드러내

서비스형 윈도는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온 개념이다. 몇 년마다 새 윈도 OS를 내놓는 대신 매년 2차례 기능 업데이트를 내놔 윈도10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간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 윈도 OS 개발 체계를 바꿨다. 윈도 개발조직은 기존 OS를 크게 손대지 않고 신기능을 추가하거나 기능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과거 윈도 개발조직과 비슷한 규모로 운영했던 테스트 전담조직이 대폭 축소됐다.

개발과 운영은 거의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6개월 주기로 업데이트를 내놔야 하므로 새로 기능을 만들면 조직 내부 일부그룹에서 테스트하고, 이후 윈도 인사이더프로그램 참가자로 범위를 넓혀 테스트한다. 그런 다음 전체 사용자에게 업데이트를 배포한다. 일반 사용자가 최신 업데이트를 설치할 시점이면 윈도 개발팀은 이미 다음 업데이트를 개발하고 있거나 테스트중이다.

정상적인 서비스형 윈도 개발체계라면 최근 업데이트의 테스트 기간 중 문제점을 발견해 해결해 일반에 배포했어야 한다. 2단계 테스트 기간 중 사용자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하는 게 서비스형 윈도의 핵심 중 핵심이다. 이번 사태는 정상적인 윈도 SW관리체계를 유지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더 큰 문제는 윈도10 업데이트에서 여러 문제점이 발견된 뒤에도 일반 사용자에게 제대로 안내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피스365나 애저 같은 서비스는 장애나 오류 발생 시 '서비스 상태 대시보드'를 통해 일반 사용자에게 문제상황을 알린다. 사용자는 장애 정보를 확인해 그에 맞는 대응책을 고민할 수 있다. 그러나 윈도10의 경우 어떤 경로로 업데이트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 정보를 확보할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윈도10 업데이트에 대해 제공하는 정보는 '윈도10 업데이트 히스토리 페이지' 밖에 없다. 지난 '윈도10 10월 2018 업데이트' 배포 중단에 대한 정보는 '업데이트 후 일부 사용자에게 파일 유실 보고를 접수해 모든 사용자의 업데이트 배보를 중단한다'란 한 문장뿐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0월9일 윈도 블로그에 게재한 글에서 해당 버그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설명했다. 매우 전문적인 내용으로 가득찬 이 글은 다수의 일반 사용자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또, 파일 유실 버그에 대한 설명만 있고, 이후 발견된 또다른 버그에 대한 정보도 없다. 블로그 게시 시점인 10월9일 이후 내용 업데이트는 없다.

파일 유실 버그 외에 파일탐색기에서 ZIP 압축파일이 사라지는 현상도 알려졌다. 디바이스 드라이버와 호환성 충돌 현상도 보고됐다. 백신이나 가상화 제품과 충돌 문제도 나타났다. 이런 오류에 대한 정보는 일반사용자에게 안내되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앞선 오류들이 10월16일과 10월20일 배포된 패치로 해결됐다고 밝혔다. 10월2일 직후 윈도10 최신 업데이트를 받아 설치했던 사용자는 패치를 받지 못했다. 패치 파일이 윈도 인사이더 프로그램 참가자에게만 제공됐기 때문이다. 문제를 겪은 사용자가 오류를 해결하려면 윈도 인사이더프로그램에 기기를 동록해야 했다.

라이선스 활성화 실패 오류 문제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와 사용자 사이의 소통문제는 더 심각하게 나타났다. 문제 발견 후 4시간 동안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있는 곳은 레딧 게시판 뿐이었다. 레딧의 게시판에 올라온 정보는 '마이크로소프트 채팅 지원'의 안내를 복사해 붙여넣기한 것이었다. 다수의 사용자가 졸지에 불법 사용자로 바뀌었지만, 레딧을 모르는 윈도10 사용자가 더 많았을 것이다.

지난 14일 윈도10 업데이트를 재개하면서 마이클 포틴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기업부사장은 블로그를 통해 '프로세스의 투명성과 소통 방식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품질관리 개선 약속에도 많은 사용자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형 윈도는 사실 애플에서 맥OS와 iOS에 적용한 1년단위 업데이트와 같은 방법이다.

■ 애플과 다른 MS의 환경, 서비스형 안착 또 다른 변수로

윈도10과 맥OS, iOS는 근본적으로 다른 환경에 있다.

애플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독점 생산하기 때문에 디바이스 드라이버 호환성 충돌이나 코드 오류 문제를 관리하기 용이하다. 매우 적은 하드웨어 구성만 관리하는 애플조차 OS를 업데이트할 때마다 뒤늦게 발견되는 오류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

윈도10 관련 하드웨어의 부품 제조사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PC를 만드는 구성품의 조합은 거의 무한대다. 윈도의 대명사였던 '죽음의 블루스크린'은 이처럼 복잡한 하드웨어 생태계 때문이었다. 모든 PC에 윈도10 업데이트의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발견된 오류의 원인도 복잡한 윈도 기기 생태계를 꼽았다. 7억대의 윈도10 기기가 전세계에 존재하는데, 사용자마다 다른 하드웨어 구성을 쓰고 있어서 모두를 충족하는 윈도10 업데이트를 제공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전보다 위상이 많이 줄긴 했지만 윈도는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의 상징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 대부분이 윈도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윈도는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의 영업, 마케팅 핵심 채널이자 구심점이다. 윈도10 품질 관리의 위기는 자칫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 전반을 위협할 파괴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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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10 업데이트를 제공할 때 사용자 하드웨어 구성에 따라 파일을 차등적으로 제공한다. 머신러닝으로 사용자경험을 예측하고,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는 만큼만 업데이트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어느 사용자에게 문제 발견 시 해결될 때까지 업데이트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했다.

최신 기능을 배포할 때 소수의 사용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다양한 고객 소통 채널을 통해 문제점 발견 시 빠르고 면밀하게 대응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