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수혈 받은 쿠팡, 유통혁신 재탄력

손정의, 두번째 베팅…총 30억달러 투자

유통입력 :2018/11/21 10:28    수정: 2018/11/21 10:28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를 통해 쿠팡에 두 번째 투자를 진행했다. 쿠팡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투자한 유일한 한국기업이다. 로켓배송 등으로 유통 혁신을 해온 쿠팡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어떤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20일(현지시간) 쿠팡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달러(약 2조2천500억원)를 투자 받았다고 발표했다. 정확한 투자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소프트뱅크가 구성한 1천억달러(약112조8천500억원) 규모의 기술펀드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비전펀드에 450억달러(약 50조7천800억원)를 투자한 바 있으며, 신성장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쿠팡은 2010년에 설립된 온라인 커머스 업체로 2015년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달러(약 1조1천250억원)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당시 소프트뱅크는 쿠팡의 모바일 경쟁력과 자체배송시스템인 로켓배송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쿠팡 측은 “쿠팡이 제2의 아마존, 알리바바와 같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로 발돋움했음을 뜻한다”고 자평했다.

쿠팡은 이번 투자로 인해 소프트뱅크로부터 총 30억달러를 투자받게 됐다. 최근 소프트뱅크가 쿠팡의 지분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 7억달러에 넘기면서, 소프트뱅크의 쿠팡 지분은 모두 비전펀드가 갖게 됐다.

외신은 이번 투자로 인해 쿠팡의 기업 가치가 90억달러(약 10조)가 됐다고 전했다. 2015년 쿠팡의 기업가치는 5조원으로 평가받은바 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투자자이면서 쿠팡 이사회 소속인 리디아 제트는 블룸버그에 "쿠팡은 머지 않은 미래에 상장 기업이 될 것이지만 당장 2019년은 아니다"며 "쿠팡에 새로운 카테고리에 투자할 수 있는 활주로(기회)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쿠팡 물류센터(사진=쿠팡)

■ 실탄 충전된 쿠팡, 어떤 그림 그릴까

쿠팡은 이번 투자를 통해 데이터와 물류, 페이먼트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혔다. 로켓배송이 가능한 상품 수를 더 늘리고, 물류센터 확대와 더 빠르고 편리한 결제를 이끌어나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쿠팡은 사업 초기부터 빠른 배송에 대한 투자로 이커머스에 혁신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감한 상품 직매입과 밤 12시 전에만 주문하면 다음 날 도착하는 로켓배송 시스템이 성장 이유였다. 이를 위해 쿠팡은 물류센터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현재 쿠팡은 60여개의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엔 택배운송사업도 시작했다. 늘어나는 물량을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 전국 물류센터를 합치면 연면적이 축구장 151개 넓이에 이른다"며 "내년까지 규모를 두 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혁신은 클라우드 플랫폼의 확대로도 볼 수 있다. 매일 3억건 이상 상품 검색 결과를 빠르게 제공하는 것도 쿠팡의 특징이다. 또한 쿠팡은 특별한 시즌이나 특가 등으로 몰리는 수요도 감당해낼 수 있도록 IT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쿠팡이 제공하고 있는 간펼결제 서비스 로켓페이는 버튼만 누르면 결제가 돼 소비자에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해 락인(lock-in) 효과를 내기도 한다.

쿠팡은 최근 새벽배송을 시작하면서 신선식품과 유기농 상품도 취급하고 있다. 이 또한 밤 12시 전에만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 전에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서울과 경기 일부지역에 서비스가 되고 있지만, 쿠팡은 이를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쿠팡 관계자는 "현재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로켓배송 상품 품목수는 400만개로 지난 7월 300만개 돌파에 이어 약 4개월만에 상품수가 100만개 증가했다"며 "구매할 수 있는 상품 가지 수를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사진 오른쪽)와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겸 CEO가 이번 투자 결정 이후 도쿄에 위치한 소프트뱅크 그룹 본사에서 기념 촬영을 진행했다.

■ 쿠팡 vs 이커머스 etc...한국형 아마존들의 '쩐의 전쟁'

오프라인 유통기업인 신세계와 롯데가 올해 이커머스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1등 싸움은 더 치열해졌다. 여기에 적자 투성인 쿠팡이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공격적인 투자가 예상되면서 쩐의 전쟁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최근 신세계와 이마트 온라인 사업 부문을 따로 떼어내고, 내년 이를 다시 통합해 온라인 쇼핑몰 전문 새 법인을 출범시킬 예정을 알렸다. 신세계 계열 온라인 사업부문들은 ‘신세계몰’로, 이마트 계열 부문은 ‘이마트몰’로 새 법인이 신설된다.

또한 자사 강점인 물류 및 배송 인프라, IT 기술 등을 내세워 온라인 신설법인에서도 관련 분야에 1조 7천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또한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할 계획도 덧붙였다.

롯데는 지난 8월부터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본부를 신설하고 그룹내 유통사 온라인 채널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롯데는 5년간 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올해 5천억원을 투자 받고 9월 SK플래닛에서 독립한 11번가도 한국형 아마존을 꿈꾸며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중이다. 기술과 상품 경쟁력을 통해 적자 폭을 줄여나가며 5년 내 상장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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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쿠팡의 투자 유치 소식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상태다. 오프라인 유통사업자보다는 이커머스 사업자들의 충격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쿠팡과 비슷한 사업모델로는 살아남을 없을 수 있다는 예측도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오프라인 유통 기업을 상대로 언제까지 인프라 투자를 지속해서 나갈지가 관건"이라며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각자의 특색 맞는 사업을 진행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